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사라진 경제” – 장기 셧다운이 만든 통계 공백과 달러 패권 균열, 그리고 2026년까지의 투자 지형도

1. 문제 제기: 숫자가 사라진 세계에서 투자자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

2025년 10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미 연방정부는 또다시 셧다운에 돌입했다. 이전과 달리 이번 정국이 시장의 시선에서 특별한 이유는 ‘장기화 가능성’과 ‘데이터 보이(Void)’라는 두 단어 때문이다. 노동통계국(BLS), 상무부, 농무부 등 핵심 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매주·매월 발표돼 오던 고용·물가·소비·수급 지표가 대거 중단됐다. 숫자는 투자자의 나침반이다. 나침반이 사라진 시장에서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달러 패권이었다. 달러 인덱스(DXY)는 셧다운 돌입 당일 0.19% 하락해 1주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왑시장은 10월 FOMC 25bp 인하 확률을 100%로 가격에 반영했다. 본 칼럼은 향후 1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는 ‘통계 공백’이 연준 정책, 달러 가치, 채권·주식·원자재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심층 분석한다.


2. 셧다운 메커니즘과 전례: 이번은 무엇이 다른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의회가 예산이나 임시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을 통과시키지 못할 때 자동 발동된다. 1976년 의회예산제도법 제정 이후 20차례 이상 발생했지만 평균 기간은 8.8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2019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35일, 2023년 14일 등 점차 장기화 양상이 나타났다. 차이점은 세 가지다.

  • 정치 양극화: 하원의장 연임 실패, 상·하원 간 예산 프레임 충돌이 극단화돼 ‘타협의 여지’가 과거보다 협소하다.
  • 거시 여건: 2025년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 복귀를 선언했지만 ADP 민간 고용은 -32,000명, ISM 제조업은 49.1로 경기 둔화 신호가 확연하다. 정책 불확실성이 실물 경기 둔화와 동시발생(dual shock) 중이다.
  • 데이터 의존도: 팬데믹 이후 실물·금융 모두 고빈도 지표 의존도가 급증했다. 셧다운이 만든 ‘데이터 블랙홀’은 정책·투자 판단의 오차범위를 과거보다 훨씬 키운다.

3. 통계 공백이 연준에 미칠 결정적 변수

FOMC는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를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BLS가 비농업 고용·소비자물가지수(CPI)를, 상무부가 소매판매·GDP 잠정치를, 농무부가 WASDE·곡물 재고를 발표하지 못할 경우, 연준의 의사결정은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예컨대 민간 카드결제, ADP, 민간 인플레이션 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정책 오류 리스크를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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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정책 행동 12개월 후 결과
1) 디지털 대체지표 과소평가 → 실제 인플레 재가열 과도한 금리 인하 근원 PCE 3% 상회, 달러 약세 지속
2) 디지털 지표 과대평가 → 경기침체 과소평가 금리 동결 또는 추가 인상 실업률 5% 초과, S&P 500 -15%

연준의 통화정책이 통계 왜곡에 노출될 경우 글로벌 자금은 위험 프리미엄을 재조정한다. 채권 수익률곡선 스티프닝, 달러 디레버리징, 엔·스위스프랑 강세 등이 대표적이다.


4. 채권시장: 수익률곡선, T-노트 수급, 그리고 ‘유동성 함정’

현재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ADP 쇼크 직후 4.092%로 하락했다. 셧다운 2주 연장을 가정할 경우, 채권시장은 ① 데이터 공백에 따른 ‘안전자산 매입’, ② 연준 조기 완화 베팅, ③ 재정 악화 우려의 상쇄로 복합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장기 시나리오 분석

  1. 셧다운 2주 이내 종결: 10년물 4.2~4.5% 박스권, 2–10년 역전폭 -30bp 유지.
  2. 셧다운 4주 지속: 정부채 발행 일정 지연→단기물 공급 축소, 장단기 금리차 -50bp로 역전 확대, 2년물 4.1% 하락.
  3. 셧다운 8주 이상: 2024년 예산안 삭감 논쟁 재점화, 신용평가사 ‘부정적 전망’ 경고, 10년물 4% 붕괴 후 3.75%까지 하락 가능.

요컨대 장기 셧다운은 곡선을 평탄화가 아닌 재역전(inversion 2.0)시킬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장단기 스프레드 거래, 달러 블록 환헤지 채권, TIPS 포지셔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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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달러 패권 균열과 다극화 통화 질서

DXY는 셧다운·고용 부진 여파로 97선 중반까지 밀렸다. 연간 저점(95.3)을 하회할 경우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 원자재·귀금속 강세: 금은 사상 최고치, 은 14년래 고점 갱신은 이미 현실화됐다.
  • 신흥국 통화 리밸런싱: 달러 약세 → EM FX 강세 → 외채 상환 부담 완화 → 성장률 서프라이즈 가능성.
  • CBDC·역내결제망 가속: 달러 결제 지연이 빈번해지면 브라질·인도·러시아·중국(BRIC)을 축으로 한 대안 결제 네트워크가 확산될 여지가 있다.

2026년까지의 달러 지형도

필자는 3-단계 경로를 제시한다. ① 2025년 Q4: 셧다운 종료 직후 ‘데이터 재개’로 단기 달러 반등, ② 2026년 상반기: 연준 완화 사이클·재정적자 누적에 따른 구조적 하락, ③ 2026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 반등·유럽·일본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밴드형 횡보(93~98). 결과적으로 향후 18개월은 달러약세→단기 반등→완만한 하락의 트리플 패턴이 전망된다.


6. 실물경제·기업이익: “회계연도 2026 이익 추정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FactSet에 따르면 셧다운 당시 S&P 500 기업 중 22%가 3분기 실적 상향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그러나 통계 공백이 6주 이상 이어지면 이익 가이던스의 신뢰 구간은 크게 넓어진다. 역사적으로 2013년 16일 셧다운 동안 Bloomberg EPS Dispersion Index는 15%p 급등했다. 이번에 35일을 초과할 경우 필자는 20~25%p 확대를 예상한다. 이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섹터별 장기 타격도

섹터 가장 큰 리스크 변수 12개월 EPS 성장전망(기존→조정)
IT(반도체 제외) 연준 완화로 할인율↓ 긍정, 그러나 달러 약세로 해외 매출 환산손실 +9.0% → +7.0%
소비재 고용 불확실·금리 리스크, 재고조정 지연 +6.5% → +4.0%
에너지 유가 변동성 확대, Capex 축소 우려 +4.0% → +1.5%
산업재 연방 인프라 예산 지연, 수주공백 +8.2% → +2.5%
금융 수익률곡선 재역전, 대손충당금 증가 +5.8% → +1.0%

결론적으로 S&P 500 2026년 컨센서스 EPS는 270달러대 초반에서 250달러대 후반까지 7~8% 하향 조정될 소지가 있다.


7. 원자재·농산물: 달러 약세가 먹여살릴 ‘슈퍼사이클 미니 버전’

금·은이 전형적인 셧다운 수혜라면 곡물·면화는 ‘달러효과+공급 변수’의 복합지대를 형성한다. 면화·곡물 기사에서 확인되듯 달러 약세에도 옥수수·대두·밀은 재고 충격으로 하락했으나, ① 달러지수 95 붕괴, ② 남미 기상 변수, ③ 바이오연료 정책 강화가 맞물리면 2026년 상반기부터 가격 반등 여지가 있다.

특히 옥수수는 에탄올 혼합률 상향(환경보호국 EPA 2026 목표안)과 재고 감소 전환 시점이 겹치면 $5.00/bu 재돌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두는 중국 재고·브라질 공급이 변수지만 9달러 초반은 중장기 매수 기회이며, 면화는 60센트 지지선이 장기 캐리전략의 손익분기다.


8. 투자전략: “데이터 블랙홀 시대의 포트폴리오 3.0”

(1) 채권: 3단계 컷(off-run) 7~10년 T-Note 바이·롤 전략과 단기 T-Bill 오버웨이트를 병행한다. 변동성은 장기물 숏옵션 매도로 대응.

(2) 주식: 저변동성(저(低) 베타)·고배당 섹터 비중 확대. EPS 하향 내성이 높은 의약·필수소비재에 주목한다. 또한 달러 약세 헤지를 위해 ADR보다는 직접 외국 지수 ETF(예: MSCI EM ex-China)를 활용한다.

(3) 원자재: 금·은 ETF 비중을 5→8%로, 농산물 인덱스 ETN 2→4%로 늘리고, 백워데이션 구조가 심한 면화·옥수수는 콜 스프레드 전략으로 리스크를 제한한다.

(4) 통화: EUR/USD 1.10 돌파 시점까지 부분 환헷지 해제, USD/JPY 140 밑에선 수익실현. 장기 달러 하락 베팅은 DXY 풋(OPM)보다 유로화·엔화 실물 보유가 비용 효율적이다.


9. 정책·규제 프론트러너 체크리스트

FOMC 의사록에 “실시간 대체지표” 언급 빈도가 증가하는지. ② 의회예산국(CBO) 재정적자 수정치 발표 시점. ③ S&P·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아웃룩 변화. ④ EPA의 바이오연료 의무혼합 비율 최종 발표. ⑤ ECB·BOJ의 디커플링 발언 수위.


10. 결론: “데이터 부재는 리스크가 아니라 가격 발견의 재편”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이터 대체재”를 찾는다. 이는 민간 고빈도 데이터, AI 예측 모형,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수급지표 등 신규 에코시스템 탄생을 의미한다. 달러 패권 균열도 결국 정보 인프라가 미국 정부 독점에서 분산형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의 한 단면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피하기보다 가격 결정 구조의 진화에 올라타야 한다. 2026년까지 이어질 “데이터 공백→정책 오류 리스크→통화 다극화” 3단 충격은 위기이자 기회다. 달러 약세·채권 랠리·원자재 반등이 교차하는 ‘신(新) 이중 국면’을 선제 대응하는 자에게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보상이 돌아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중석(경제·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