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Deutsche Bank)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픈AI(OpenAI)의 차세대 언어모델 GPT-5의 기술적 진화와 시장 파급력을 분석하며 “GPT-5가 중요한 여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2025년 8월 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GPT-5의 속도·정확성·활용성을 두루 끌어올린 점에 주목하며 “GPT-4가 ‘우수한 대학생’ 수준이었다면 GPT-5는 ‘박사급 전문가 팀’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과 같다”는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의 발언을 인용했다.
보고서는 특히 GPT-5가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로 향하는 결정적 도약은 아니지만, “모델 규모 확장이 성능을 계속 끌어올릴 수 있는가”라는 시장의 회의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고 평가한다. 이는 이른바 ‘스케일링 법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실증적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 자동 모드 전환으로 사용자 편의성 극대화
종전까지 ChatGPT 사용자는 ‘라이트(light)’·‘프로(pro)’ 등 다양한 모델을 수동으로 골라야 했으나, GPT-5는 질문 난이도에 따라 빠르고 단순한 응답에서 느리지만 복합적인 추론 모드로 스스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UI/UX 단절이 사라지고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2. 사전 탑재된 퍼스널리티(성향)와 레이아웃·장황도 조절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맞춤형 캐릭터(예: 엄격한 편집자, 창의적 작가)를 클릭 한 번으로 불러오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달변·간결·테크니컬 등 장황(verbosity) 스위치가 더해져, 전문직·학생·개발자 모두가 상황별 최적 답변을 얻을 수 있다.
3. 구글 지메일·캘린더 등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
도이체방크 보고서는 GPT-5가 일정 관리·메일 요약 등을 실시간 자동화함으로써 “또 하나의 디지털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365 코파일럿(Copilot)에 곧장 이식돼 개인·기업·개발자용 라인업을 확장한다.
4. ‘바이브 코딩(vibe coding)’1 심화
1 바이브 코딩은 자연어 프롬프트만으로 웹사이트·게임·앱을 스케치하듯 제작하는 개발 방식을 뜻한다. 보고서는 GPT-5가 장시간 태스크 관리·디버깅까지 지원해 해당 트렌드를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5. API 수익 모델 강화
오픈AI의 연간 반복 매출(ARR) 120억 달러 가운데 약 30억 달러가 API에서 발생한다. 경쟁사 앤스로픽(Anthropic) 역시 유사한 비중을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코딩 활용도가 곧 상업적 체력”이라며 GPT-5 업그레이드가 개발자 생태계를 한층 공고히 할 것으로 평가했다.
6. 밸류에이션 및 자금 조달 모멘텀
오픈AI는 직원 지분을 5000억 달러 기업가치로 세컨더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4월 3000억 달러 대비 상승). 또한 미 연방정부 전 기관에 ‘ChatGPT 엔터프라이즈’를 1개 기관당 연 1달러에 제공하겠다고 밝혀 공공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GPT-5는 내 ‘최애 모델’이다” — 개발자 사이먼 윌리슨(Simon Willison)
윌리슨은 “응답 재현성이 GPT-4 대비 월등하다”며 상업 환경에서의 안정성을 치켜세웠다. 와튼스쿨의 에단 몰릭(Ethan Mollick) 교수 역시 “자기주도적 업무 수행 능력”을 강조했다.
경쟁 구도와 인력 확보 전쟁
GPT-5가 월 57억 회 방문을 기록한 반면, 구글 지미니(Gemini)는 7억 회, 중국 딥시크(DeepSeek)는 그 절반 수준에 머문다. 그러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xAI의 Grok 4가 이미 더 낫다”고 주장하며 경쟁 심리를 자극했다.
메타(Meta)는 1억 달러 이상 연봉 패키지로 AI 인재를 포섭하고, 앤스로픽은 1,700억 달러 가치로 평가된다. xAI 역시 최대 2,000억 달러 밸류를 모색 중이다.
고성능 반도체 수요 지속
보고서는 “엔비디아(Nvidia) GPU를 탑재한 데이터센터에 4,000억 달러 규모 투자가 예상된다”며,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 집행이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낯선 개념·용어 해설
슈퍼인텔리전스: 인간 지능을 압도적으로 초월한 인공지능 상태를 의미한다. GPT-5는 이 단계까지 진입하지는 않았으나, 지능 확장 곡선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 훈련 가중치가 공개된 AI 모델로, 연구·개발자가 자유롭게 수정·배포할 수 있다. 오픈AI가 5년 만에 처음 공개했다는 점에서 생태계 개방 신호로 해석된다.
바이브 코딩: 명세서보다 분위기(vibe)를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자동 작성·보정하는 패러다임이다. GPT-5의 컨텍스트 윈도(window) 확대가 이를 실현한다.
도이체방크는 결론적으로 “GPT-5는 근본적 체계를 뒤흔든다기보다는 기존 의문—‘확장할수록 성능이 오르는가’—에 확실한 해답을 제시했다”면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투자 촉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