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리서치가 스위스 물류기업 쿠네앤나겔(Kuehne+Nagel)과 독일 물류대기업 DHL그룹에 대한 투자 의견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며 글로벌 운송·물류 업종 전반에 경고음을 울렸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두 기업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각각 쿠네앤나겔 182스위스프랑(CHF), DHL 42유로(€)로 대폭 축소했다.
쿠네앤나겔의 목표가 조정 폭은 무려 43프랑(기존 225프랑 대비 19% 하향)에 달하며, 이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거시 지표 악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리서치 책임자 앤디 추(Andy Chu)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 특히 3분기에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실적의 의미 있는 하락(material step down)’이 불가피하다”라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05시 42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쿠네앤나겔 주가는 전일 대비 7.2% 급락해 181.30프랑 선에서 거래됐다. 애널리스트는 “미·EU 지역에서 ‘전면적 경기침체(full-blown recession)’ 가능성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고용·소비심리 등 핵심 지표가 확연히 약화되고 있다”며 상품 소비 둔화를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9월 기준 전년 대비 약 3% 늘어나는 데 그칠 것” – 도이체방크 dbDataInsights
도이체방크가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 dbDataInsights로 분석한 결과, 9월 글로벌 해상 컨테이너 운송 성장률은 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계됐다. 이는 팬데믹 직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슈퍼 사이클’과 대비되는 수치다.
단기 촉매 부재…“컨센서스가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앤디 추 애널리스트는 일회성 호재가 전무한 상황에서 불안정한 운임(해상·항공), 잠재적 경기침체, 무역 규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5년 쿠네앤나겔 영업이익(EBIT)을 13억5천만프랑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블룸버그 컨센서스 15억프랑과 회사 자체 가이던스(14억5천만~16억5천만프랑) 모두를 밑돈다.
DHL그룹 역시 투자의견 ‘보유’로 하향됐다. 도이체방크는 신규 목표가를 47유로→42유로(-11%)로 제시하며, “미국의 관세 부과 확대와 디 미니미스(De Minimis) 규칙 폐지 움직임이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디 미니미스 규칙이란 해외 직구 물품처럼 소액·소량 물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미국이 해당 기준을 강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DHL 등 국제 특송사는 상품 검사·통관 비용이 증가해 최대 2억유로 수준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발(發) 관세 정책 변동과 디 미니미스 규칙 개정이 현실화하면, DHL의 연간 가이던스 달성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다”며, 2억유로 상당의 부정적 영향이 “현재 회사 예측치에 과소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진단 – ‘단거리 랠리’보다 ‘방어적 포트폴리오’가 필요
국제 무역학계는 유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물류 병목 잔존 등을 복합 요인으로 꼽으며 “서비스형 소비 비중 확대 및 재고 과잉” 탓에 화물량 반등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운송주보다 소비재·헬스케어·방어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자 역시 현재 ‘모멘텀 부재’ 국면에서 무리한 저가매수보다 현금흐름이 견조한 기업 혹은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으로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냉각되는 글로벌 물류: 주요 수치 요약
• 쿠네앤나겔 투자의견: 매수 → 보유
• 신규 목표주가: 225CHF → 182CHF
• 3분기 실적: 전년·전 분기 대비 ‘의미 있는 하락’ 전망
• 2025년 EBIT 전망: 13.5억CHF(컨센서스·가이던스 하단보다 낮음)
• DHL 투자의견: 매수 → 보유
• 신규 목표주가: 47€ → 42€
• 디 미니미스 규칙 변화 시 최대 2억€ 비용 증가 가능성
결국 도이체방크는 “글로벌 경기·교역 정상화 전까지 물류 섹터 전반이 ‘이익 체질 개선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기간 주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므로,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