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파월 연설 앞두고 관망세…주간 강세 유지

[뉴욕 외환시장] 미국 달러화가 금요일 아시아 시간대에서 보합권을 유지하며 이번 주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단기 금리 방향성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는 주간 기준으로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막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어조를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금리 경로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고 5·6월 고용 증가치도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차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보(jumbo) 금리 인하’, 즉 50bp 이상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됐었다. 그러나 다른 연준 위원들의 신중한 발언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감지된 경제지표가 다시 등장하면서 시장의 기대치는 다소 조정됐다.

그럼에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Watch 툴1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75%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 92%에서 낮아진 수치다.

“파월 의장은 9월 인하를 사전에 약속(pre-commit)할 가능성이 낮다. 연준은 물가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를 지니는데, 현 시점에서 물가 위험이 고용 위험보다 더 크다.”

사악소(Saxo)의 수석 투자전략가 차루 차난나(Charu Chanana)는 이같이 진단하며, “9월 회의 전까지 소비자물가와 신규 고용지표가 한 번씩 더 발표되는 만큼, 파월 의장은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옵션을 열어둘 이유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달러 지수·주요 통화 동향
달러화는 지난 일주일간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 왔다. 유로/달러 환율은 주중 0.8% 하락한 1.1613달러에 거래됐으며, 파운드/달러 환율은 1.3416달러로 주간 약 1% 내렸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DXY 달러 인덱스는 98.61을 기록, 0.7% 상승하며 2주간 이어졌던 약세 흐름을 끊었다.

호주커먼웰스은행 국제·지속가능경제팀장 조지프 카푸르소(Joseph Capurso)는 “시장에 이미 25bp 인하 기대가 높게 반영된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이를 ‘더 비둘기파적(out-dove)’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면서 “오히려 파월이 시장의 기대를 낮추면 달러 강세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엔 관련 정책 전망
엔/달러 환율은 도쿄 시장에서 148.45엔을 기록했다. 일본 7월 근원물가가 두 달 연속 둔화했음에도 여전히 2% 목표를 상회하면서,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올가을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 엔화는 0.8% 이상 약세를 기록해 7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보였다.

ING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강민주(Min Joo Kang)는 “근원물가가 당분간 3%대에서 유지될 전망이므로 일본은행의 정책 정상화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10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오세아니아 통화
호주달러(AUD)는 0.6425달러에서 보합권에 머무르며 주간 1.2% 하락했고, 뉴질랜드달러(NZD)는 0.58145달러로 소폭 약세를 보이며 주간 1.8% 떨어졌다. 이는 4개월여 만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이라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다면, 9월 인하 기대는 더욱 후퇴할 수 있다. 반대로 고용과 소비 지표가 동반 둔화될 경우 연준이 보다 공격적으로 완화 모드에 돌입할 개연성도 열려 있다. 시장이 이미 25bp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해 놓았기 때문에, 실제 결정은 서프라이즈보다는 ‘톤’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인덱스가 100선을 명확히 상향 돌파하지 못하고 98~100 범위에서 등락할 경우, 유로·파운드·엔화 등 주요 통화가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여지도 있다. 특히 엔화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경우, 4분기 안에 145엔 선을 향한 강세 전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 ‘점보 금리 인하’란 통상 50bp 이상, 즉 0.50%p 이상의 큰 폭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1 CME FedWatch 툴은 미국 연방기금선물(FFR Futures) 가격을 기반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FOMC 회의별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실시간 산출하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