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가 일본 중부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새로운 차량 조립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투자는 국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는 해당 공장을 2030년대 초까지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아직 어떤 차종을 생산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같은 날 발표된 2025 회계연도 4~6월(1분기) 실적과 함께 이번 내용을 공개했다.
“Production models have yet to be decided.”1
— 도요타자동차 공식 자료 중
도요타는 새 공장에 투입될 구체적인 차종이나 설비 규모, 투자액 등을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언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수요, 기술 트렌드, 전동화 로드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규 공장 건설
일본 내 승용차 판매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차량 소유 트렌드 변화로 인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도요타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짓는 것은 ‘핵심 기술·노하우 유출 방지’와 ‘하이엔드 모델 생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조립공장(Assembly Plant)이란?
차량 부품·플랫폼을 모듈화해 최종 완성차를 생산하는 제조 시설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바디·도장·조립·품질검사 등 4대 공정을 수행하며,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도요타는 ‘TPS(Toyota Production System)’로 대표되는 린 생산 방식을 통해 공정 효율성을 극대화해왔다.
미·일 무역 이슈와 도요타의 대미 수출 전략
이번 결정은 미국 전·현직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무역 불균형 공세 속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대거 유입돼 대규모 무역적자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도요타가 미국에 판매하는 차량 중 상당수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도요타는 ‘Made in USA’ 전략으로 현지 소비자 신뢰를 얻는 동시에 관세·물류 리스크를 최소화해 왔다. 그럼에도 일본 본사에서는 연간 3백만 대 생산량을 유지하고, 이 중 절반가량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3백만 대 체제’를 고수해 왔다. 이번 신규 공장은 바로 그 체제를 장기적으로 뒷받침할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무역적자(Trade Deficit)란?
한 나라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클 때 발생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자동차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해 왔으며, 일본·독일 브랜드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전문가 시각: “전동화·자율주행 전환 대비 카드”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결정을 ‘전동화·자율주행 패러다임’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한다. 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본국에서 진행해 품질 관리와 특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그린 혁신 기금 및 지방산업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탄소중립·지역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러한 정책 기조에 발맞춰 공장 설비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고, AI·IoT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망 및 파급 효과
첫째, 지역 경제 측면에서 아이치현·도요타시 일대의 부품업체와 물류·서비스 산업에 수천 명 규모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공급망 리스크가 완화돼 글로벌 생산·판매 계획의 유연성이 커질 전망이다. 셋째, 도요타가 축적해 온 하이브리드 기술과의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신규 투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에 직접적인 심리적 압박을 주는 동시에, 기술 표준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상징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혼다·닛산 등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국내 재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론 및 기자 의견
단기적으로는 생산 차종 미확정, 투자액·고용 규모 불투명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도요타가 ‘3백만 대 국내 생산’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전동화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본국 생산 거점을 확충한다는 결정은 장기적인 기술 주권 확보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포석이라 평가할 수 있다.
향후 도요타가 구체적인 생산 차종·규모·투자액을 공개하고, 공장 설계에 탄소중립·스마트제조 요소를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의 지원 수위와 지역사회 협력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 과정에서 ‘도요타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