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요 4개 주 물가 동향이 전국 물가 흐름을 가늠할 열쇠로 떠올랐다
독일 최대 인구를 보유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과 동일하게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달 발표될 독일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NRW 주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6월과 동일한 1.8%로 집계됐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역시 2.3%를 유지하며 이 지역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사실상 보합권에 머물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바이에른 주의 물가 상승률은 1.9%로 소폭 상승(전월 1.8%)했고, 니더작센 주는 1.9%로 하락(전월 2.2%)했다. 지역별로 상이한 움직임이 관찰됐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변동성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조화된 물가 지표(HICP) 예상치도 1%대 후반 유지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독일의 7월 HICP(조화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2.0%에서 1.9%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전국 CPI(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날 늦게 발표될 예정이지만, 주(州)별 예비 지표를 감안하면 2.0%대 초반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로이터는 “독일 7월 HICP가 전달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1.9%로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독일 통계청은 전국 수치를 31일(현지시간) 오후에 발표할 예정이며, 유로존 물가 지표는 8월 1일 공개된다. 시장 컨센서스는 유로존 HICP도 2.0%에서 1.9%로 내려갈 것이라는 데 일치한다.
ECB의 정책 스탠스와 시장 반응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금리를 동결했다. 동시에 “유로존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신중하지만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해, 추가 완화 기대감이 다소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독일·유로존 물가 흐름이 향후 ECB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목표치(2% 내외)를 안정적으로 하회하거나 근접한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 해설: ‘HICP’란 무엇인가
HICP(Harmonised Index of Consumer Prices)는 EU 집행위원회(에우로스타트)가 회원국 물가를 비교·집계하기 위해 고안한 지표다. 각국이 자국 통계 방식으로 발표하는 CPI를 ‘조화된 방법론’으로 재산출하기 때문에, 국가 간 물가 수준을 직접 비교할 때 활용된다. 간혹 ‘유럽 CPI’라 불리기도 한다.
예컨대 독일의 공식 CPI와 HICP 간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가계소비 항목 구성이 다소 상이하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은 두 지표를 병행 발표해 투자자·정책당국·학계가 상황을 다각도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장·정책적 함의
첫째, 독일 물가 상승률 안정화는 유로존 전체 인플레이션 감속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은 유로존 GDP의 약 30%를 차지하므로, 물가 흐름이 타 회원국에 미치는 파급력 역시 크다.
둘째, ECB의 정책 유연성이 확대될 수 있다. 물가가 목표 범위에 근접하면, ECB는 금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거나 단계적 인하에 나설 여지를 확보한다. 반대로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 긴축 카드를 재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채권시장은 이미 인플레이션 기대치 하향을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7월 들어 소폭 하락했으며, 투자자들은 물가 안정이 이어질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넷째, 소비 및 기업 비용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낮은 물가는 가계 실질 구매력을 높이고, 기업 원가 부담을 완화해 경기 회복의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
기자 시각: ‘1%대 인플레이션’이 갖는 상징성
물가 상승률이 1%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정책 목표와 상당 부분 부합한다. 다만 에너지·식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Core) 인플레이션이 아직 2% 이상일 가능성이 높아, 정책 결정권자들은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결국 이번 주(州)별 지표는 ‘물가 안정’의 중간 체크포인트로 의미를 가진다. 전국·유로존 지표가 같은 흐름을 보일 경우, 하반기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와 소비심리 회복이 기대된다. 반대로 에너지 가격 급등·외부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물가가 재차 상승할 여지가 있다.
투자자와 정책입안자 모두 31일 발표될 전국 CPI, 8월 1일 공개될 유로존 HICP를 통해 향후 방향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