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이사 지명 소식에 약세

달러 인덱스(DXY)가 8일(현지시간) -0.22% 하락하며 전일 기록했던 1.5주 최저치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강세로 달러에 대한 유동성 수요가 감소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임시)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시장에서는 미란 후보자를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압박을 지지할 인물로 보고 있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T-note) 수익률 상승이 달러 추가 하락을 일부 제한하고 있으나, 위험자산 선호 심리 회복이 달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세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반도체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예외를 신청할 수 있지만, 반도체를 사용한 전자제품에는 별도의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에도 “향후 일주일 안에 의약품 수입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러한 조치들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5.2%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발표 이전인 2024년 평균치 2.3%에 비해 약 일곱 배에 달하는 수치다.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0.25%P 인하) 가능성을 91%,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64%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 차트
금 선물 차트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이날 -0.06% 하락했다. 유로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로화 낙폭을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유로화 금리 스왑 시장9월 11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1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반면 달러/엔(USD/JPY) 환율은 +0.38% 올라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미 고관세 정책이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본 6월 가계지출 증가율이 +1.3% y/y로 시장 전망(+2.7%)을 크게 하회일본은행(BOJ)의 완화 유지 전망이 확산됐다. 미 국채금리 상승 역시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BOJ가 이날 공개한 7월 30~31일 회의 의사록은 다소 매파적이었다. 한 위원은 “미국 관세의 파급효과에 따라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7월 경기관측 조사(Eco Watchers) 전망지수가 47.3으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엔화에 일시적인 지지를 제공했다.

귀금속 시장 급등

12월 인도분 금(Gold) 선물은 +28.50달러(+0.83%) 올라 3.5개월 최고치를, 9월 은(Silver) 선물은 +0.291달러(+0.76%) 올라 2주 만의 고점을 각각 경신했다. 약세 달러가 귀금속 가격을 지지했으며, 스위스산 1kg·100온스 금괴에 대한 미 관세 부과 우려가 공급 불안을 자극해 금값 상승세를 더욱 키웠다.

또한 중국 인민은행(PBOC)이 7월 6만 트로이온스를 추가 매입하며 9개월 연속 금보유량을 늘린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같은 날, 금 ETF 보유량이 2년 만의 최고치, 은 ETF 보유량이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기록해 펀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우크라이나·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고 있다.

용어 해설

• 비둘기파(Dovish): 금리 인하·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통화정책 기조를 지칭한다.
• T-note 수익률: 미국 10년물 국채의 시장금리로,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 스왑금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파생상품 가격으로, 시장의 정책금리 기대를 보여준다.
• FOMC: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연 8차례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이상과 같이 달러·엔·유로·귀금속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인사 정책, 그리고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미국 의약품 관세와 9월·10월 FOMC 회의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외교적 진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