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글로벌 기술 콘퍼런스 웹서밋(Web Summit)이 이달 초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세계적 논의의 중심지가 됐다. 행사에는 3만 명이 넘는 창업자·투자자·전문가들이 모여 기술을 시연하고 토론하며 향후 AI의 방향성을 놓고 논의했다.
2026년 02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3일간의 행사에서 카타르 재단(Qatar Foundation for Education, Science and Community Development) 의장인 셰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Sheikha Moza bint Nasser)는 이 행사를 “혁신의 샌드박스”라고 규정했다. 독일계 투자은행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AG)의 보고서는 행사 전반에 걸쳐 관통한 세 가지 주요 주제를 제시했다.
첫째, AI는 거의 모든 기술의 기반 또는 향상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Meta Platforms Inc.), 음성합성 기업 일레븐랩스(ElevenLabs), 양자 컴퓨팅 기업 앨리스 앤 밥(Alice & Bob) 등 다양한 기업들이 패널과 데모에 참여했다. 보고서는 대형 기업이 도입 문제를 겪는 동안에도 작은 기업들이 AI로 사업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반복해서 강조됐다고 전했다.
“어떤 회사든 경쟁할 수 있게 해준다. 한두 명의 엔지니어 팀을 수백 명 팀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라고 페이스북(현 메타) 공동창업자이자 B Capital 공동창업자 겸 공동대표인 에두아르도 사베린(Eduardo Saverin)이 말했다.
둘째,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이 점차 범용화되며 성능이나 비용의 미세한 차이로 차별화를 시도하기보다는 특화된 솔루션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일레븐랩스의 최고경영자 마티 스타니셰프스키(Mati Staniszewski)는 신뢰성과 전문성이 강화된 텍스트-투-보이스(text-to-voice)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AI 에이전트가 결합된 전화(telephony) 시스템에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AI 자체에 대한 인식(초점)을 넘어서야 한다. 음성 활성화 장치가 기술을 배경화해서 고객이 혜택을 ‘느끼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라고 스타니셰프스키는 말했다.
셋째, 지리적·정치적 긴장 속에서 공급망, 에너지 시스템, 데이터 인프라의 회복력(resilience)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자기업 앨리스 앤 밥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테오 페로닌(Théau Peronnin)은 정보화 시대에는 국가가 컴퓨팅 자원(compute)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급 확보, 소스 다변화, 충분한 컴퓨팅 자원 보장을 의미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유럽 기술만으로 구성된 고객지원 챗봇을 제공하는 네덜란드의 신생 기업 ASE 클라우드 서비스(ASE Cloud Services)가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프랑스의 AI 모델 제조사인 미스트랄(Mistral)을 기본 모델로 사용하고 애플리케이션 레이어까지 전부 유럽 기술로 구현했다. 회사 측은 자사 시스템이 기존 챗봇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95% 절감한다고 밝혔다. 공동창업자 알랭 반 즈볼(Alain van Zwol)은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시대에 이보다 더 주권적인(sovereign) 선택은 드물다”고 말했다. ASE는 현재 네덜란드의 8개 공공기관과 시민 대상 정보 서비스 제공을 논의 중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중동의 야심과 자본 유입도 이번 행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보고서는 미국이 최첨단 모델과 데이터센터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중국이 오픈소스 모델과 대규모 데이터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가운데, 중동은 풍부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및 탄소 기반의 에너지를 활용해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서비스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창업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역량도 있음을 지적했다.
행사 개막에서 카타르의 총리 겸 외무장관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타니(Sheikh Mohammed bin Abdulrahman bin Jassim Al-Thani)는 카타르 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의 펀드오브펀즈(Fund of Funds) 프로그램에 추가 20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총 출자액은 30억 달러가 됐고, 프로그램은 현재 카타르에서 12개의 지역 및 국제 펀드 매니저를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 공동창업자 토마스 차오(Thomas Tsao)는 “모든 국가가 일정 수준의 회복력을 확보하려 생각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에 거대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B Capital의 공동창업자 겸 공동대표인 라지 갱굴리(Raj Ganguly)는 지난해 카타르에 지역 본사를 여는 일이 “매우 쉬웠다”며 “카타르 정부가 얼마나 외향적으로(글로벌 지향) 움직이는지 놀랍다. 카타르의 모든 주체가 지역 및 글로벌 비즈니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대형 언어 모델(LLM) : 자연어 처리 능력을 기반으로 텍스트 생성·요약·번역 등을 수행하는 대규모 AI 모델을 의미한다. 대표적 예시로는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개발된 다양한 모델이 있다. 이러한 모델은 데이터와 계산 자원(컴퓨트)을 대량으로 소모한다.
AI 에이전트 : 사용자 명령을 받아 자율적으로 여러 행동(정보 검색, 일정 관리, 통화 응대 등)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주체를 말한다. 전화(telephony) 시스템과 결합될 경우, 자동 응대·상담·업무 처리의 자동화가 가능하다.
펀드오브펀즈(Fund of Funds) : 여러 운용사(펀드)에 자본을 배분하는 투자 구조로, 개별 펀드의 성과와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간접적으로 다양한 전략에 투자한다.
시장·정책적 시사점 및 향후 영향 전망
이번 웹서밋에서 제시된 논점들은 향후 몇 가지 경제적 영향을 시사한다. 첫째, 특화형 AI 솔루션의 부상은 인력 생산성 향상과 소프트웨어 업종의 구조적 재편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단기 프로젝트 기반 팀이 AI를 도입하면 단위 노동비용 대비 생산성이 높아져 인수합병(M&A)과 벤처투자 환경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둘째, 데이터센터와 컴퓨트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특히 중동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건설은 글로벌 데이터 흐름과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관련 인프라 건설·전력 공급·냉각 기술 등 연관 산업의 투자 확대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주권적(sovereign) AI 인프라와 유럽 규제를 준수하는 솔루션의 등장은 기업들이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수요를 충족시켜 지역별 AI 생태계의 분화를 가속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중동·아시아 간 데이터 보호·에너지 조달·기술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과 협력이 병행될 전망이다. 넷째, 카타르와 같은 국부펀드의 적극적 자본 투입(예: 카타르 투자청의 펀드오브펀즈 30억 달러)은 지역 내 벤처허브 형성에 기여해 글로벌 스타트업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AI 모델 제공업체,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인프라, 에너지·냉각 솔루션 업체, 규제 준수형 소프트웨어 및 보안 서비스 등이 중장기 수혜 업종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빠른 상용화와 규제 환경의 변화는 기업별 성과 변동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규제 리스크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결론
도하에서 열린 웹서밋은 AI가 단순한 기술적 흐름을 넘어 산업 구조와 지정학적 자원 배치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임을 확인시켰다. 행사 참여자들과 도이치뱅크의 분석은 AI의 상용화가 지역별 에너지·컴퓨트 전략, 규제 준수 요구, 그리고 자본 유입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의 변화를 수반할 것임을 시사한다. 기업과 정책 당국, 투자자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면밀히 관찰해 전략적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