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하락하고 달러는 두 달 만의 저점 부근에서 횡보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내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의 핵심 지표와 주요 중앙은행 회의를 앞두고 조심스러운 관망세를 보였다.
2025년 12월 1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이날 장에서 아시아 증시는 큰 폭의 하락을 보였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위험자산에 대한 방어적 심리가 지속되며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도 압박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전 거래일에 2주 만의 저점을 기록한 뒤 안정세를 보이며 $56,407.53에 거래되었고, 안전자산 금은 온스당 $4,307.69 수준에서 거래되며 전일 대비 0.15%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되는 미국의 결합 고용보고서(10·11월)과 주중 발표될 물가 보고서(목요일)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번 물가 보고서는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의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일부 핵심 세부 항목의 데이터 수집이 제한되어 있어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수별로 보면 MSCI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광범위 지수는 초반 거래에서 1% 하락했다. 도쿄의 닛케이와 한국의 벤치마크 지수는 각각 1% 이상 하락했다. 나스닥 선물과 유럽 선물은 각각 약 0.5% 하락해 장 초반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이번 주 시장은 미국 거시 흐름의 미니 리셋(mini ‘reset’)으로 간주되고 있다. 고용, 물가, 소매판매 등 데이터가 촘촘한 시간표로 연달아 나오면서 금리 프라이싱을 빠르게 재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진단은 삭소(Saxo)의 최고투자전략가 차루 차나나(Charu Chanana)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2026년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은 내년에 최소 두 차례 이상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차나나는 “데이터가 혼재되거나 다소 완화된 흐름이면 소프트 랜딩(경기 연착륙) 서사가 유지될 수 있지만, 대규모 위험자산 랠리를 촉발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짜 리스크는 매파적 서프라이즈(hawkish surprise)다. 물가나 고용이 예상보다 뜨겁게 나오면 금리가 급등하고 특히 장기 성장주와 같은 장기지향 위험자산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제시되었다.
한편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에 종료되는 가운데 연준 의장 후보군에 관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매파적이지 않은(도비시한) 연준 의장에 대한 기대는 내년 금리 인하이라는 베팅을 더욱 강화한 측면이 있다.
이번 주 주요 중앙은행의 결정도 시장의 관심사다. 영란은행(BoE)은 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반면, 일본은행(BOJ)은 금리 인상이 유력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대체로 금리 동결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ECB에 대해서는 내년에 유럽이 금리 인상을 재개할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남아 있다.
환율 측면에서는 유로가 $1.1752에 거래되며 전일에 10월 초 이후 최고치를 터치했다. 파운드는 소폭 약세로 $1.3369를 기록했다. 달러지수(DXY)는 98.295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거의 두 달 내 최저 수준 근처에 머물렀다. 일본 엔화는 BOJ 정책결정을 앞두고 달러당 ¥155.07로 강세를 보였다.
Allianz Global Investors의 글로벌 멀티에셋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레고르 히르트(Gregor Hirt)는 “시장의 반응은 BOJ의 커뮤니케이션 뉘앙스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명확히 약속하지 못하면서도 매파적 인상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히르트는 “BOJ가 데이터 의존성을 강조하며 이번 인상의 효과를 평가한 뒤 추가 조치를 결정하는 쪽을 택하면 시장은 이를 신중하거나 도비시한 신호로 해석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 용어 설명
달러 지수(Dollar Index)는 달러를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통화 6개와 비교한 종합 지표다. MSCI의 광범위 지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의 전반적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지역별 위험선호를 빠르게 반영한다. 선물(futures)은 기초자산의 미래 인도·결제를 약정하는 파생상품으로, 주가지수 선물의 하락은 현물장(실제 주식시장)의 약세를 예고하기도 한다.
원자재 동향
원유는 공급과 수요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60.32로 0.4% 하락했고, 미국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56.6로 0.39% 하락했다. 두 원유 계약은 전주에 4% 이상 급락했는데, 이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전망과 함께 최근 미-베네수엘라 긴장 고조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가능성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모두 고려한 결과였다.
시장에 대한 분석과 향후 영향
첫째, 이번 주 발표되는 고용과 물가 지표는 연준의 추가 금리 경로(금리 인하 시기·규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국채 수익률 상승이 불가피하며 이는 성장주 중심의 고평가 자산군에 대한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가 약화되면 소프트 랜딩 시나리오가 강화되며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될 여지가 있다.
둘째,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아시아 통화 및 국채 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일본의 정책 정상화는 엔화 강세와 더불어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특히 수출·수입 관련 주식 및 채권 비중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 BOJ의 언급 방식이 중요하다; 명확한 향후 금리 경로를 제시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일부 완화되지만, 반대로 데이터 의존성을 강조하면 신중한 시장 반응이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유럽과 영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유로·파운드의 단기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영란은행이 금리 인하 경로를 택하면 파운드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ECB가 예상대로 동결한다면 유로는 상대적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통화 흐름은 수입물가, 기업의 환위험 관리 및 수출입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넷째, 원유 시장에서는 공급 우려와 수요 둔화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베네수엘라 긴장 고조는 단기적 공급 차질 우려를 높이나, 장기적으론 2026년 공급과잉 전망이 더 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에너지 업종의 투자 전략 수립 시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
투자자 시사점으로는, 단기적으로는 데이터 발표 전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내에서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자산(장기 성장주, 고평가 기술주 등)의 비중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은행 회의 결과에 따라 환율과 채권·원자재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으므로 헤지(hedge) 전략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약하면, 이번 주 나오는 미국의 고용·물가 지표와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은 2026년 금리·환율·자산배분에 결정적 신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현재 데이터와 중앙은행 발언에 따라 급격히 재가격될 수 있는 민감한 상태에 있으며, 투자자들은 단기적 리스크 관리와 함께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