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글로벌 자산시장 동향] 미국 달러화가 8월 30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소폭 약세로 장을 마쳤다. 달러 인덱스(DXY00)는 전일 대비 -0.02% 하락해 103선 중반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인플레이션 지표 호조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발표된 경기지표 부진과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 위원의 완화적 발언이 맞물리며 낙폭이 확대됐다.
2025년 9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는 오전 한때 미국 7월 개인소비지출(PCE)과 같은 ‘견조한 소비 지표’에 힘입어 상승했다. 7월 개인소비는 전월 대비 0.5% 늘어나 4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했으며, 개인소득도 0.4% 증가해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이와 함께 ‘핵심 PCE 물가 상승률’이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개인소비지출 물가) 전년 동월 대비 2.9%%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물가 압력이 여전히 ‘끈적거리게(sticky)’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8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MNI Chicago PMI) 41.5는 시장 예상치(46.0)를 크게 밑돌며 제조업 부진을 시사했다. 이어 미시간대 8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도 58.2로 하향 수정돼 경기 불안 심리를 키웠다. 이러한 지표 약화는 달러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적 발언
전날 늦게 공개된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의 발언도 달러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월러 이사는 “
기저 인플레이션이 2% 근처로 내려왔고, 노동시장 약화 가능성이 커졌다
”며 9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3~6개월 동안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fed funds futures) 시장은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88% 반영하고 있으며, 10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도 55%까지 높아졌다.
유럽 통화·지표 동향
같은 날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0.11% 상승 마감했다. 오전에는 달러 강세로 약세를 보였으나, 유럽중앙은행(ECB) 소비자물가 기대가 시장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반등했다. ECB가 조사한 7월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6%로, 3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5%로 각각 예상치를 웃돌았다.
독일 지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각했다. 8월 독일 소비자물가(EU 기준) 상승률은 2.1% y/y로 예상치(2.0%)를 상회했다. 반면 7월 소매판매는 -1.5% m/m로 2년 만에 최대 폭 감소했는데, 이는 유로존 소비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엔화·일본 경제 지표
엔/달러(USD/JPY)는 +0.07% 올라 엔화가치가 약세를 보였다. 7월 일본 산업생산이 -1.6% m/m 감소하며 8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했고, 7월 소매판매도 -1.6% m/m로 4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7월 실업률은 2.3%%로 5년 반 만의 최저치를 나타내 노동시장은 견조함을 유지했다.
8월 도쿄 CPI는 +2.6% y/y로 전월(2.9%)보다 둔화돼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스탠스를 뒷받침했다. 장중 미 국채 금리 상승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귀금속 시장: 안전자산 수요 급등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41.80달러(+1.20%) 급등하며 3주 최고치를 찍었고, 9월물 은도 +2.58% 올라 14년래 최근월물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핵심 PCE·독일 CPI 등 글로벌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를 부각한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준 이사 리사 쿡(Lisa Cook) 해임 추진 소식이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달러 불신 확대”로 연결되며 안전자산 매수세를 키웠다.
또한 프랑스 정치 불확실성(프랑수아 바위루 총리의 신임투표 요구)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중동 갈등 등 지정학 리스크가 금 가격을 지지했다. ETF(상장지수펀드) 내 금·은 보유량이 각각 2년·3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핵심 PCE(Core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지수는 미국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로, 식료품과 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장기 인플레이션 추세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MNI 시카고 PMI는 시카고 지역 제조업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수축 여부를 판단한다. 41.5는 제조업 부진을 의미한다.
ECB 인플레이션 기대조사는 소비자들의 중·장기 물가 전망을 측정하며, 물가 심리를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정책당국이 매파적으로 기울 수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체결가격을 통해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역산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참가자들은 9월 16~17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실제 금리 인하가 단행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유로존 인플레이션 추이와 ECB(9월 11일)의 통화정책 방향, 일본은행의 물가·임금 동향 평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달러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경우, 귀금속·비달러 통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