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트럼프의 광범위 관세 조치 권한 초과 판결…글로벌 무역·미 경제 영향 우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구의 컨테이너들(사진=Carlos Barria | Reuters)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대규모 관세 조치를 권한 초과로 판단하면서 향후 글로벌 무역·미국 경제에 광범위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관세를 둘러싼 혼선은 판결로 끝나지 않았고, 이미 무역관계의 추가적인 긴장과 경제적 영향을 촉발하고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26년 2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은 6대 3의 판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시행한 관세 부과는 법적 권한을 벗어났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대규모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겨루는 주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일부 국가에 대해 최고 15%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며 사안을 재차 확대했다. 이러한 조치는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EU는 미국과 합의했던 일부 무역안건에 대한 표결을 다시 연기하는 등 실행 동력을 상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세 조치의 법적 쟁점

대법원이 문제 삼은 법적 근거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대통령에게 외국에 대한 경제 제재·금융 제한 등을 신속히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법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한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이 의회의 위임 범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다시 계산하게 하는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법 조항별 차이와 향후 추진 방안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 직후 관세 부과 근거를 1974년 관세법(Tariff Act of 1974)의 여러 조항으로 전환해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 자메이슨 그리어(Ambassador Jamieson Greer)는 행정부가 섹션 122를 포함한 다양한 조항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섹션 122는 최대 150일간 유효한 임시적 권한을 부여하며, 이 기간은 중간선거 이후인 7월 중순까지로 알려져 있다.

그렇더라도 행정부는 섹션 232301을 병행해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들 조항은 국가안보(섹션 232)나 불공정 무역 관행(섹션 301)을 근거로 특정 품목에 대해 장기간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실제로 미국이 향후 수년간 특정 교역상대에 대해 관세를 유지·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 평가와 경제적 파장

“It shifts how trade is done with the largest economy in the world, and that has economic consequences,”라고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미국경제담당 책임자 마이크 리드(Mike Reid)는 CNBC에 말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과 새로운 관세 추진이 모두 국제무역 방식의 변화를 야기하며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이 같은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기업과 해외 정부의 신중한 태도를 초래해 미국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잔디는 “기업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와 채용, 확장 계획을 줄일 것이며 이는 성장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국 정부들도 미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고 멀어지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교역 비중 축소와 디글로벌화(deglobalization)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잔디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무역 지표는 이미 일부 국가들이 미국에서 다른 교역 파트너로 무역을 이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은 미 달러 기준으로 지난 12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해 예상을 상회했고, 연간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은 3개월 내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시장·물가 영향에 관한 관측

시장과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론 이번 조치가 즉각적인 물가 충격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 베로니카 클라크(Veronica Clark)는 고객 메모에서 “새 관세의 시행은 단기적으로 유효관세율이나 인플레이션 전망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녀는 10%의 섹션 122 관세는 유효관세율을 약 3~4퍼센트포인트 낮췄을 것으로 보이며, 15% 관세는 유효관세율을 사실상 유지하거나 약 1퍼센트포인트만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섹션 301·232에 근거한 관세가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에 부과되는지에 따라 특정 상품군의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즉, 향후의 관세 대상과 적용 범위가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품목별 가격 충격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용어 설명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대통령에게 외국에 대한 경제 제재나 자산동결, 거래금지 조치 등을 신속히 시행할 권한을 주는 법이다. 1974년 관세법(Tariff Act of 1974)의 주요 조항으로는 섹션 122(임시 관세 권한·최대 150일), 섹션 232(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관세), 섹션 301(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적 관세) 등이 있다. 각 조항은 법적 근거와 제한 조건이 다르므로 어떤 조항을 근거로 하느냐에 따라 관세의 적용 기간과 합법성, 국제적 반발의 성격이 달라진다.

향후 시나리오와 실무적 대응

전문가들은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를 몇 가지로 예측한다. 첫째, 섹션 122를 근거로 한 임시 관세는 150일 뒤 의회 승인 없이 만료될 수 있어 단기적·한시적 충격을 야기한다. 둘째, 섹션 232·301의 병행 사용은 특정 산업군에 대해 더 장기적이고 표적화된 관세를 남길 수 있어, 반도체·자동차·철강·소비재 등 품목별로 가격 및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 셋째, 교역 파트너의 보복 관세나 무역 다변화는 미국 기업의 수출·입 비용 상승과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무적으로 기업들은 공급망 재검토, 원산지 다변화, 물류계약 재협상, 환율·상품가격 헤징 강화 등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 간 협상에서는 EU 등 주요 파트너들이 이미 표결 보류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외교적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 계속될 전망이다.

종합적 평가

대법원의 판결은 행정부의 관세 권한 행사에 법적 제약을 재확인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동시에 행정부의 즉각적인 추가 관세 부과와 관세법의 다른 조항으로의 전환 시도는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글로벌 무역 관계와 미국 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투자·고용·확장 의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교역 네트워크와 공급망 다변화, 일부 산업의 가격구조를 변화시켜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추가 보도: CNBC의 Alex Harring 등 보도자료와 현지 인터뷰를 종합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