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무장관, 2027년 300억 유로 적자 우려…전 부처에 ‘1% 예산 삭감’ 촉구

독일 정부가 재정 긴축 모드에 돌입한다. 라르스 클링베일(Lars Klingbeil) 연방 재무장관은 2027년 예상되는 예산 적자 300억 유로(약 43조 원)를 해소하기 위해 전 부처에 대대적인 예산 절감을 주문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클링베일 장관은 각 부처 차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2027년부터 재정 압력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며 “부처별 책임과 지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사업을 재정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라르스 클링베일 독일 재무장관

클링베일 장관은 효율성 심사 및 퍼포먼스기반 예산제*를 통해 연방 지출의 최소 1%를 2027년 예산에서 절감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약 30억 유로 규모에 해당한다.

*퍼포먼스기반 예산제(performance-based budgeting)는 정책·사업의 성과지표를 근거로 예산 배분을 결정하는 제도다. ‘성과 중심 경영’을 도입해 중복‧비효율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긴축 경고는 독일 내각이 지난 7월 승인한 2026년 초안 예산 직후 나왔다. 해당 초안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과 2025년 대비 3배 늘어난 차입을 포함해 재정 건전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클링베일 장관은 “투자 확대와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토끼를 잡으려면 성장효과가 미미한 지출부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운영 로드맵
재무부는 9월 초 차관급 회의를 열어 2027년 예산과 2030년까지의 중기 재정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각 부처의 구체적 삭감 목표치우선순위 투자 분야가 발표될 전망이다.

전망 및 평가
전문가들은 독일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슐트 브레밍(채무제한 규칙)’을 지키면서 동시에 녹색전환·디지털화 투자까지 추진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이 재정 건전성을 확고히 해야 유로존 전체의 통화·채권시장 안정성이 담보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EU 재정 규율 복원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부처들은 이미 연구·개발(R&D), 사회복지, 국방 예산 등 ‘불가피한 확대 필요성이 큰 영역’과 행정 효율화, 보조금 축소처럼 조정 가능성이 큰 영역 사이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예산을 담당하는 경제기후보호부는 “탄소중립·재생에너지 확대는 독일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예외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영향
독일 국채(Bund) 시장은 이미 재정 긴축 기대를 선반영하며 장기물 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투자은행들은 “재정 건전성 강화가 독일 신용도(AAA)에 긍정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반면, 경기 둔화 국면에서 공공투자·복지 지출이 축소될 경우 내수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클링베일 장관의 과제
전문가들은 ‘1% 삭감’이 목표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독일경제연구소(DIW)는 “인구 고령화베이비붐 세대 은퇴에너지 구조 전환 비용을 고려하면, 추가 절감 또는 세수 확대 없이는 2027년 재정적자 해소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무부 내부에서도 ‘디지털 세’ 같은 신규 과세, 보조금 구조조정 등 다층적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클링베일 장관은 끝으로 “아우토반(고속도로) 확장, 국방 현대화, 사회보장 시스템 개혁 등 반드시 필요하지만 비용이 큰 프로젝트우선순위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제한 차입’이라는 유혹보다 재정 규율을 앞세우겠다는 명확한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