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 상담가 데이브 램지(Dave Ramsey)가 수십 년 동안 반복해 온 ‘독설’ 섞인 돈 관리 조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램지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저서 등을 통해 가계부채 탈출과 재산 증식을 돕는 실용적 지침을 제시해 왔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램지는 팬데믹 이후 급변한 노동·금융 시장에서 특히 유효한 7가지 핵심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조언 자체는 간단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냉정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에서는 램지가 강조한 7대 원칙을 구체적 사례·용어 해설·전문가 시각과 함께 정리했다.
1. 부업(side hustle)을 통해 추가 소득 창출
램지는 “월급만으로는 부(富)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 어렵다”며 부업을 적극 권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부업은 전통적인 야간 아르바이트뿐 아니라 우버·도어대시 같은 플랫폼 노동, 온라인 튜터링,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 등 장소 제약이 적은 원격·디지털 형태를 포함한다.
용어 설명 : ‘Side hustle’은 본업 외 시간에 수행해 추가 수입을 올리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AI 번역, 온라인 코스 제작 등 초저비용·무점포 모델이 각광받는다.
그는 “부업 수입은 전액 빚 상환 또는 투자 종잣돈으로 투입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 투자보다 우선해야 할 고금리 부채 상환
램지는 모든 형태의 신용카드 부채를 즉시 청산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 신용카드 평균 금리는 19.99%~29.99% APR(연이자율)에 달한다. 그는 “이자율 20%를 뛰어넘는 투자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할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못 박았다.
용어 설명 : ‘APR(Annual Percentage Rate)’은 수수료를 포함한 실질 연이자율이다. 표면금리보다 부담이 크다.
램지는 “투자 수익은 불확실하지만, 대출 이자는 확실히 빠져나간다”며 부채 상환이 ‘무위험 20% 수익률’과 동일하다고 비유했다.
3. ‘멋 부리기’ 부채 금지
“외관은 부자인데 잔고는 빈털터리인 사람”을 램지는 ‘파산 직전의 허세 부자’라 부른다. 그는 고급 승용차 리스·명품 가방·루프탑 파티 등 과시용 소비를 빚으로 충당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채로 가꾼 화려함은 언젠가 이자 폭탄으로 돌아온다.” — 데이브 램지
4. 주택 비용, 세후 소득의 25% 이내로 제한
재무 설계 업계에는 ‘28% 주택 원칙’(세전 또는 총소득 대비 28% 이하)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램지는 이를 더 보수적으로 잡아 세후(실수령) 소득의 25% 이하를 제시한다.
‘높은 금리·주택 가격’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감안하더라도, 그는 “불편함이 변화를 만든다”며 소득 증대·비용 절감을 병행해 해당 비율에 도달할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5. 친구·가족에게 돈 빌려주지 않기
가족·지인은 상환 압박이 약해 체계적 회수가 어렵다. 램지는 “돈 거래가 관계를 갉아먹는다”고 경고한다. 실제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조사에서도 ‘개인 간 채무 불이행’이 명절·경조사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램지는 “줄 수 있는 돈이 아니라면, 애초에 빌려주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6. 대학 학위, ‘투자 대비 수익’ 점검 필수
램지는 “대부분의 전공은 6자릿수 학자금 대출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최근 구글·애플·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학위 미요구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군 복무를 통한 등록금 면제,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공립대) → 주립대 편입 등 저비용 학위 루트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문가 시각 : 교육경제학자 조너선 밀러 교수는 “ROI(Return on Investment) 관점에서 학자금은 부동산·주식만큼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7. ‘좋은 아이’가 아닌 ‘좋은 성인’으로 자녀 양육
램지는 자녀에게 예산 편성·노동의 가치·책임감을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부모의 노후 자산을 지키는 예방책이기도 하다.
그는 “성인이 되어도 경제적 자립을 못 하는 자녀는 부모 재정을 장기간 압박한다”고 지적하며, 용돈 관리 교육·가사노동 보상제 등을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제시했다.
전문가가 본 ‘램지 플랜’의 의의
재무설계사 이지은(미국 CFP)은 “램지 조언은 ‘부채 제로·현금 흐름 극대화’라는 단순 명제를 일관되게 강조한다”며 “높은 금리 시대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학계에서는 ‘모든 부채=악’이라는 접근이 레버리지(leverage) 전략을 배제해 자산 확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램지는 “대다수 가계는 레버리지를 제어할 만한 금융 지식·심리력이 부족하다”는 현실론을 내세운다.
알아두면 좋은 추가 정보
- 레버리지(Leverage) : 타인 자본을 이용해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 반대로 손실도 확대될 수 있다.
- 파이어(FIRE) 족 :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투자 수익으로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젊은 층. 램지의 ‘부채 제로’ 철학과 일부 교집합이 있다.
- 부동산 DTI·DSR : 총부채상환비율로, 램지의 ‘25% 룰’과 유사한 소득 대비 상환 능력 지표다.
램지의 7대 원칙은 단기 해법이 아니라 습관·태도·가치관을 바꾸는 장기 전략에 가깝다. 팬데믹·고물가·고금리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는 2025년 현재, 그의 조언은 단호하면서도 현실적인 생존 지침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