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핏’·‘더 스튜디오’, 에미상 드라마·코미디 최고작 영예

미국 텔레비전 업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HBO의 의료 드라마 ‘더 핏(The Pitt)’과 애플 TV+의 쇼비즈 풍자극 ‘더 스튜디오(The Studio)’가 각각 드라마·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며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의 노키아 시어터에서 열린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스타들과 TV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화려한 축제의 밤을 장식했다.

에미상은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Television Academy)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영화계의 오스카상에 빗대어 ‘TV계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린다. 약 2만 6,000여 명에 달하는 아카데미 회원(배우·프로듀서·연출자 등)이 투표해 수상자를 결정하며, 매년 방송·스트리밍 업계 전반의 흐름과 콘텐츠 트렌드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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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부문 : ‘더 핏’의 깜짝 수훈

올해 드라마 부문 최대 이변은 ‘더 핏’의 작품상 수상이었다. 업계에서는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애플 TV+의 블랙 코미디 ‘세버런스(Severance)’가 유력한 수상작으로 점쳐졌으나, 실제 시상식 무대의 주인공은 현장감을 살린 응급실 스토리텔링으로 호평받은 HBO 작품이었다.

노아 와일(Noah Wyle)‘ER’ 이후 다섯 차례 고배를 마셨으나, 이번 ‘더 핏’으로 첫 에미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배우는 트로피를 들고 “

‘와우, 마치 꿈만 같다. 교대근무로 오늘도 고생하는 모든 보건의료 종사자께 이 영광을 돌린다’

”고 말하며 의료진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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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 부문 : ‘더 스튜디오’와 세스 로건의 두 번째 환호

코미디 부문에서는 제작·출연을 겸한 세스 로건(Seth Rogen)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이반 골드버그(Evan Goldberg)와 공동 연출상을 포함해 2관왕을 차지했다. 로건은 “

‘이렇게 기쁜 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다’

”라며 유쾌한 소감을 남겼다.

*참고 : ‘더 스튜디오’는 제작비 절감과 시청률 압박 등 현실적인 업계 문제를 위트 있게 꼬집으며, 미국 방송 현장의 이면을 풍자한 작품이다.


■ 토크쇼·버라이어티 부문 : CBS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 첫 정상

CBS 간판 심야 토크 프로그램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토크 시리즈상을 거머쥐었다. 앞서 CBS는 재정적 이유로 프로그램 종영을 발표해 논란을 낳았는데, 이날 스티븐 콜베어는 “

‘오랜 전통의 일원으로 남을 수 있게 해준 CBS에 감사한다’

”고 역설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시상 무대에서 “혹시 고용 계획 있으신 분?”이라며 재치 있는 구직 멘트를 덧붙여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 리미티드 시리즈·연기 부문 : 15세 오언 쿠퍼의 기록

넷플릭스의 청소년 범죄 스릴러 ‘애돌레선스(Adolescence)’가 리미티드 시리즈상을 받았으며, 작품의 15세 영국 배우 오언 쿠퍼(Owen Cooper)는 최연소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

‘경계를 넘어 집중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며 배우 지망생들에게 용기를 건넸다.

‘리미티드 시리즈’(Limited Series)란 한 시즌 내에 기-승-전-결이 종결되는 미니시리즈 형식을 가리킨다. 에미상에서 별도 경쟁 부문으로 분류돼 안방극장의 단편 서사를 조명한다.


■ 기타 수상 : 제프 힐러·진 스마트·해나 아인빈더

HBO 코미디 ‘섬바디 섬웨어(Somebody Somewhere)’제프 힐러(Jeff Hiller)가 코미디 부문 남우조연상을 차지해 이변을 연출했다. 힐러는 “‘땀에 젖은 중년 배우도 섹시한 10대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와 같은 채널에 설 수 있다’”며 HBO 경영진에 유머 섞인 감사를 전했다.

또한 ‘핵스(Hacks)’진 스마트(Jean Smart)해나 아인빈더(Hannah Einbinder)가 각각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네 번째 에미 트로피를 거머쥔 스마트와 달리, 세 번째 지명 끝에 처음 상을 품에 안은 아인빈더는 “

‘지는 편이 더 멋지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하지만 이 또한 멋지다’

”고 말하며 마지막에 “‘프리 팔레스타인(Free Palestine)’을 외쳐 희소한 정치적 메시지를 남겼다.


■ 시상식의 뒷이야기 : 네이트 바가체의 기부 챌린지

첫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네이트 바가체(Nate Bargatze)는 수상자들에게 45초 수상 소감 제한을 알리며 “초과 시 마다 기부금이 차감된다”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그는 총 1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으나, 장황한 연설이 이어지며 오히려 적자가 났다고 자조했다. 그럼에도 바가체와 CBS는 결국 미국 보이즈 앤 걸스 클럽(Boys & Girls Clubs of America)에 35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전문가 코멘트(해설)

올해 시상식은 스트리밍·케이블 플랫폼 간 경쟁 심화, 제작비 절감 이슈, 정치적 목소리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현안을 응축해 보여줬다. 특히 HBO·애플 TV+·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사업자가 지상파·케이블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콘텐츠 주도권 변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더 레이트 쇼’의 수상 이후 팬들이 보여준 역대급 여론전은 전통 방송사들의 재정 압박 속 콘텐츠 지속성 담론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작품상·연기상 결과뿐 아니라, 제작·편성·수익 모델 전반이 동시다발적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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