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업계에서 델타항공(Delta Air Lines)과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이 수익 면에서 ‘양강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두 회사는 2024년 미국 7대 항공사 총이익의 86% 이상을 차지하며, 나머지 항공사들과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2025년 7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유나이티드의 스콧 커비(Scott Kirby) 최고경영자는 “우리(유나이티드)와 델타, 그리고 그 외 항공사가 있을 뿐”이라며 경쟁 구도를 단순화했다.
2024년 항공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4% 미만으로, 미국 대형 기업 평균(약 20%)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델타·유나이티드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프리미엄 좌석 집중 전략
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이미 상위 4개 항공사(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가 국내 공급석의 75%가량을 점유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두 회사의 실적 우위가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커비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콜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두 항공사가 승자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멜리어스리서치(Melius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코너 커닝햄(Conor Cunningham)은 “그가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커비 CEO는 CNBC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올 3분기 예약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2025년 실적 가이던스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관제사 부족으로 2·3분기 수익이 일정 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① 경기 둔화 속 ‘값싸진’ 이코노미 좌석
전통적 성수기인 여름에도 국내선 항공권 가격이 3.5% 하락(6월 전년 대비)하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과 대조를 이뤘다. 사우스웨스트의 밥 조던(Bob Jordan) CEO는 “여름 항공권이 세일에 들어간 건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베이커(Jamie Baker) 애널리스트는 “일부 항공사는 성수기에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잉공급을 지적했다. 그는 “물 위로 고개를 잠시 내밀기 위해 최대한 많은 좌석을 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항공업계 호황이 영원할 수는 없다. 오르는 것이 있으면 내려가는 법이다.” — 코너 커닝햄
② 국제선·프리미엄, 양강의 방공호
델타와 유나이티드는 국제노선과 프리미엄 좌석을 기반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2분기 유나이티드의 국내 단위수익(RASM)은 7% 감소했으나, 국제선은 환태평양 노선 호조로 낙폭이 적었다. 델타 역시 국내수익이 5% 줄었지만 전체 감소폭은 3%에 그쳤다.
용어 설명*
*RASM(Available Seat Mile당 수익)은 공급좌석 1마일당 벌어들인 매출로, 항공사의 가격지위와 수익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델타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x) 제휴 카드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해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클래스 수익도 5% 늘었다. 유나이티드는 장거리 ‘폴라리스(POLARIS)’ 비즈니스석을 개편하고 전용 라운지를 확대했다. 앤드루 노셀라(Andrew Nocella) 최고상업책임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높은 수익을 내고 있어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③ ‘수익 다변화’ 실험 가속
중저가 항공사도 추가 수익원을 모색 중이다. 사우스웨스트는 5월부터 수하물 유료화 및 지정 좌석제 도입을 발표했고, 여유 공간이 넓은 좌석 판매로 프리미엄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올해 현재까지 사우스웨스트 주가는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상승세다.
델타는 기내 앞부분에도 ‘세분화(Fare Segmentation)’를 적용해 서비스·가격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글렌 하우엔스타인(Glen Hauenstein) 사장은 “메인캐빈에서 성공한 모델을 프리미엄 캐빈으로 확대해 고객 요구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이 ‘비행기 운임 외’ 수익을 늘리는 한편, 비용 절감과 노선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경기 둔화·원가 상승 리스크를 넘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④ 델타·유나이티드, 경쟁이냐 공존이냐
커비 CEO는 델타의 LA·시카고발 홍콩 노선 진입에 대해 “하루 6,000편을 운영하는 우리에게는 큰 위협이 아니다”라며 “경쟁사가 손해를 감수하며 따라오는 건 오히려 우리 전략이 성공적임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⑤ 기자의 시각
분석 — 단거리·이코노미 중심 수익모델은 공급과잉에 취약하다. 반면 델타·유나이티드는 ‘네트워크 규모+프리미엄 좌석+로열티 프로그램’이라는 3중 방어막으로 변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제선 장거리 수요와 기업 출장 수요가 회복되는 한, 두 회사의 독주 구도는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