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매 물가(Producer Price Index, PPI)가 7월에 전월 대비 0.9% 급등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상승 폭은 2022년 6월 이후 최대치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완화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25년 8월 14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이 발표한 PPI는 월가가 예상한 0.2% 상승치를 여섯 배 이상 상회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ore) PPI 또한 0.9% 올라 0.3% 상승을 예상했던 시장 기대치를 크게 넘어섰다. 식품·에너지·무역 서비스를 모두 제외한 지표는 0.6% 상승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헤드라인 PPI는 3.3% 상승해 2% 물가 목표를 고수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서비스 부문 물가는 1.1% 올라 역시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을 나타냈으며, 무역 서비스 마진은 2% 상승했다. 특히 서비스 상승분의 30%는 기계 및 장비 도매 부문의 3.8% 상승이 견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PPI 상승은 공급망 상의 물가 압력이 아직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시장 반응
PPI 지표 발표 직후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하락 전환했고, 2년물 국채 금리 등 단기물 금리는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재고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번 주 초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 부근에 그쳤다는 이유로 자본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거의 확실시해 왔다. 그러나 CME그룹의 FedWatch에 따르면 PPI 발표 이후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소폭 하락했다.
데이터 신뢰성 논란
한편 BLS의 통계 정확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전임 BLS 국장을 해임하고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소속 경제학자 E. J. 안토니(E.J. Antoni)를 차기 국장으로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는 BLS가 발표하는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의 정확성을 보장할 때까지 보고서를 잠정 중단하자는 견해를 피력해 온 인물이다.
BLS는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으로 인해 데이터 수집 방식을 조정해 왔다. 이번 7월 PPI 발표는 350개에 달하는 세부 물가 항목을 삭제한 뒤 처음 공개된 보고서다.
용어 설명*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가 받는 상품·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추적해 도매 단계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CPI(Consumer Price Index)가 소비자 단계의 물가를 보여 준다면, PPI는 그 이전 단계인 공급망 가격 흐름을 보여 주어 “파이프라인 인플레이션”이라고도 불린다.
무역 서비스 마진은 도매상·소매상이 상품을 판매할 때 붙이는 마진율 변화를 나타낸다. 즉 실제 재고 비용이 아닌 판매 수익률 변화이므로 서비스 물가 압력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FedWatch는 파생상품 시장에 기초해 연방기금금리의 향후 변동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계산·제시하는 도구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가 연준 정책을 가늠할 때 핵심 참고 지표로 활용한다.
전문가 시각
이번 결과만으로 연준의 정책 경로가 완전히 변경되지는 않겠지만,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의 부진한 둔화”가 다시 한 번 드러난 만큼 연준 위원들의 내부 논의는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 냉각 조짐이 미미한 가운데 공급망 관련 비용이 재차 상승한다면, 연준은 금리 인하의 속도와 시점을 늦추거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9월 FOMC 전까지 나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8월 CPI, 고용지표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완고하게 높게 유지될 경우, 주식 및 고위험 자산에 대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수 있다.
결국 “향후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경로가 연준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타를 쥐게 될 것”이라는 점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