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무장관 “이란 핵합의 협상, 시간 촉박…신속한 실질적 대응 필요”

〈베를린발 긴급 진단〉 독일 외무장관 요한 바데풀(Johann Wadephul)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과 관련해 “협상 종료 시한이 임박했다”고 경고하며, 이란 측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바데풀 장관은 영국·프랑스 외무장관 및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의 협의 직후 X(구 트위터)에 글을 올려 “스냅백(snapback) 제재가 발동되지 않으려면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검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스냅백의 시효가 만료되도록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공은 이란에 있다.” —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

스냅백 제재란 무엇인가? 스냅백은 2015년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1에 삽입된 자동 복원 조항으로, 협정 당사국이 이란의 의무 불이행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에 통보할 경우 30일 이내에 모든 국제 제재가 자동으로 부활하는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이란이 농축우라늄 한도를 넘기거나 사찰을 거부하는 등 중대한 위반을 저지르면, 별도의 표결 없이도 2015년 이전 수준의 전면 제재가 회복된다.


정치 국장급 회담 예고

바데풀 장관은 “향후 1주일 내에 유럽 3국(E3)과 이란 측 정치 국장들이 만나기로 했다”며, 이는 실무선에서 타개책을 모색하기 위한 사전조율 자리라고 설명했다. 회담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럽 외교가에서는 빈(오스트리아)이나 브뤼셀(벨기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 수장인 조제프 보렐(Josep Borrell)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포용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E3—즉 독일·프랑스·영국—의 공조 방침에 힘을 실었다. 프랑스 외교부는 “구속력 있는 사찰 체계농축 수준 상한선을 포함하는 투명한 로드맵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측 반응 및 현지 변수

테헤란 정부는 지난달 말 “제재 해제와 경제 보장”을 전제로 부분적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유럽 측은 “검증 가능성이 낮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이란이 60 %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121.6㎏까지 축적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무기-grade(90 %)에 근접한 수치라는 점에서 국제사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란 내부 정치도 변수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의회 선거를 앞두고 강경 보수파가 결집하면서, 서방과의 ‘굴욕적 타협’을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반면, 경제제재로 인한 인플레이션(현재 연 39 % 추정)과 실업률 상승(청년층 22 %)으로 민생고가 심화돼, 실리를 찾으려는 중도·개혁파도 적지 않다는 내부 관측이 나온다.


국제 금융·원자재 시장 파급 가능성

국제 원유가격은 ‘이란 변수’에 민감하다. 만약 스냅백 발동으로 이란산 원유 일 120만 배럴 규모가 시장에서 다시 막히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7달러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제기된다. 유럽 기업들의 이란 투자(자동차·화학·항공 등)가 동결될 경우, EU 역내 GDP에도 0.1~0.2 %p 역풍이 불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반면, 협상이 타결돼 제재 완화가 현실화되면 이란은 하루 300만 배럴까지 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긴축적 원유 공급 상황이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 시각

튀빙겐대학교 중동정치센터사라 나임 박사는 “독일이 공개적으로 시한을 못박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말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유럽이 주도권을 행사할 ‘전략적 공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클라우스 볼프 연구위원은 “스냅백 발동 시 유로화 표시 무역결제 시스템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이는 유럽 제조업 PMI에 추가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며, 기업들은 리스크 헤지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자 해설

그간 E3 국가는 ‘상황 관리’에 방점을 찍어왔으나, 이날 메시지는 ‘최후통첩’에 가깝다. 유럽의 전력·식량 가격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ECB와 각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 여력도 축소될 수 있다.

결국 향후 몇 주가 분수령이다. 이란 정치 국장급 회담에서 우라늄 농축 상한, 사찰 확대 범위, 제재 단계적 해제 등 세부안이 도출된다면, 연말 전후로 고위급 타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상대가 강경 보수파 주도 ‘새 내각’으로 넘어갈 경우,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향후 일정

  • 8월 말 : E3–이란 정치 국장 회담
  • 9월 중 : IAEA 정기 이사회, 이란 핵 활동 보고서 발표
  • 10월 : UN 총회 고위급 주간, 외무장관 회담 가능성
  • 연말 : 스냅백 제재 발동 시한 임박

시장과 국제사회의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유럽의 ‘합의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고 있다. 협상이 조속히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제재–완화–재제재의 악순환이 반복될지는 테헤란의 선택에 달려 있다.

1 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P5+1(미·영·프·중·러 + 독) 및 EU가 체결한 핵 프로그램 제한·제재 완화 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