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Deutsche Bank)가 영국 가전 전자상거래업체 AO 월드(AO World)의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135펜스(p)에서 105펜스(p)로 22.2% 낮췄다. 이번 조정은 주가가 현재 밸류에이션상 공정 가치에 근접했으며, 향후 실적 성장세가 보다 ‘정상화(normalized)’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앨리슨 라이조(Alison Lygo)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서치 노트를 통해 “FY28(2027/28 회계연도)까지 실적 추정치를 확장해 산출한 결과, 현 주가 수준에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는 2024/25 회계연도(FY25)까지 AO 월드가 B2C(기업-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두 자릿수(10% 이상) 매출 성장을 입증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성장률이 고점에 도달한 뒤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이전보다 보수적인 수치로 모델을 업데이트했다.
■ ‘정상화’ 단계 진입 배경
라이조 애널리스트는 “FY25 이후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 중·후반대로 둔화될 것”이라며 “이는 팬데믹 수혜와 선제적 온라인 전환 효과가 소멸된 데 따른 자연스러운 기저효과(base effect)”라고 분석했다.
“현 주가는 이러한 성장률 둔화를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어, ‘매수’ 관점에서의 매력도는 약해졌다”
고 밝혔다.
AO 월드는 백색가전(white goods) 교체 시장의 안정적 수요를 기반으로 해왔으나, 최근 소형가전·생활가전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나 ‘클릭앤콜렉트(click-and-collect)’ 서비스를 제공하는 옴니채널(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유통사 등 강력한 경쟁자가 포진해 있다.
■ ‘멤버십 프로그램’이 관건
AO 측은 공격적 가격 인하 전략은 채택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이에 따라 멤버십 구독 모델의 부가가치 증명이 향후 실적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조 애널리스트는 “AO 월드가 자사 강점으로 내세우는 ‘2인 배송(two-man delivery)’ 효율성과 높은 고객 서비스는 소형가전 시장에서 경쟁우위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멤버십 제도는 고객의 ‘지갑 점유율(wallet share)’을 확대해 반복 구매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출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고객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유인이 충분한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FY’란 ‘Fiscal Year(회계연도)’의 약자로, 영국 상장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4월 1일~다음 해 3월 31일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실적 발표 시점과 기업 가이던스 참조 시 이 같은 기간 차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시장 일각에서는 “멤버십을 통해 서비스·설치·수리까지 통합한 ‘올인원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AO 월드가 가격 경쟁 없이도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CAPEX(설비투자)와 물류 네트워크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라이조 애널리스트 역시 “멤버십 가치 제고가 가능함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보수적 시각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멤버십 경제(subscription economy) 성장률과 영국 소비심리지수 추이를 AO 월드의 중요한 선행지표로 평가한다. 최근 영국 내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고가 가전 교체 수요가 단기에 큰 폭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AO 월드가 가격 외의 편익—예컨대 신속한 배송·설치, 친환경 리사이클링 서비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홍보·패키징하느냐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결론
종합하면, 도이체방크는 AO 월드 주가가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 모멘텀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투자의견을 ‘보유’로 내렸다. 멤버십 프로그램의 실효성, 소형가전으로의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경쟁 심화가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따라서 향후 FY26~FY28 실적 가이던스, 멤버십 가입률 추이가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