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권한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수입 관세 부과 조치를 무효화하면서 백악관의 핵심 경제정책 기둥 중 하나가 좌절되었다.
2026년 2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1,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을 근거로 여러 국가에 대해 부과한 관세가 해당 법령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찬성 6대 반대 3의 판결이었다.
대법원 다수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Chief Justice John Roberts) 대법관은 헌법이 과세권을 의회에 명확히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이를 대신할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수 의견은 트럼프 행정부 스스로가 전시(戰時)가 아닌 평시에는 관세를 부과할 ‘고유의 권한’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인정했으며, IEEPA의 ‘regulate’와 ‘importation’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관세 정책 수립 권한을 의회로부터 포괄적으로 위임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또한 모호한 법문에 대해 의회의 권한을 광범위하게 위임하는 해석에 대해 대법원이 오랫동안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고 강조하면서, 2023년 연방대법원이 바이든 행정부의 특정 문언을 근거로 학생대출 탕감을 무효화한 판결을 부분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언론에 대해 이번 판결이 특정 법 조항(IEEPA)에 따른 관세 사용을 무효화했을 뿐 관세 자체를 무효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IEEPA 사용만을 무효화했다”고 말했고, “IEEPA에 따라 외국의 대미 무역 능력을 차단하거나 봉쇄하거나 제한하거나 허가를 조건으로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은 이번 결정에 의해 완전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조치를 예고했다. 그는 Section 232에 따른 국가안보 관세와 기존의 Section 301 관세는 완전히 유지된다고 밝혔으며, 이어서 “오늘 나는 Section 122에 따라 기존 관세 위에 추가로 전 세계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여러 건의 Section 301 조사 및 기타 조사를 개시하여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적 쟁점과 용어 설명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는 1977년에 제정된 법으로,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경우 국제경제거래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IEEPA 문언이 관세 정책 전반을 설정할 수 있는 위임으로 읽히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Section 232는 통상적으로 국가안보를 근거로 수입물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 통용된다. Section 301은 1974년 무역법에 근거한 조사 권한으로, 다른 국가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해 관세·제재를 부과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Section 122는 이번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사용하겠다고 밝힌 조항으로 언급되었으나, 본문에서 그 구체적 적용 범위는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향후 법적 검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판결의 시장 반응과 정치적 파장
대법원 판결 직후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했으며, 관세 영향에 노출된 기업들이 상승폭을 보였다. 의류업체인 Nike와 Lululemon을 비롯해 유통업체 Target과 생활용품 기업 Williams‑Sonoma 등이 오전 장에서 소폭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는 이번 판결이 무역 불확실성을 일부 완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진정시키며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판결에 대응해 다른 법적·행정적 수단으로 관세를 유지하거나 재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U.S. Trade Representative(미무역대표부) 측 인사인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하더라도 행정부는 “다음 날부터” 적용 가능한 새로운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marketer의 수석 애널리스트 잭 스탐버(Zak Stambor)는 본 사안이 행정부의 정책 수단 중 하나를 제한하지만 행정부의 전력을 완전히 봉쇄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환불(관세 환급)과 재정 영향
이번 판결은 법적 경계선을 명확히 했으나 관세가 이미 부과된 기간에 대해 환불 가능성이라는 중대한 실무적 문제를 남겼다. 펜-와튼(Penn‑Wharton) 예산 모델의 수치(로이터 취재 의뢰로 산출)에 따르면 미 정부가 징수한 관세 중 약 1,750억 달러(> $175 billion)가 환불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는 교통부와 법무부의 2025 회계연도 예산 지출을 합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은 트럼프가 주장한 관세 수입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30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어, 관세 정책의 법적 운용과 환불 문제는 연방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 의견과 향후 전망(객관적 분석)
법적 판단은 단기적으로 무역 불확실성의 일부 완화와 금융시장의 안도 강화를 초래했으나,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Section 232·301·122 등)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관세 제도를 통해 실질적 관세정책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이 주목된다.
첫째, 행정부의 대체 수단 도입 가능성이다. 행정명령(Section 122)과 기존의 Section 232 및 Section 301를 통한 조치는 향후 몇 주 내 행정부의 구체적 조치로 현실화할 수 있으며, 이는 추가적인 법적 다툼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환불 리스크와 재정적 충격이다. 이미 징수된 관세에 대한 환급 요구가 현실화되면 연방정부의 단기 재정지출에 압박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예산 편성·정책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환불 규모가 수백억 달러 단위에 이를 경우 재정적 파급효과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에 전이될 수 있다.
셋째, 산업별·기업별 영향의 차별화다. 관세 노출이 큰 제조업체, 의류·소매업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가격 전가, 원가 상승, 이익률 하락 등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관세 완화 기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비용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통화·금리 영향이다. 단기적으로 무역 긴장 완화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며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여지를 키울 수 있다. 다만 행정부의 추가 관세 도입 시 재차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면 금리 경로에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다.
법적·정책적 다음 단계
이번 판결은 관세 정책을 둘러싼 행정부와 의회 간 권한경계를 재확인한 측면이 있다. 관건은 행정부가 어떤 법적 근거로 새로운 관세를 마련하고 이를 어떻게 방어하느냐이다. 법원은 향후 관련 소송에서 IEEPA의 문언 해석뿐 아니라 Section 122·232·301 등의 적용 범위와 헌법상 권한 분배 문제를 재차 심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의회 차원에서 관세 관련 입법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회가 관세 권한의 분명한 범위를 새로 규정하거나 예산적·정책적 통제를 강화할 경우 향후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결론
미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 남용 한계를 확인한 중요한 사법적 판단이다. 동시에 행정부의 즉각적 대응(전 세계 10% 관세 부과 예고)으로 인해 실무적·정책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환불 가능성, 기업·산업 영향, 시장 및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등은 향후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시장 참가자와 정책결정자들이 밀착 관찰해야 할 주요 변수로 남는다.
원문 기고자: Anuron Mitra 기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