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앙은행, 성장률 전망 상향…기준금리는 2%로 동결

대만 중앙은행(Central Bank of the Republic of China, Taiwan)이 18일 이사회에서 기준금리(공식명칭 ‘은행 간 재할인율’)를 현행 2%로 유지하면서도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동시에 미국발 관세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향후 성장 동력에 불확실성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며 이는

로이터가 진행한 경제학자 32명 설문에서 30명이 예상한 바와 정확히 일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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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망과 관련해 은행은 2025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4.5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월 회의 당시 제시한 3.05%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치다. 다만 2026년 성장률은 2.68%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실질 성장률은 4.59%로 잠정 집계돼, 인공지능(AI) 서버·클라우드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수출 확대가 주요 견인차로 확인됐다.

AI 붐의 수혜: 반도체 수출 호조

대만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특히 3나노 이하 공정) 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미국 엔비디아(Nvidia)·애플(Apple)·구글(Google) 등의 AI 칩 주문이 몰리면서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이 ‘AI 붐’으로 불리는 현상이며, 고성능 연산·머신러닝 모델 학습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시스템반도체 수요 증가가 국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책 금리 동결의 배경

중앙은행은 물가·고용·성장 세 가지 요인 모두에서 과도한 불균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할인율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단기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핵심 정책금리로, 대만에서는 2023년 3월 이후 (※코로나19 이후 두 차례 인상) 2%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통화긴축보다 경기 회복 지속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물가 전망도 한층 안정세를 나타냈다. 중앙은행은 2025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1.75%로 소폭 하향(6월 전망치 1.81%) 조정했으며, 2026년에는 1.66%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준(Fed)의 목표 물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추가적 금리 인상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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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리스크: 미국 관세와 지정학

은행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의 대만산 제품에 대한 20% 관세, 향후 무역정책 변화,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이 국내 경기회복 경로에 하방 위험을 미칠 수 있다”

고 언급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글로벌 고율 관세(Section 301) 영향으로 대부분의 대만산 상품은 여전히 20% 관세 대상이다. 다만 전략적 가치가 높은 반도체 품목은 예외로 분류돼 관세가 면제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워싱턴과 협상을 통해 관세율 인하나 품목 확대 면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단기간 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 연준과의 정책 공조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업률 상승 위험을 이유로 12월 이후 처음 금리를 인하한 다음 날 발표됐다. 시장에서는 대만 역시 연말 혹은 2026년 초 완만한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국내 수요와 수출 모두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만큼, 당분간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문가 해설
경제학자들은 “이번 성장률 상향 조정은 대만이 글로벌 핵심 반도체 허브라는 위상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금리 동결은 인플레이션 둔화라는 호재를 활용해 경기회복에 완충 장치를 마련하려는 정책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관세·중국과의 정치적 긴장 등 대외변수가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며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용어 설명

  • 재할인율(Discount Rate): 시중은행이 보유한 어음·채권을 중앙은행에 재할인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로, 통화·신용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 AI 붐: 클라우드 컴퓨팅·생성형 AI 모델 확산으로 고성능 연산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을 가리키며, GPU를 포함한 반도체 수요 급증을 동반한다.
  • CPI: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재화·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물가 상승률 판단 기준이 된다.

향후 전망

은행은 “4분기 이후 글로벌 IT 수요가 일시적 조정을 거치더라도, AI·고성능 컴퓨팅(HPC)·전기차(EV) 분야의 구조적 수요 증가가 중장기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 통상정책·중국 경기둔화·중동·동유럽 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요인이 확대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는 다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는 이번 중앙은행 결정이 “매파와 비둘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전형적 사례”라고 평한다. 향후 몇 차례 지표 발표—특히 반도체 수출·물가·노동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흔들릴 경우, 중앙은행이 정책 스탠스를 재조정할 여지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