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산성 호조와 물가를 둘러싼 낙관론이 커지고 있지만,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이 같은 흐름이 가격 압력을 완전히 제거할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이치뱅크의 수석 경제학자 매슈 루제티(Matthew Luzzetti)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2년간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1990년대 후반 확장기 이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으나, 인구 구조 변화와 무역정책 변수가 이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인공지능(AI)의 도입 확대가 결합하면서 향후에도 견조한 생산성 증가가 기대된다”면서도, 이러한 긍정적 시나리오가 인구 고령화·이민 규제·관세 인상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 1990년대와의 비교 — 닮은 듯 다른 환경
1990년대 후반 미국은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덕분에 생산성 붐을 경험했지만, 물가는 안정적이었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연준 의장은 “생산성 향상 덕분에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릴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펼쳤고, 실제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4% 성장과 목표치 이하의 물가상승률, 낮은 실업률이라는 ‘골디락스’ 국면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비슷한 생산성 패러다임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당시와 달리 노동공급과 글로벌화라는 두 축이 약화됐다.” — 도이치뱅크 보고서
보고서는 특히 ‘긍정적 노동공급 쇼크’가 역전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인구가 고령화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역시 단기·중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변수로 지목됐다. 관세는 기업들로 하여금 비효율적 생산 체계(less efficient production)로 전환하도록 압박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 생산성 — 핵심 개념 풀이
생산성(Productivity)은 동일한 시간·노동·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산출을 만들어 내는지를 뜻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오르면 기업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제품·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관세·노동력 부족 등으로 비용이 상승하면 이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관세(Tariff)는 정부가 수입 품목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기업 부담이 증가하며, 경우에 따라 국내 생산 전환이 이뤄지지만 이는 자원배분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 통화정책 함의 — 연준의 딜레마
루제티 연구진은 “생산성 개선을 근거로 1990년대처럼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스탠스를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다”며, 연준이 물가·고용·금리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이달 초 200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는 고용·투자를 자극하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도이치뱅크는 “생산성 호조가 통화완화의 충분조건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AI와 자동화는 생산성 상승을 견인할 잠재력이 크지만, 노동인구 둔화·글로벌 분업 약화·관세 인상이 맞물릴 경우 그 효과가 제약될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릴 ‘여지’를 좁힐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 기자 시각 — 정책·시장 참여자에게 주는 시사점
첫째, 기업·투자자는 생산성 추세와 관세 정책 변화를 동시에 모니터링해야 한다. 생산성 개선만 보고 비용 구조를 무시하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둘째, 정책당국은 노동공급 확대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이민 억제 정책이 생산성 효과를 잠식한다면, 성장·물가 안정 목표 모두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셋째, 투자 전략 측면에서 생산성 관련 수혜 섹터—AI, 자동화, 효율화 솔루션—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나, 관세·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비용 리스크를 헤지(hedge)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