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트럼프 지명자가 연준에 미칠 파장 면밀 분석

도이체방크 리서치(Deutsche Bank Research)는 최근 메모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Fed) 의장직 승계 구도가 올가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말이면 차기 의장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제롬 파월 현 의장이 물러날 경우 후임자가 현 연준 이사(Board of Governors) 출신이 아니라면, 지난 8월 1일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의 공석을 우선 채우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쿠글러의 공석에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 백악관 수석 경제고문을 전격 지명했다. 쿠글러는 원래 내년 1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으나, 예고 없이 사임서를 제출했다.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할 경우, 미란은 곧바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는 점이 이번 인선의 핵심이다.

Federal Reserve

미란은 과거부터 트럼프 노선을 적극 지지해 온 ‘친(親) 트럼프’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과 ‘급격한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차례 공개적으로 충돌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번 지명과 관련해 “미란의 임기는 일시적(temporary)일 수 있으나, 필요하다면 연장할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 도이체방크가 그린 ‘3단계 시나리오’

도이체방크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미란이 백악관의 연내 금리 인하 요구를 강경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그의 합류가 ①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재검토, ② 중앙은행 구조 개편 논의, ③ 궁극적으로는 연준 독립성 약화로 이어질 위험성을 경고했다. 다만 “수개월에 불과한 짧은 임기가 변화를 강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차기 의장 선임 시 일대 논쟁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를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 중 하나로 꼽았다. 월러 이사는 지난 수년간 매파·비둘기파 스펙트럼을 오가며 비교적 균형 잡힌 통화정책 스탠스를 보여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 용어 설명: 연준의 ‘이사회(Board of Governors)’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7명의 이사로 구성된 기관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표결권을 가진다. FOMC는 이사회 7명에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을 더해 총 12명이 정책 금리를 정한다.

도이체방크는 “차기 의장은 동료 위원들에게 ‘덜 긴축적이고 더 완화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할 역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외부 출신 후보들은 연준 비판 전력이 있거나 정치적 부담을 동반할 경우,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인해 금리 인하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Congress

● 기자 시각: 단기 효과는 미미, 구조적 논쟁 촉발 가능성은 상당

현재 시점에서 미란의 단독 영향력은 의사결정 구조상 제한적이다. 그러나 단기 금리 노이즈와 별개로, ‘연준 조직 개편’ 또는 ‘정책 프레임 재정의’제도적 레버리지를 건드릴 가능성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리적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FOMC 구성원의 발언 수위와 미디어 브리핑 룰을 조정하는 ‘커뮤니케이션 리뷰’는 금융시장의 포워드 가이던스 해석에 직접적 변수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2025년 4분기 이후 지속적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올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채권 애널리스트는 “만일 미란·트럼프 라인이 연내 두 차례 이상 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할 경우, 장·단기금리 스프레드가 추가 압축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 상원 인준 절차와 시장의 ‘시간 싸움’

미국 상원은 관행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을 존중해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양당 대치가 심화되며 인준 속도가 지연되는 일이 잦았다. 미란의 경우에도 ▲정당 간 정치적 이해관계, ▲연준 독립성 논쟁, ▲개인적 자격 검증 등 복합 변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 인준이 지연될수록 FOMC 공석이 장기화되고,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키울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통상 인준 청문회는 세 차례 이상 질의응답을 거치며, 최종 표결까지 평균 60~90일이 소요된다. 만약 청문회 일정이 중간선거 국면과 겹칠 경우, 정치적 ‘레버리지 카드’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 결론: ‘포스트 파월’ 시대를 향한 서막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이지만, 차기 의장 인선 논의는 이미 정치·시장 양축에서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다.

미란 지명은 그 자체로는 전략적 전초전에 가깝다. 그러나 도이체방크가 지적하듯, 이번 인선이 연준 구조개혁, 통화정책 프레임 변화라는 ‘큰 그림’ 논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시장 참여자들은 ① 인준 속도, ② FOMC 회의록 톤, ③ 차기 의장 후보군 발언세 갈래 변수를 종합적으로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