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이 ‘불법 독점’ 판결을 받고도 인공지능(AI) 경쟁력은 대부분 지켜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일부 제재가 장기적으로 AI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은 9월 2일(현지시간) 구글 검색 사업을 ‘불법 독점’으로 규정하면서도 강제 매각과 같은 초강수는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애플 등 파트너사와의 배타적 계약 금지 ▲경쟁사에 대한 검색 데이터 일부 공유 의무라는 두 가지 핵심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첫 번째 조치로 인해 알파벳은 앞으로도 애플·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기본 검색엔진 지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독점’ 또는 ‘배타’ 조항을 삽입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공백이 거의 없겠지만, 사용자 유입 경로가 분산되면 검색 지배력이 서서히 약화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잠복해 있다.
두 번째 조치가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법원은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대규모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형평화해야 한다”며 구글이 축적한 검색 로그·클릭 패턴 등을 경쟁사에 일부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AI 학습은 “데이터가 곧 연료”이기 때문에,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 등 주요 경쟁사에 강력한 ‘추진제’를 공급하는 셈이다.
AI 경쟁 구도: ‘제너레이티브 AI’ 시대의 새 불씨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오픈AI(ChatGPT 창업사) 지분을 확보하고 빙(Bing) 검색·오피스 소프트웨어·애저(Azure) 클라우드에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통합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의 방대한 검색 데이터를 얹게 되면, 모델 정밀도가 눈에 띄게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
판결을 내린 아밋 메타(Amit Mehta) 연방판사는 “생성형 AI(GenAI)의 부상은 이번 소송의 판도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반면 알파벳은 이미 AI 역량을 사업 전반에 침투시켜 선제적 방어막을 구축했다. 2025년 2분기 구글 검색 매출은 542억 달러로 전년 동기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검색 점유율은 90%로, 빙의 4%를 압도했다. 즉, 일부 데이터 유출이 심화돼도 격차를 단기간 내 좁히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클라우드 부문에서도 AI가 시장 점유율 견인을 이끌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2분기 매출은 136억 달러로 32% 급증했다. 이 사업은 ▲AI 기반 전자상거래 솔루션 ▲개발자용 대규모 언어모델 API 등을 토대로 ‘고객 전환 비용(스위칭 코스트)’*1을 높이고 있다.
*1 스위칭 코스트란 기업·개인이 서비스 제공자를 변경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말한다. 클라우드 인프라의 경우 초기 구축·운영 프로세스가 복잡해 전환 장벽이 높다.
법적 리스크: 광고 사업이 다음 뇌관
알파벳은 이번 검색 독점 소송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으나, 광고 기술(ad-tech) 부문에 대한 별도 반독점 재판이 대기 중이다. 이미 2025년 초 1심에서 패소했고, EU 집행위원회는 9월 5일 35억 달러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광고 네트워크 매출은 2분기에 73억 달러로 검색 매출(542억 달러)에 비하면 비중이 낮아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알파벳이 향후 2~3년간 AI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면 검색·클라우드·유튜브 등 ‘캐시카우’ 사업군의 네트워크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반대로, 법적 제재가 반복돼 데이터 활용 자유도가 크게 축소된다면 AI 선도 지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이번 판결을 ‘절반의 승리’로 본다. 독점 구조를 일부 완화하되 혁신 동력을 완전히 꺾지는 않은 균형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 공유 의무가 중·장기적으로 AI 경쟁 판을 평평하게 만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가 더 빠른 속도로 다중 모달(multimodal) AI 시장을 확장한다면, 알파벳이 누려 온 ‘규모의 경제’ 우위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알파벳이 어떻게 데이터 보존·활용 전략을 재정비하느냐. 둘째, 경쟁사들이 제공받은 데이터를 토대로 얼마나 빠르게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느냐이다. 어느 한쪽이 균형을 깨는 순간, ‘검색 제국’의 지형이 다시 그려질 수 있다.
투자 관점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우호적 판결에 안도했지만, 알파벳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현 시점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 직후 일부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상향했으나, The Motley Fool의 ‘톱 10’ 추천 종목 리스트에는 알파벳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기대 대비 수익률’ 관점에서 다른 종목이 더 매력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알파벳이 과연 규제 리스크와 신기술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글로벌 빅테크 생태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