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증시 동향] 독일 주요 주가 지수인 DAX가 월요일 장에서 1.11% 상승하며 최근 5주 간의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투자자들은 지난주 미국의 새로운 관세(타리프) 발표를 잠시 뒤로하고, 유럽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다시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Nasdaq.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 날 DAX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0.39포인트 오른 23,731.76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각 독일 국채 금리는 큰 변동 없이 횡보했고,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소폭 강세를 나타냈다.
DAX 지수는 지난 금요일(8월 1일) 5주 내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주말을 지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자란도(Zalando), 알리안츠(Allianz), 라인메탈(Rheinmetall),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등 주요 종목이 2.1%에서 3% 사이의 상승률을 보이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특히 보험업 대장주인 알리안츠는 전분기 견조한 이익 지표를 바탕으로 2.5% 상승했다. 방산 및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라인메탈 역시 국방 예산 증가 기대감을 반영해 2.8% 올랐다. 이어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 향수·향료 기업 짐라이즈(Symrise), 건자재 업체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스(Heidelberg Materials) 등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대형 기술·산업주도 지수 견인을 도왔다. 지멘스(Siemens), MTU 에어로엔진스(MTU Aero Engines), 하노버 뤽(Hannover Rueck),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 E.ON이 1.3%~2% 상승 구간에 위치했다.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포르쉐(Porsche), 도이체 텔레콤(Deutsche Telekom), 도이체 뵈르제(Deutsche Boerse)도 소폭이지만 견조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반면 제약 대기업 바이엘(Bayer)은 약 1.4% 하락했다. 최근 진행 중인 미국 내 제초제 소송 부담이 주가에 계속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임러 트럭 홀딩(Daimler Truck Holding)은 1%가량 약세를 나타냈고, 지멘스 헬씨니어스(Siemens Healthineers)와 사르토리우스(Sartorius)는 각각 0.7%, 0.4% 밀렸다.
거시 경제 지표: 유로존 투자 심리 급냉
경제 지표 측면에서도 변수가 발생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의 투자자 신뢰를 나타내는 센틱스(Sentix) 투자자 신뢰지수가 8월 들어 -3.7로 급락했다. 7월의 +4.5에서 단숨에 마이너스로 전환됐으며, 이는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비관’ 영역에 진입한 수치다.
센틱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업체로, 매달 약 2,800명의 기관·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유럽 경기 전망을 조사한다. 0을 중심으로 양(+)수는 낙관, 음(-)수는 비관을 의미한다.
지표 하락은 최근 유럽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미국발 관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대(對)유럽 관세 재부과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독일 수출 의존형 산업에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전문가 해석 및 전망
독일 소재 자산운용사 뒤스부르크 파이낸스(Duisburg Finance)의 마티아스 클라인 수석 전략가는 “이번 반등은 기술적 매수세와 실적 호조가 결합된 결과로 보이지만, 거시 지표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상승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24,000포인트 초반에 위치한 DAX의 200일 이동평균선 돌파 여부가 향후 추세 전환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프랑크푸르트 상업은행(Commerzbank)의 경제 리서치팀은 보고서에서 “센틱스 지수는 실물 경제를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음(-)수 반전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국채 시장에서는 9월 ECB 회의에서 ‘동결 혹은 작은 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반영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번 주 후반에는 미국 7월 고용지표와 독일 7월 공장주문이 순차 발표될 예정이다. 양국의 실물 경제 지표가 동시에 공개되면 글로벌 자금 흐름이 다시 빠르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미국 관세 정책의 세부 일정이나 대상 품목이 구체화될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유럽 제조업·자동차 섹터는 재차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DAX는 지난 6월 고점(24,350p) 대비 아직 600여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단기 저항선(23,800p)을 상향 돌파했지만, 거래량이 크지 않아 추세 추종 보다는 점진적 분할 매수·매도 전략이 권고된다. 주도주 중 하나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반도체 업황 사이클과 직결돼 있어, 미국·아시아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과 가이던스도 함께 모니터링해야 한다.
한편 독일 연방정부는 상반기에만 방위비를 전년 동기 대비 11% 늘렸다. 이에 따라 방산주 라인메탈은 하반기 실적 가이던스 상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럽 그린딜 정책에 맞춰 전력 인프라 투자도 확대되고 있어, 전력·에너지 기업인 E.ON, 지멘스 에너지의 중장기 수혜 전망도 부각된다.
용어 설명
타리프(Tariff)란 국가 간 거래에서 적용되는 ‘관세’를 의미한다. 미국이 특정 국가·품목에 부과할 경우 해당 품목 가격이 상승해 수출기업에 부담을 주고, 상대국은 보복관세로 대응하기도 한다.*
DAX(Deutscher Aktienindex)는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0개 대표 기업으로 구성된 독일의 주가 지수다. 한국의 코스피200과 유사하며, 독일 경제를 상징하는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센틱스 투자자 신뢰지수는 설문을 통해 ‘향후 6개월 경기·시장 전망’을 집계한다. 수치가 플러스면 낙관, 마이너스면 비관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DAX 반등은 단기 매수세 유입과 기업 실적 호전에 따른 기술적 회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유로존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미국의 통상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변동성 확대 국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거시 지표와 기업 실적, 그리고 ECB 통화정책 방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