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더스트, 타임스스퀘어 랜드마크 빌딩 담보로 13억 달러 대출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상징적 초고층 빌딩 ‘원 파이브 원(One Five One)’이 2025년 들어 최대 규모 중 하나인 13억 달러의 사무용 빌딩 대출을 성사시켰다. 이번 거래는 개발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로젠버그+에스티스(Rosenberg + Estis)가 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가족 경영 부동산 기업 더 더스트 오거니제이션(The Durst Organization)은 48층짜리 클래스 A 오피스 빌딩인 원 파이브 원을 담보로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CMBS) 형태의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대출을 마무리했다.

CMBS는 Commercial Mortgage-Backed Securities의 약자로,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되는 유동화 채권이다. 투자자들은 이 증권을 매입해 이자와 원금을 받으며, 발행사는 확보된 자금을 통해 시설 보수·테넌트 인센티브 등 자본적 지출을 충당한다. 클래스 A 건물이란 연식이 새롭고 접근성이 뛰어나며 임대료가 높은 최고급 사무용 빌딩을 지칭하는 업계 용어다.

로젠버그+에스티스는 대출금이 테넌트 인프루브먼트(임차인 맞춤형 내부 공사)자본적 지출(capex)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오피스 시장은 공실률 급등과 임대료 하락 등 혹독한 침체를 겪었지만, 더스트 오거니제이션은 TikTok, 나스닥(Nasdaq) 등 다양한 대형 신규 임차인을 유치하며 건물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 건물은 건축계 거장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1999년 준공됐으며, 2014년까지 세계적 잡지사 콘데나스트(Conde Nast), 2020년까지 국제 로펌 스캐든압스(Skadden Arps)가 둥지를 틀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13억 달러 CMBS는 웰스파고(Wells Fargo), JP모건(JPMorgan),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공동 주관했다. 직전에는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CMBS와 2019년 JP모건·웰스파고가 제공한 9억 달러 리파이낸싱이 이 빌딩의 주요 자금줄이었다.

로젠버그+에스티스는 이번 거래를 두고 “뉴욕 오피스 시장 회복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권이 매우 빠르게 완판됐다. 사실상 사전판매 단계에서 대부분 소화됐다.” — 로젠버그+에스티스 거래팀의 에릭 오렌스타인(Eric Orenstein)

오렌스타인에 따르면, 실제로 조달된 13억 달러 규모는 더스트 측이 당초 요청한 금액을 크게 웃돌았다. 그는 “커뮤니티에서 신뢰받는 대형 스폰서가 보유한 클래스 A 자산에 대한 수요가 막강하다”며 “시장 전반에도 긍정적 신호”라고 덧붙였다.

대출 조건연 이자율 5.865%, 만기 2030년 8월 6일이다. 평가액 23억 달러 대비 담보인정비율(LTV)은 56.5%로 책정됐다.

더스트 오거니제이션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고, 웰스파고는 “코멘트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마찬가지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 시각: 뉴욕 오피스 시장의 ‘바닥 확인’ 신호?

이번 거래 규모와 빠른 채권 완판 속도는 뉴욕 프라임 오피스 자산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신뢰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B급·C급 빌딩 공실률은 여전히 높지만, 친환경 설비·최첨단 통신 인프라를 갖춘 클래스 A 빌딩은 ‘승자 독식’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원 파이브 원의 LTV 56.5%는 보수적 레버리지 수준으로, 채권 투자자들 역시 리스크 관리에 신중했음을 시사한다.

타임스스퀘어는 뉴욕 미드타운의 중심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관광지 중 하나다. 이 지역 상업용 부동산은 단일 임차인 의존도가 높지 않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홍보 허브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 대규모 리파이낸싱이 집중된 뉴욕 오피스 시장에서, 더스트 오거니제이션 사례가 추가 거래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금리·공실률·재택근무 트렌드 등 거시 변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