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고용·물가 지표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최대 상업은행 가운데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5년을 앞둔 시장전망 노트에서 “정책 결정권자들이 사실상 ‘계기판이 꺼진 채’ 비행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지표 공백 여부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5년 11월 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BofA 소속 아디티야 바베·매슈 옙 이코노미스트는 다수 위원이 이미 노동시장 하방 위험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어 올해 최소 75bp(0.75%포인트) 추가 인하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9월 회의에서 제시된 이른바 ‘도트 플롯’(Dot Plot)*의 전망치와 궤를 같이한다.
*도트 플롯은 FOMC 위원들이 내놓은 향후 금리 전망치를 점(dot)으로 표시한 차트로, 시장이 연준의 ‘집단적 기대’를 가늠하는 주요 단서다.
■ 지표 부재 시(Scenario 1): “9월 도트 플롯대로 간다”
BofA는 셧다운이 장기화돼 12월 회의 전까지 새로운 고용보고서(Nonfarm Payrolls)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지 않는다면, 매파보다는 비둘기파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온건 매파’가 노동시장 둔화를 근거로 추가 인하를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강경 매파인 마이클 바(연준 부의장), 오스틴 굴스비(시카고 연은 총재), 아드리아나 쿠겔러(연준 이사), 로리 로건(댈러스 연은 총재) 등 7명의 FOMC 위원은 올 한 해 단 한 차례 인하만을 점쳤다. BofA는 이 가운데 바·굴스비·무살렘·슈미트 4인이 “세 번째 인하는 지나치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12월 회의에서는 최소 한 명의 매파 반대표와, 반대로 미란 달 비둘기파의 인하 요구 반대표가 동시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 부분 데이터 확보 시(Scenario 2): “지표 세부 흐름이 관건”
11월 말까지 정부가 재가동돼 9월 고용보고서만이라도 발표된다면, 단일 강한 고용수치가 나와도 파월 의장이 다시 ‘동결’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BofA는 밝혔다. 다만 9·10월 두 달치 지표가 모두 공개되고 실업률이 4.3%로 유지되는 동시에 소비·생산 등 활동지표가 견조하다면, 인하 시점을 2026년으로 미룰 여지도 남아 있다.
셧다운이 조기 종료돼 노동통계국(BLS)이 11월 고용지표까지 정상적으로 발표할 경우엔 상황이 더욱 미묘해진다. 실업률이 4.3% 아래로 내려가면 추가 인하 필요성이 약화되지만, 4.5%에 근접하면 인하 압력이 커진다.
“만약 4.4%에 머문다면, 12월 결정은 초박빙이 될 것이며 최종 판단은 물가 흐름 등 폭넓은 데이터에 좌우될 것”이라고 BofA는 평가했다.
■ 물가: ‘단 하나의 허용된’ CPI가 던진 시사점
정부 업무 중단에도 9월 CPI는 ‘필수 통계’로 간주돼 예외적으로 보고됐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0.4%)를 하회했고, 연율은 3.0%를 기록해 전달 대비 0.1%포인트 높아졌다. 식품·에너지 제외 핵심 CPI는 0.2%(전년비 3.0%) 상승해 두 달 연속 0.3% 상승에서 둔화됐다.
BofA는 “단 한 건의 물가 지표만으로도 이번 주 첫 번째(연내 두 번째) 인하 가능성은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12월 세 번째 인하까지 선반영하고 있다”면서,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한 옵션·파생상품 전략이 필요하다”는 투자의견도 덧붙였다.
■ 용어 해설: 매파·비둘기파
매파(Hawk)는 물가 상승 억제를 우선시해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위원을 지칭한다. 반대로 비둘기파(Dove)는 고용 촉진 및 경기 부양을 선호하며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입장을 말한다. FOMC 의사결정은 이 두 세력 간 힘겨루기로 요약된다.
■ 기자 시각
연준의 ‘데이터 의존성(data dependency)’ 기조가 이번만큼 시험대에 오른 적은 드물다. 정보 공백이 길어질수록 정책 리스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결과적으로 12월 회의는 ‘데이터 vs. 리스크 관리’라는 두 축이 맞서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필자는 ‘4.4%의 실업률’을 경계 수준으로 본다. 만약 4.4% 이상이라면 파월 의장은 경기 하방 리스크를 근거로 선제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역시 한 건의 CPI·한 건의 고용지표에 과도하게 베팅하기보다는, 셧다운 종료 일정·주간 실업수당 청구 등 ‘고빈도(high-frequency)’ 데이터를 면밀히 추적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중장기채권과 기술주 성장주는 정책 불확실성에 민감하므로 변동성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