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가 중앙유럽 통화에 호재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앙유럽 외환시장은 향후 6개월 동안 미국 달러화 약세라는 순풍을 타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1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 중인 헝가리 포린트(HUF)는 연말로 갈수록 되돌림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로이터 설문조사(Reuters Poll) 결과 드러났다.
이번 설문에는 글로벌 은행과 자산운용사 소속 애널리스트 40여 명이 참여했다. 응답자들은 달러의 완만한 약세 흐름, 유럽연합(EU)·미국 간 관세 분쟁 완화, 그리고 체코와 헝가리 중앙은행의 매파적 통화정책 등을 통화 강세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최근 수주 동안 체코 코루나(CZK)는 18개월 만의 고점을 터치했고, 포린트 역시 10개월 최고치를 시현했다. 이는 EU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에서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서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한층 완화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설문에 응한 애널리스트들은 포린트가 2026년 2월께 유로당 405~410포린트 구간으로 약 1.7%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ING 은행의 페테르 비로바치(Peter Virovacz) 이코노미스트는 “포지션이 우호적이고 캐리 트레이드 매력도는 높지만 물가 상승률 둔화와 국내외 경기 둔화가 겹치면 EUR/HUF가 405~410선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기준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차입해 금리가 높은 통화에 투자, 금리 차이(캐리)를 수취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최근 헝가리 정책금리가 10% 부근으로 여전히 높아 고수익 통화로 분류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동 전략의 매력도 역시 약화된다는 설명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헝가리 중앙은행이 올해 하반기 중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과, 2026년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재정규율 이완이 나타날 가능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루마니아 레우(RON) 역시 6개월 뒤 유로당 5.12레우로 0.9%가량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부쿠레슈티 신정부는 EU 내 최대 규모인 재정적자를 축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긴축 과정이 통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체코 코루나와 폴란드 즈워티(PLN)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응답자들은 6개월 후 코루나가 유로당 24.60코루나 부근에서, 즈워티가 유로당 4.27즈워티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체코 중앙은행(CNB)은 올해 초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지만, 향후 추가 인하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지 은행 코메르치니방카(Komercni Banka)는 “가을에 CNB가 금리를 더 내리면 코루나의 하방압력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면서도,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유로존 대비 확연한 성장 우위, 달러 약세가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란드의 경우 지난 몇 달간 금리를 인하했지만, 즈워티는 유로당 4.25~4.30 범위에서 비교적 좁은 레인지 거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로이터 설문 중간값은 6개월 뒤 4.27즈워티로, 현 수준 대비 0.4% 상승(즈워티 강세)을 가리켰다.
전문가가 바라본 향후 리스크 요인
기억해야 할 리스크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재부각될 경우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살아나면서 달러가 되돌림 반등을 보일 수 있다. 둘째, 유럽 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중앙유럽 국가들의 높은 실질금리 메리트가 줄어들 수 있다. 셋째, 지정학적 위험과 에너지 가격 변동이 신흥 유럽 경제의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중앙유럽 통화가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 수혜를 받더라도, 각국의 펀더멘털 차별화가 중장기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특히 헝가리는 재정 건전성, 체코는 수출 주도 성장, 폴란드는 내수 회복세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금리·물가·재정·정치 일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포트폴리오 내 신흥유럽 통화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취재원: 로이터 2025년 8월 정기 외환 전망 설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