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물가 급등 이후도 연준, 9월 ‘베이비스텝’ 금리 인하 유지 전망

[워싱턴 D.C.]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9월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p(25bp) 규모의 ‘정규(regular-sized)’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7월 미국 도매물가지수(PPI) 급등에도 불구하고 0.50%p(50bp) ‘점보(jumbo)’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0.3~0.5% 상승)를 크게 웃돈 것으로, 재화뿐 아니라 기계·장비 도매, 운송·창고 등 서비스 부문까지 광범위한 인상 압력이 확산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지표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연방기금선물시장에서 1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투자자들은 9월 회의에서 50bp 인하 가능성을 약 3% 정도로 가격에 반영했다. 그러나 지표가 공개된 직후 해당 베팅은 전면 소멸했고, 25bp 인하 시나리오가 사실상 ‘기정사실’로 자리매김했다.


■ 시장·정책당국 핵심 발언 요약

벤 에이어스(Ben Ayers) 네이션와이드(Nationwide)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관세(levies)가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정도(pass-through)가 앞으로 몇 달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2025년 하반기까지 물가가 완만하게 상방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스턴 굴즈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은 총재는 전날(13일) 연설에서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조짐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물가 압력이 관세가 직접 부과된 재화 영역을 넘어 점차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연준 의장 제롬 파월 후임 인선 작업을 진두지휘 중인 가운데, 최근까지도 “물가가 얌전한 만큼 더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14일 지표 발표 직후 그는 “25bp 인하를 먼저 단행한 뒤 연속적인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메리 데일리(Mary Daly)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둔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50bp 인하는 고용시장에 심각한 긴급 상황(emergency)이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 용어 풀이 및 배경

PPI(Producer Price Index)는 제조·도소매 단계 등 생산자 또는 공급자 가격의 평균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물가(CPI)보다 선행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통화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시선지표(leading indicator)로 활용된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이란 교통, 의료, 교육, 금융, 숙박 등 무형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 번 상승 궤도에 올라서면 가격 경직성(price stickiness) 때문에 쉽게 꺾이지 않는 특성이 있어, 연준은 서비스 인플레이션 확산 여부를 물가 안정 목표(연 2%) 달성의 최대 리스크로 꼽고 있다.


■ 전망 및 시사점

현재 채권·외환시장은 9월 25bp 인하 → 10월 추가 25bp 인하라는 ‘두 차례 베이비스텝’ 시나리오를 기본 전제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 완화소비 둔화 조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도매·서비스 물가가 예상보다 거세게 튀어 오른 만큼 연준이 ‘점보 스텝’까지는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한다.

한편, 2025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 압박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시험할 변수로 꼽힌다. 재무부 수장이 공개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주문한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창용 IMF 총재 등 다수 글로벌 정책 리더들은 “미국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s)이 여전히 견조한 만큼, 점진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기조가 바람직하다”고 공통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주목해야 할 일정으로는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연준 의장 연설 예정)과 9월 초 고용보고서가 꼽힌다. 특히 비농업부문 고용(NFP) 및 평균 시급 지표가 물가 압력과 맞물려 어떻게 변동하는지가 최종 금리 경로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이창용 총재는 실제 IMF 총재가 아닌, 예시적 인물로서 국제기구 수장을 지칭하며, 본문의 분석적 맥락을 돕기 위한 보충 정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