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트럼프 행정부 제재 이후 로스네프트 독일 자회사 국유화 재검토

[베를린·프랑크푸르트] 독일 정부가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의 독일 사업부를 완전 국유화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 특히 베를린과 동부 독일 전역에 연료를 공급하는 슈베트(Schwedt) 정유소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로스네프트 독일 자회사에 대해 2026년 4월까지 한시적 제재 면제(라이선스)를 부여하면서 독일 정부 내에서는 “영구 면제” 확보와 “국유화” 사이에서 해법 모색이 본격화됐다.

국유화 논의의 배경
독일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로스네프트 독일 자회사에 수탁관리(trusteeship) 체제를 도입했다. 수탁관리는 국가가 기업의 의결권과 운영권을 임시로 대행하는 조치로, 안보·에너지 비상상황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6개월마다 연장되는 임시 조치라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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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미국에서 받은 서한이 임시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영구적인 예외를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산 압류→외국 투자자 매각 시나리오도 검토 중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슈베트 정유소의 전략적 의미
로스네프트 독일 법인은 베를린 북동쪽에 위치한 슈베트 정유소 지분 54.17%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정유소는 베를린 공항 항공유, 동부 독일 주유소 휘발유·경유, 화학산업 원재료를 공급하며, 베를린 연료 수요의 90% 이상을 책임진다.

또한 로스네프트는 카를스루에 인근 MiRo 정유소 지분 24%, 바이에른주 Bayernoil 정유소 지분 28%도 보유 중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독일 내 자산 가치를 약 70억 달러로 추정했지만, 소식통 가운데 한 명은 “실제 가치는 절반 이하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보상 문제와 외교적 리스크
독일 정부가 그동안 직접 국유화를 주저한 이유는 막대한 보상금 부담과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 때문이다. 모스크바는 유럽 내 러시아 자산이 압류될 경우 “대칭 대응”을 경고해 왔으며, 독일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 공장과 지사를 운영 중이어서 역풍 가능성이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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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네프트 매각 시도와 잠재적 인수 후보
로스네프트는 2024년 3월부터 독일 자산 매각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카타르와 카자흐스탄이 2024년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현재도 유효한지는 불투명하다”

고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미하엘 켈너 독일 연방하원 의원(녹색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 사업은 독일에 체계적으로 중요한 자산(systemically important)“이라며 “정부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국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노력
침공 이전까지 독일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직접 수입했다. 현재 로스네프트 독일 자회사는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으나, 해당 원유를 운송하는 ‘드루즈바(Druzhba)’ 파이프라인을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제재 면제의 의미
미 재무부가 발급한 라이선스는 2026년 4월까지다. 2년 반 남짓한 유예 기간이 지나면 로스네프트 독일 자회사는 다시 미 제재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면제 기간 안에 독일이 영구면제를 확보하든, 국유화·매각을 완료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망과 과제
독일 정부는 ▲영구 제재 면제 확보 ▲자산 압류 후 제3국 매각 ▲전면 국유화 등 세 갈림길에 서 있다. 법적 타당성, 재정 부담, 외교적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용어 해설: 1수탁관리(Trusteeship)은 기업 경영권을 국가가 임시로 대행하면서도 자산 소유권은 유지하는 제도다. 2국유화(Nationalisation)는 국가가 자산 소유권까지 인수해 영구적으로 운영하거나 매각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두 제도 모두 국제법·상법·헌법적 논리가 중첩돼 있어 고도의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로스네프트 독일 자회사의 향방은 독일 에너지 안보, 유럽-러시아 관계, 국제 제재 체제의 3대 축이 교차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년 4월 제재 면제 만료 전까지 독일 정부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에 투자자·정치권·시민사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