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발 니키 챤지아니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주류업체 디아지오(Diageo)가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물색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닌 구체적 실행계획을 원하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디아지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데브라 크루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2년 만에 전격 사임하고, 니키 챤지아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시 CEO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챤지아니는 안정된 화법과 명확한 의사소통으로 단기간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취임 기간 내내 주주 설득에 어려움을 겪었던 크루 전 CEO와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누가 정식 CEO 자리를 맡든 디아지오의 구조적 과제는 말끔히 남아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미국발 관세 인상, 대체 주류(예: 칸나비스 음료) 부상, 그리고 공중 보건당국의 음주 규제 강화 등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44% 급락, ‘부채 다이어트’가 시급
디아지오는 2023년 6월 이반 메네제스 전 CEO가 돌연 별세한 뒤, 크루 체제 아래에서 불과 2년 만에 주가가 44% 급락했다.
“최고경영자는 즉각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성장 잠재력이 낮은 브랜드를 과감히 매각해야 한다”
고 플로스바흐 폰 슈토르히(Flossbach von Storch) 수석 애널리스트 카이 레만은 강조했다.
실제로 네 명의 기관투자자(이 중 한 곳은 상위 20대 주주)가 로이터통신에 “챤지아니가 존니워커·돈 훌리오 브랜드를 보유한 디아지오의 상임 CEO로 적합하다”고 주문했지만, 그들 역시 채무 축소와 성장 정상화라는 전제를 달았다.
고(高)성장기 의사결정의 후폭풍
이반 메네제스 재임 기간(코로나19 이후) ‘보복적 소비’로 주류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당시 디아지오는 공격적 자사주 매입(총 130억 달러)과 고성장 가정을 기반으로 차입을 확대했다. 그러나 긴축 환경이 도래하자 이러한 전략은 ‘독’이 됐다.
2024 회계연도 말 기준 순차입금/영업이익 배율(레버리지)은 3.1배로, 내부 목표치를 넘어섰다. 부채가 2017년 대비 두 배가 됐다는 점도 투자자 불안을 키운다.
용어 설명
레버리지(leverage)란 기업이 부채를 이용해 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뜻한다. 통상 ‘순차입금/EBITDA’ 또는 ‘순차입금/영업이익’ 지표로 측정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부채 상환 압력이 커진다.
‘위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확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Hargreaves Lansdown)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티브 클레이턴은 “디아지오는 ‘위기’라기보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이라며 재무적 기반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럼에도 연이은 이익 경고와 소비 둔화로 성장 서사가 훼손됐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크루 전 CEO가 2023년 11월 내놓은 실적 전망 하향은 투자심리를 강타했고, 이후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챤지아니의 ‘실행 체크리스트’
① 과감한 비용 절감과 ②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레버리지를 목표 구간으로 낮추고, ③ 매출 성장 목표를 현실화하는 것이 챤지아니가 공개한 3대 우선 과제다. 그는 취임 직후 전임 경영진의 ‘야심찬 매출 CAGR(연평균성장률) 목표’를 폐기하고, 단계별 달성 가능한 목표로 수정했다.
퀼터 체비엇(Quilter Cheviot) 애널리스트 크리스 베킷은 “두 CEO 모두 ‘올바른 말’을 했지만 시장에는 ‘누가 실제로 회사를 움직이는가?’라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콜럼비아 스레드니들(Columbia Threadneedle) 고정수익부문 시니어 애널리스트 마이클 래스킨은 “소비 급감 리스크를 간과한 채 부채를 쌓아 올린 결정은 ‘자본배분 실패’의 교훈”이라며, 자산 매각 시점이 불리해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믿을 만한 성장 스토리’가 답
투자자들은 새 수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과 재무 건전성 회복을 동시에 증명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디아지오가 다시 조니워커·스미노프·기네스 등 핵심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전 세계 증시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