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2025년 말까지 연방하원(Bundestag)의 승인을 받기 위해 60여 건이 넘는 대규모 군수 조달 계약을 준비 중이다. 이번 계획은 독일 연방군(독일어: Bundeswehr)1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전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정치적·전략적 목표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이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조달 패키지는 독일 재무·국방 당국이 비공개로 정교하게 준비해 온 안건들로, 연방군 현대화에 필요한 육·해·공 전력 전반을 포괄한다.
“관련 협상이 극도로 기밀인 만큼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
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가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핵심 계약 2
① 에어버스(Euronext: AIR)로부터 유로파이터 전투기 20대 구매
② 라인메탈(Rheinmetall, ETR: RHMG)의 보xer(박서) 8륜 장갑차 최대 5,000대 확보
③ 핀란드 파트리아(Patria Oyj)사의 6×6 장갑차 최소 3,500대
이 밖에도 탄약, 통신, 사이버·우주 역량 등 전력 다각화를 위한 부수 계약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 수량·단가·인도 일정은 향후 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재정 계획·정치 일정
올해 7월 31일 예정된 독일 연방 내각(Kabinett) 회의에서는 중기 재정 계획(MTFP)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이며, 여기서 연간 국방예산을 4년 내 최대 1,620억 유로(약 1,89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공식화된다. 이는 2024 회계연도 본예산(770억 유로 안팎)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 국방장관은 7월 28일 여당·야당 의원 대상 비공개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력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예산 증액의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나토 2%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안정적으로 상회하겠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
배경 설명
Bundeswehr1는 1955년 창설된 독일 연방군을 뜻하며, 냉전기 서독의 재무장을 상징했다.
Eurofighter Typhoon은 영국 BAE 시스템스·독일 에어버스·이탈리아 레오나르도 합작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로, 공대공·공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한다.
Boxer 장갑차는 독일·네덜란드 공동 개발한 8×8 차륜형 보병전투차로, 모듈화 플랫폼을 통해 의료·포병·지휘소 등으로 신속 전환이 가능하다.
Patria 6×6은 북극권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차량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유럽·발트 7개국의 공동 표준 플랫폼으로 채택됐다.
이와 같은 “다층 방산 패키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02) 후 유럽 각국이 체계적 재무장에 나선 가운데, 독일이 보여주는 실질적 방위 리더십의 시험대로 간주된다.
시장·산업적 파급 효과
국방 산업계에서는 라인메탈·에어버스뿐 아니라, 중소 부품 공급망 전반에 장기적인 수주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독일 DAX 지수 편입기업인 라인메탈 주가는 침공 초기(2022년) 이후 세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이번 발표가 공식화될 경우 추가 재평가 가능성이 주목된다.
아울러 핀란드의 파트리아는 나스닥 헬싱키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독일 물량 확보가 확정될 경우 유럽 IPO 시장 내 대표 방산 테마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 Germ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국방재정 애널리스트 요하네스 뤼트케 박사는
“납품 물량이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독일은 2028년경 전술장갑차 보유 대수를 프랑스·이탈리아 합산 규모를 추월하게 된다”
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공급망 병목·인플레이션·환율 변동”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하며, “1,620억 유로 방위 예산이 실제 구매력으로 연결되려면 유로화 강세 및 원자재 가격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재정준칙(브레이크) 유예’ 문제도 거론된다. 독일 헌법은 GDP 대비 0.35% 이상 신규 차입을 제한하지만, 국방 예외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향후 연방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치열한 정파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의미와 함의
이번 조달 프로젝트는 “제펜둥스벤데(Zeitenwende, 시대 전환)“를 공언한 올라프 숄츠 총리 내각의 안보 패러다임 전환을 구체화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독일이 장기간 유지해 온 “무기수출 자제·평화 유럽” 이미지는 러-우 전쟁 후 급격히 퇴색했으며, 대신 유럽 안보의 ‘하드 파워’ 주축으로 부상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궁극적으로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독일은 유럽 내 동맹국(폴란드, 체코, 발트 3국 등)에 공동 조달·정비 인프라를 제공하며, NATO 통합 플랫폼 표준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방산 경제 생태계뿐 아니라, EU 전략 자율성(Strategic Autonomy) 담론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1 Bundeswehr: ‘연방(국) 방위’를 뜻하는 독일 연방군 공식 명칭.
2 핵심 계약: 기사에서 공개된 규모·종류·업체가 명시된 계약을 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