상파울루—글로벌 농기계 제조업체 디어(Deere & Co.)가 브라질 시장에서 겪을 판매 위축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회사 고위 임원은 2026년 매출이 한 자릿수(5∼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오 카헤헤(Antonio Carrere) 디어 브라질 법인 판매·마케팅 부사장은 상파울루에서 열린 업계 행사장에서 “현재로선 2025년이 최선의 시나리오인데, 이후에는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면서 “5% 또는 6% 정도의 감소가 현실적인 수치”라고 밝혔다.
카헤헤 부사장은 최근 세계 농업‧농기계 시장이 직면한 복합적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정책 등 글로벌 무역 갈등,그리고 브라질 내 고금리 기조가 고객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고 설명했다.
디어는 녹색과 노란색 로고로 잘 알려진 ‘존디어(John Deere)’ 트랙터를 생산한다. 회사는 8월 발표한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순이익 감소를 보고했으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어는 지역·국가별 구체적인 매출 비중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카헤헤 부사장은 글로벌 연간 매출이 550억 달러(약 73조 원) 규모라고 언급했다.
고금리와 정치 불안이 투자 심리 직격
그는 브라질 시중 금리가 최고 18%까지 치솟는 현실을 언급하며 “높은 금융비용이 고객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과 헤알화 방어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농기계와 같은 대형 자본재를 구매해야 하는 농업인에게는 자금 조달 장벽으로 작용한다.
카헤헤 부사장은 또 다른 불확실성 요소로 브라질 연방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들었다. 그는 “농업 비즈니스는 대규모·장기 투자가 필수인데, 정치·외교적 변동성이 커지면 고객이 불안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한 자릿수 감소(single-digit percentage decline)’라는 표현은 1%에서 9% 사이의 비교적 경미한 하락을 의미한다. 그러나 트랙터·콤바인 등 고가 장비가 주력인 농기계 산업 특성상, 매출 1%대 변동도 수억 달러 규모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관세(tariff)’는 국가 간 수입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농산물·기계류에 높은 관세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브라질산 농산물 수출과 미국산 부품 수입 비용 모두 불확실해져, 디어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의 생산·판매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
농업 비즈니스(agribusiness)란 농산물 생산부터 가공·유통·판매까지 전후방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용어다. 트랙터·콤바인·파종기 등 농기계는 생산성과 직결되기에 농가 필수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초기 투자액이 수십만 달러에 달해 금리나 환율 변화에 민감하다.
전망: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카헤헤 부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면서도 “어디까지 나빠질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브라질 정부와 금융기관이 농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곡물 가격 하락과 미국·중국 간 무역 갈등 재점화가 브라질 농가의 투자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디어의 예상보다 빠른 매출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현지 공급망과 부품 협력사에도 파급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 관점에서 브라질 농기계 시장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금리·환율·정치 변수가 안정되지 않는 한 대규모 설비 교체 수요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디어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애프터마켓 부품과 서비스 강화, 스마트 농업 솔루션 확대 등 다각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디어 본사는 2025년 말까지 디지털 농구(Digital Agriculture) 플랫폼 투자를 확대해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 시장 선점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브라질 고객에게 연료 절감·수확량 데이터 분석 등 부가가치를 제공해 매출 감소 폭을 상쇄하려는 전략이다.
※ 용어 설명
• 단일·복수 자릿수(single-/double-digit)는 백분율 하락 폭을 구분하는 표현이다.
• 관세(tariff)는 무역 장벽 수단으로, 제품 가격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결정한다.
• 농업 비즈니스(agribusiness)는 농산물 가치사슬 전체를 포괄하며, 고정비 지출 비중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