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생에너지 정책 속도 조절설에 노르덱스 주가 4% 하락

[유럽 증시] 노르덱스 4% 하락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풍력터빈 제조사 노르덱스(Nordex SE) 주가가 12일 유럽 장 초반 4%가량 급락하며 재생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기민∙기사연합(CDU/CSU) 소속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연방총리는 전문 매체 리차지(Recharge)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모든 것을 조금씩 줄일 수 있다면, 적어도 일정 부분에서 확장은 조금 느려지고 공급 안정성은 더 빠르고 확실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의 이 발언은 독일 정부가 2030년까지 추진해온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목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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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ex turbine


정책 전환의 배경과 전망

리차지는 올해 초 독일 연방정부가 의뢰한 에너지 전환 평가 보고서사실상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며, 다음 주 정부 내부 검토를 거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면 2030년 온쇼어(육상) 풍력 설치 목표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육상 풍력은 설치와 유지보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독일 재생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송전망 포화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속도 조절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온쇼어 풍력과 달리 오프쇼어(해상) 풍력은 풍황(風況)이 우수해 발전 효율이 높지만 자본집약적이고 건설 기간이 길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그동안 육상 풍력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전력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가스∙수소 발전 등 다른 전원 믹스를 일부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육상 풍력 목표 조정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빠른 풍력·태양광 확대는 기후 목표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 제프리스 보고서


증권가 반응 및 노르덱스 실적

제프리스(Jefferies)는 이날 고객 메모에서 “독일의 2030년 온쇼어 풍력 목표 축소는 노르덱스에 대한 투자 심리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가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부담이 크지 않고, 실적 하방 위험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제프리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노르덱스는 2분기 독일, 터키, 라트비아에서 수주가 호조를 보이며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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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덱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73% 이상 상승해 재생에너지 업종 가운데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지난 분기(4~6월)에는 조정 EBITDA가 1억 820만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해, 회사 전망치(1억 200만 유로)를 상회했다. 호세 루이스 블랑코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당시 “올해 남은 기간에도 사업 전망이 견조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Nordex stock chart


투자자 관전 포인트

1) 정책 가이드라인 — 다음 주 발표될 에너지 전환 보고서가 정부의 공식 목표치를 어떻게 수정할지가 관건이다. 목표치 축소가 확정될 경우, 노르덱스를 포함한 육상 풍력터빈 제조사들의 수주 파이프라인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수 있다.

2) 공급망 안정성 — 풍력터빈 제조공정은 강철, 희토류 자석, 전력망 장비 등 글로벌 공급망에 크게 의존한다.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한 정책 전환이 규제 완화전력망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업계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3) 벨류에이션 — 노르덱스는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조정 EBITDA 대비 EV 배수가 동종업계 대비 낮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도 존재한다. 다만 이익률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낯선 용어 풀이

온쇼어 풍력(Onshore Wind)은 육지에 설치된 풍력발전 설비를 의미한다. 해상(오프쇼어) 풍력과 비교해 건설비용이 낮지만, 풍속이 약해 발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조정 EBITDA는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상각비를 더하고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핵심 영업이익 지표다.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가늠할 때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