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너선 스템펠(Reuters)·인베스팅닷컴—미국 주요 항공사 델타 에어라인스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스가 ‘창문 없는 창가 좌석’을 유료로 판매했다는 이유로 승객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두 항공사를 상대로 한 이번 소송은 각각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델타)과 샌프란시스코 북부 연방지방법원(유나이티드)에 접수됐으며, 각 항공사당 100만 명이 넘는 승객을 원고로 하는 제안된 집단소송 형태다.
원고 측은 “창가 좌석”을 선택하기 위해 추가 요금을 지불했으나 실제로는 에어컨 덕트·전기 배선·기타 부품 설치로 인해 창문이 막힌 좌석에 배정됐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상 기종은 보잉 737, 보잉 757, 에어버스 A321로, 해당 기종 일부 좌석은 원래 창문이 있어야 하지만 구조적 이유로 막혀 있다는 설명이다.
“표시 없이 판매, 경쟁사와 대조적”
소장에 따르면 델타와 유나이티드는 예약 과정에서 해당 좌석이 창문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알래스카항공·아메리칸항공 등 경쟁사가 좌석 배정 시 이 같은 정보를 표기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원고들은 “비행 공포증 완화, 멀미 예방, 어린이 시야 확보, 자연광 확보” 등을 이유로 창가 좌석을 선택했다며, 진작 알았다면 선택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좌석이 창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원고와 집단 구성원들은 해당 좌석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며, 특히 추가 요금을 결제하지 않았을 것이다.”(유나이티드 소장 중)
델타와 유나이티드 모두 각각 애틀랜타·시카고에 본사를 둔 항공사다. 양사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앵실러리(부가) 수익’ 구조와 논란
항공업계에서 ‘앵실러리 수익(Ancillary Revenue)’은 좌석 선택료, 수하물 요금, 기내 업그레이드, 라운지 이용료 등 운임 외에 발생하는 모든 부가 수익을 뜻한다*. 항공사는 이를 통해 기본 운임을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보 비대칭을 악용해 과도한 부가 요금을 부과한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용어 설명: 앵실러리(부가) 수익이란 항공사가 항공권 외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추가 수입을 말한다. 최근 항공사 수익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다.
소송 주요 인물·사건 번호
뉴욕 소송은 브루클린 거주자 니콜라스 메이어가, 샌프란시스코 소송은 마크 브렌먼·로스앤젤레스 거주자 아비바 코파켄이 각각 대표 원고를 맡았다. 코파켄은 유나이티드 항공편 세 차례 중 두 번의 창문 없는 좌석 선택료만 환불받았고, 나머지 한 차례는 환불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송 번호는 각각 Meyer v. Delta Air Lines Inc., 동부 뉴욕지방법원 25-04608, Brenman et al. v. United Airlines Inc., 북부 캘리포니아지방법원 25-06995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 카터 그린바움 변호사는 “‘제3자 좌석 리뷰 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항공사가 잘못된 상품 설명 책임에서 면책될 수는 없다”며 “기업은 제품의 본질을 허위로 알린 뒤 소비자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승객들은 ‘시트구루(SeatGuru)’와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좌석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항공사가 제공해야 할 핵심 정보를 소비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당하다는 논리다.
업계 파급 영향과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미 항공사 부가 요금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만약 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줄 경우, 델타와 유나이티드는 막대한 손해배상 부담뿐 아니라 예약 시스템 내 투명성 강화를 위한 기술·운영 비용도 추가로 떠안을 수 있다. 이는 향후 다른 항공사에게도 선례가 돼, 좌석·수하물·기내 서비스 등 각종 부가 요금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게 만드는 ‘도미노 효과’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송이 ‘제안된’ 집단소송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집단소송 인증(class certification)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통상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①공통성(commonality) ②대표성(typicality) ③충분한 대표원고(adequacy)가 충족돼야 집단소송이 성립된다. 양 항공사 모두 강력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와 투자자들은 향후 법원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는 투명한 정보 제공이 소비자 신뢰를 좌우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향후 항공사들이 창가·통로·출구열 좌석 등 세부 정보를 예약 단계에서 명시할지 여부가 소비자 권리 보호와 기업 경영 투명성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