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듀폰, 아라미드 섬유 사업부 18억달러 매각 결정
2025년 8월 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화학기업 듀폰(DuPont de Nemours Inc.)은 방탄복 소재로 잘 알려진 케블라(Kevlar)와 내열 보호복 소재 노멕스(Nomex)를 보유한 아라미드(Aramids) 사업부를 동종업체 아클린(Arclin)에 18억달러(약 2조4,0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듀폰이 추진 중인 대규모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이다. 회사 측은 11월 예정된 전자(Electronics) 사업부 분할 작업과는 별도로 진행되며, 두 일정이 서로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듀폰은 사업 구조 단순화를 통해 향후 핵심 성장 동력에 집중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거래 조건 및 재무적 영향
듀폰은 매각 대가로 선세금(before-tax) 현금 12억달러를 우선 수령하고, 3억달러 규모의 매출채권(note receivable) 및 3억2,500만달러 상당의 아클린 비지배지분(non-controlling stake)도 확보할 예정이다. 듀폰 경영진은 이를 통해 재무 유연성을 높이고 차입 부담을 줄이며, 주주환원 정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RBC 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 아룬 비스와나탄은 “듀폰이 ‘레거시(legacy)’로 분류해 온 아라미드 사업 노출을 축소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성장률과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자 사업 분할 이후 재평가(re-rating) 시 더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학 산업 전반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높은 에너지 비용과 수요 부진, 가격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엄격한 환경 규제로 제조비가 상승하면서 수익성 둔화가 가속화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거래는 듀폰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산업용 섬유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려는 흐름을 반영한다.
사후 자금 활용 계획
비스와나탄 애널리스트는 듀폰이 아라미드 매각 대금과 전자 사업 분할로 확보하는 현금을 신규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부채 상환 등에 배분해 주주가치를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설비투자보다 즉각적 효과가 큰 활동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딜 클로징(Deal Closing) 일정
양사는 필요한 규제 승인을 거쳐 거래를 2026년 1분기 안에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듀폰은 인수·합병 절차가 통상 12~18개월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법적·행정적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실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듀폰 주가는 전일 대비 0.1 % 상승한 77.56달러를 기록했다. 거래량은 최근 20일 평균을 소폭 상회했으며, 시장은 매각 소식이 단기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라미드·케블라·노멕스 용어 설명
아라미드는 ‘Aromatic Polyamide’의 약자로, 화학적으로는 방향족 고강도 폴리아미드 섬유를 뜻한다. 경량이면서도 인장강도가 높고 내열·내화학성이 우수해 군사·우주·산업안전 분야에서 폭넓게 쓰인다. 케블라는 듀폰이 1970년대 상업화한 브랜드로, 같은 두께의 강철보다 다섯 배 높은 인장강도를 지녔다. 노멕스는 최대 370 ℃에서도 기계적 강도를 유지해 소방복·전기 절연체 등 내열 특수복 시장을 지배해 왔다.
전문가 관점 및 향후 전망
첫째, 듀폰이 전자·첨단소재에 집중하는 전략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전기차(EV) 경량화 수요 등 구조적 성장 테마와 부합한다. 둘째, 아라미드 수요 자체는 군사·항공우주·재생에너지(풍력 블레이드 보강재)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나,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낮아 독립 사업으로 운영될 때 밸류 체인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매각은 양사 모두 핵심역량 집중을 강화하는 ‘윈-윈’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듀폰이 확보한 현금은 빠른 주주환원과 부채 상환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시키고, 차세대 소재 연구개발(R&D) 투자를 가속화하는 재원이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소수 지분 형태로 아클린에 잔존 투자를 남긴 점은 향후 아라미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적 참여 전략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