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7월 EU조화 인플레이션 1.8%… ECB 목표 ‘근접하되 하회’

BERLIN — 독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에 추가 둔화하며 유럽 최대 경제국의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이 발표한 EU조화 소비자물가지수(HICP) 예비치가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해 시장 전망치 1.9%를 소폭 밑돌았다.

로이터가 사전에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는 6월의 2.0%에서 1.9%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결과는 그보다 0.1%p 낮았다. 이에 따라 독일 물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과거 ‘물가안정’으로 정의한 ‘2% 바로 아래, 그러나 근접’ 수준에 수렴했다.

ING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 카르스텐 브레즈스키(Carsten Brzeski)는 “단기적으로 독일 인플레이션은 ECB의 옛 목표 범위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치는 8월 1일 예정된 유로존 7월 물가 발표를 하루 앞두고 공개됐다. 로이터 컨센서스에 따르면 단일 통화권 전체의 HICP는 6월 2.0%에서 1.9%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동결 후의 미묘한 시그널

ECB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유로존 경기 전망을 다소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완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독일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6월과 동일한 2.7%를 기록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근원지표는 임금·서비스 가격과 직결돼 정책 결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美 관세 충격 변수

브레즈스키는 “유럽 및 미국 기업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EU와의 무역 협상 타결과 동시에 대부분의 EU 제품에 15% 수입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로 인해 유로존 내 가격 인하 압력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서 줄어든 이익을 유럽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 , 식료품 가격

7월 독일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3.4% 하락한 반면, 식료품 가격은 2.2% 상승했다.

HQ트러스트(HQ Trust)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미하엘 하이제(Michael Heise)는 “강한 유로화가 에너지 수입 가격을 낮춰 상품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질적으로 높은 서비스 물가는 6월 3.3%에서 7월 3.1%로 완만히 둔화됐다. 코메르츠방크(CCommerzbank)의 랄프 졸빈(Ralph Solveen)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률 둔화와 비용 전가의 어려움이 서비스업 가격 압력 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용어 풀이

EU조화 소비자물가지수(HICP)는 회원국 간 비교를 위해 품목 바스켓과 가중치를 통일한 물가지표다. 통상 국내총생산 대비 2% 안팎의 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치로 여겨진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전망과 함의

독일 인플레이션이 1%대 후반으로 진입함에 따라 ECB의 정책 여력은 확대됐다. 다만 근원물가가 2%를 상회하고, 미·EU 무역 이슈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만큼 통화정책 방향은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8월 1일 공개될 유로존 지표와 향후 미국–EU 관세 분쟁 전개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 경제가 유럽 회복세의 바로미터인 만큼, 이번 물가 둔화가 지속될 경우 채권시장유로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