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AI 호황 속 기준금리 2% 유지 전망…2026년 1분기까지 동결 관측

대만 중앙은행이 이번 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32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로이터 설문에서 30명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기준금리(discount rate·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최우대 대출금리)는 인상 사이클 종료 이후 적어도 2026년 1분기까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설문에 응답한 일부 전문가들은 2026년 1분기에야 소폭(0.125%p) 인하해 1.875%로 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만 중앙은행은 올해 3월 2024 전기요금 인상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0.125%p 금리를 올린 뒤 6월 회의에서 2%를 유지한 바 있다. TSMC 등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추가 긴축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시장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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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이 이끄는 견조한 경제

대만은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45%를 기록할 것으로 정부 통계청은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 4.59%보다는 둔화되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다. 다만 미국의 20% 관세 지속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2026년에는 2.81%까지 성장세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반기 대만 GDP 증가율이 완만하게 유지되는 한, 중앙은행은 올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

마스터링크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리의 치앙 콴위(Chiang Kuang-yu) 애널리스트는 첫 인하 시점을 2025년 상반기 이후로 예상했다.


미 연준과의 정책 공조 여부

대만 금융당국의 결정은 하루 앞서 공개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연준은 노동시장의 냉각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완화에 나서더라도 대만은 물가 안정통화가치 방어를 이유로 독자적인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해 4개월 연속 중앙은행의 ‘경계선(2%)’ 아래에 머물렀다.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동결은 가계 이자 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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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1 기준금리(Discount Rate)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단기로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로, 시중금리와 대출·예금 금리 결정의 핵심 지표다.

2 AI 반도체 수출은 고성능 연산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서버용 칩,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이 포함되며, 대만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 심층 분석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대만 달러(TWD)의 변동성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2025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이 완만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금리 인하 카드가 수출 경기 둔화를 완충하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본 기자가 참고한 로이터 설문 결과에 따르면, 32명 중 단 2명만이 올해 안 금리 인하를 점쳤다. 이는 시장이 대만 경제의 견조함을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다만 미국·중국 간 기술 갈등이 심화되거나, 미국 관세 협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통화정책 경로가 재조정될 여지도 존재한다.


향후 일정

대만 중앙은행은 이번 목요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올해 경제성장률·물가 전망을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은 회의 직후 나올 총재 기자회견에서 AI 수요 지속 여부관세 협상 진전에 대한 당국의 시각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