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Copenhagen – 덴마크 정부가 자국 대표 제약사 노보노르디스크(Novo Nordisk)의 대규모 감원 계획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 전반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니콜라이 바멘(Nicolai Wammen) 덴마크 재무장관은 기자 인터뷰에서 “노보노르디스크가 직면한 재정적 도전이 우리 거시경제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보노르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웨고비(Wegovy)’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했으나, 최근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전 세계 직원 9,00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5,000명이 덴마크 근무 인력이다.
◆ 감원 규모와 최근 성장률 비교
덴마크는 600만 명 인구를 바탕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38,000개의 순고용 증가를 기록했다. 바멘 장관은 “5,000명 감원이 전체 고용 흐름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라며 구조조정을 면밀히 주시하되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덴마크 정부는 2025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에도 핵심 조정 변수로 노보노르디스크의 둔화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실업률은 역사적 저점”임을 강조했다.
“덴마크는 9년 연속 재정흑자를 달성했고, 유럽 국가 중 가장 큰 흑자 폭을 유지해 왔다.” — 니콜라이 바멘 재무장관
◆ 주요 제조·수출 기업의 완충 역할
덴마크 경제는 해운사 AP 몰러메르스크(Maersk), 맥주회사 칼스버그(Carlsberg), 완구기업 레고(Lego),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Vestas) 등 다각화된 수출 대기업에 힘입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바멘 장관은 “노키아 의존도가 높았던 핀란드와 달리, 덴마크는 단일 기업 의존도가 낮다”면서 과거 핀란드가 겪은 ‘노키아 쇼크’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노키아가 급격히 몰락하면서 핀란드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사례를 상기시키는 질문에 대해 그는 “노보노르디스크는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덴마크 기업”이라고 답했다.
◆ 용어·배경 설명
웨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은 모두 GLP-1(인크레틴) 유사체 기반 치료제다. 체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활용한다. 웨고비는 미국 FDA 승인을 통해 고도비만 및 체중관리 시장을 열었고,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 신약은 원료 확보, 생산능력, 보험 급여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수익성 변동이 크다. 최근 감원 발표 역시 공급망 최적화 및 R&D 재배치라는 전략적 배경을 반영한다.
◆ 시장 반응 및 전망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노보노르디스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장기 성장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아직 기준금리나 통화정책 변경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바멘 장관은 인터뷰 말미에 “지속가능한 복지 모델과 건전한 재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공공부문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혁신에 무게를 두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편집자주: 덴마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약 30% 안팎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안정적인 재정 운용은 환율 고정제(덴마크 크로네–유로 페그제) 유지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