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주류업계, 매출 잠식하는 칸나비스 음료 공세에 ‘맞불’ 채비

뉴욕발(發) — 해외 주류 대기업들이 급성장 중인 칸나비스(대마) 음료 시장을 지켜보며 관망하던 태세에서 점차 벗어나 본격적인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주류 업체들은 팬데믹 기간 급등했던 매출이 인플레이션·금리 상승 여파로 급격히 둔화하자 새로운 돌파구로 햄프(hemp·산업용 대마) 유래 THC 음료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칸(Cann)·윙크(Wynk) 등 신생 브랜드가 맥주·주류 유통망과 손잡고 편의점과 주류 전문점 냉장고를 장악하자, 대형 주류사(‘Big Alcohol’)는 매출 잠식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THC 음료란 무엇인가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은 마리화나의 환각·기분 변조 성분으로 유명하다. 미국 24개 주에서는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돼 허가를 받은 ‘디스펜서리(전문 판매점)’에서만 THC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대마과 식물인 햄프에서 추출한 ‘소량 THC’는 연방 차원에서 합법1이므로, 이를 활용한 음료는 주류점·슈퍼마켓·편의점까지 유통 채널을 확장할 수 있다.

1) 2018년 ‘팜빌(Farm Bill)’ 통과로 THC 함량 0.3% 이하 햄프 제품은 농무부(USDA) 관리 아래 합법화.


주요 기업들의 물밑 행보

로이터 통신이 칸나비스 브랜드·원료 공급업체·음료 제조사 12곳을 취재한 결과, 다수의 글로벌 주류사가 내부 실사 및 투자 검토에 착수했음이 확인됐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 —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이 회사는 햄프 기반 칸나비스 음료를 주제로 내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페르노리카(Pernod Ricard) — 앱솔루트 보드카 제조사는 지난달 브레즈(Brez) 측과 투자를 논의했으나, “지금은 투자하지 않지만 계속 주시“한다는 입장을 남겼다.
틸레이(Tilray) Brands — 미국 4위 크래프트 브루어로, 몽토크(Montauk)·쇼크탑(Shock Top) 등 브랜드를 보유한다. 자사 THC 셀처를 조지아주의 ‘유나이티드 디스트리뷰터스’ 등 기존 맥주 유통망을 통해 13개 주로 확장했다.

하이네켄(Heineken) 계열 라구니타스(Lagunitas) 및 팹스트 블루리본(Pabst Blue Ribbon) — 캘리포니아 디스펜서리에서 THC 셀처를 판매 중이며, 향후 햄프 기반 제품으로 타 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보스턴 비어(Boston Beer) — 이미 캐나다에서 티팟(Teapot) 브랜드 THC 티를 출시했다. 미국 내에선 햄프 유래 THC로 맛·향 차이를 검증했으며, “조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밝힌 상태다.


주류 업계의 고전과 칸나비스 음료 성장세

팬데믹 당시 ‘집콕 소비’를 타고 급증했던 술 매출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음주 위험 경고, 고금리·고물가 등 복합 요인으로 역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비어 인스티튜트(Beer Institute)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미국 맥주 출하량은 전년 대비 6%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증류주·와인도 각각 5.6%, 9% 줄었다.

반면 유로모니터(Euromonitor)는 햄프 유래 THC 음료 시장이 2025년 10억 달러를 넘어 2028년엔 4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높은 이익률·새 소비층 유입’이 핵심 매력이다.


규제 리스크와 ‘신중 모드’

그러나 규제 환경은 여전히 복잡하다. 예컨대 합법 대마주(州)인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어린이 보호를 이유로 햄프 기반 THC 음료를 금지했다. 켄터키의 미치 매코널 연방 상원의원은 7월 정부 지출 법안에 “햄프를 이용한 향정 제품 판매 금지” 조항을 삽입했다.

대형 주류사들은 과거 실패 사례도 학습하고 있다. 2022년 AB 인베브(Anheuser-Busch InBev)는 캐나다에서 틸레이와의 연구 파트너십을 해지했으며, 몰슨쿠어스(Molson Coors)는 ‘불확실한 규제’를 이유로 CBD 음료 사업을 접었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또한 같은 해 캐노피 그로스(Canopy Growth) 지분 구조를 재편하며 손실을 털어냈다.


소매·물류 현장의 변화

미네소타 주류 체인 탑텐 리쿼스(Top Ten Liquors)의 존 할퍼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THC 음료 비중이 전체 매출의 15%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이면 와인(20%대 중후반)과 어깨를 견줄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던 호라이즌 로지스틱스(Southern Horizon Logistics)는 자회사인 버드와이저 유통사 서던 크라운 파트너스를 통해 판매 중인 햄프 음료가 이미 ‘와인·증류주’ 매출을 추월했다. 테네시 베스트 브랜즈(Best Brands)의 라이언 모지스 CEO 역시 “THC 음료 덕분에 구조조정을 피하고 인력을 재배치했다”면서, “향후 5~10년 내 기존 주류 카테고리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트렌드 — ‘술 대신 칸나비스 셀처’

뉴욕 린덴허스트에 거주하는 39세 조시 골드버그는 2년 전부터 맥주와 테킬라를 끊고 THC 셀처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마시는 행위 자체는 유지하면서 알코올을 자연스럽게 대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매업자 할퍼는 “35세 이상 여성, 일명 ‘사커맘’들이 특히 해당 카테고리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망과 과제

시장조사업체들의 공통된 분석은 ‘칸나비스 음료의 확장성’이다. 기존 주류 인프라—양조·캔 충전·콜드체인 유통—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빠르게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연방 규제 변경·주(州)별 제도 차이가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시장 주도권이 아직 공석이기에, 선점 기업이 미칠 파급력은 막대하다.” — 틸레이 CEO 어윈 사이먼

다.

대형 주류사들은 과거 ‘음주 문화’에서 경험한 브랜드 파워·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본격 진입할 경우, 칸나비스 음료 시장의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