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는 2025년 연말을 맞아 약세를 보이며 연간 기준으로 2017년 이후 최대 하락세를 향해 가는 반면,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는 연간 강세를 보이며 돋보였다.
2025년 12월 3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달러화는 온건한 흐름을 보였으나 금리 인하 기대, 재정 관련 우려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동성 있는 무역·정책 행보로 인해 2025년 통화시장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싱가포르발 보도로 전해진 이번 시장 평가에서는 이러한 우려들이 2026년에도 상당 부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달러의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달러 약세는 유로(EUR)와 파운드(GBP) 등 주요 통화의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통화·지수 흐름
유로화는 달러당 $1.1747 수준에서 보합세를 보였고, 파운드는 마지막 거래일에 달러당 $1.3463을 기록했다. 두 통화 모두 8년 만에 최대의 연간 상승폭을 기록할 태세다. 달러 지수(DXY)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날 98.228을 유지했고, 2025년 한 해 동안 9.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는 13.5% 상승했고, 파운드는 7.6% 급등했다.
정책·포지셔닝 요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달러 약세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에 종료되는 가운데,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을 2026년 1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치적 변수는 시장의 달러 매도 포지션을 확고히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sell-dollar” 성향의 포지셔닝은 4월 이후 순쇼트(net-short)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요소는 연준의 12월 회의록 발표였다. 회의록은 이달 초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결정 과정에서 정책자들 사이에 심한 이견이 있었음을 보여주었고,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달러가 소폭 지지를 받기도 했다. 현재 트레이더들은 2026년에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연준 자체의 점도표는 내년에 한 차례의 추가 인하만을 전망하고 있다.
금융기관 전망
TD 시큐리티스의 프라샨트 뉴나하(Prashant Newnaha) 아시아·태평양 금리 전략가는 “2026년 약달러(베어리시 달러) 시각은 여전히 널리 수용된 견해이며, 유로 대비 단기 달러 숏과 호주달러(AUD) 대비 단기 달러 포지션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향후 글로벌 성장세가 견조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이 보합을 유지하면 달러는 내년에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들은 “이는 아마도 훨씬 완만한 움직임일 것이다… 노동시장 침체, 더 깊은 금리 인하, 혹은 미국 기술주의 급격한 가치 하락이 발생하면 달러의 추가 하락폭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신흥시장 통화 흐름
달러의 약세는 주요 통화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통화에도 강한 연간 상승 압력을 가했다. 중국 위안화는 약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달러에 대해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 대를 돌파했으며, 올 들어 약 4% 상승해 2020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유일한 이탈자, 약한 엔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는 2025년 동안 달러 약세의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한 몇 안 되는 통화 중 하나이다. 엔화는 연간으로 대체로 보합권에 머물렀고, 일본은행(BOJ)은 이 기간 동안 1월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날 엔화는 달러당 156.35로 안정세를 보이며, 개입 우려와 도쿄 관계자들의 강한 언론발표(jawboning)가 제기되던 수준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MUFG 전략가들은 “달러-엔 환율에서 엔이 재평가될 수 있는 조건들이 2026년에 형성될 것으로 본다. 미국 채권 수익률이 더 하락할수록 엔화의 안전자산(safe-haven) 지위가 회복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모멘텀이 전환되면 기대심리가 서서히 바뀌면서 엔화 매수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며 2026년 4분기에는 달러당 엔화가 146까지 거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뉴질랜드 달러 동향
위험선호 성향이 강한 호주달러(AUD)는 달러화 대비 $0.66965로 마감하며 연간 8% 이상 급등해 2020년 이후 최고 성과를 나타냈다. 뉴질랜드 달러(NZD)는 $0.57875로 다소 약보합이었지만 연간으로는 3.4% 상승해 4년간의 약세 흐름을 끊었다.
용어 설명(일반 독자를 위한 안내)
달러 지수(Dollar Index)는 미국 달러를 유럽연합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산출한 지수다. 이 지수의 하락은 전반적인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 순쇼트(net-short)는 투자자들이 해당 통화를 팔기로 한 포지션이 매수 포지션보다 많은 상태를 뜻한다. 또한 시장에서 관찰되는 “sell-dollar” 트레이드는 달러를 매도하고 다른 통화를 매수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2026년 초까지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준 인사 문제, 금리 경로에 대한 이견이 달러 약세 압력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시장에서는 두 차례를 반영)와 주요국의 통화정책 스탠스에 따른 상대적 금리 차는 통화별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만약 미국의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악화하거나 기술주 중심의 자산 재평가가 심화될 경우 달러는 더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채권수익률이 예상 외로 상승하거나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 달러의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화의 경우 MUFG가 제시한 시나리오처럼 미국 금리 및 채권수익률이 하락세로 전환되면 안전자산 선호가 재부상하면서 달러-엔 환율이 146 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출 중심의 일본 경제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정책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 호주·뉴질랜드 달러의 강세는 글로벌 위험선호 회복과 상품가격, 특히 원자재 시장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시사점
기업과 투자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환헤지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유로와 파운드 대비 달러 숏 포지션의 유효성이 유지될 수 있으나, 정책·경제지표의 급변 시 역전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위안화의 강세와 신흥국 통화 전반의 회복은 글로벌 무역 및 자본흐름에 영향을 미쳐 수출입 기업과 다국적 자산 배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론
2025년은 달러 약세가 주요 특징인 한 해였으며, 2026년 초반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통화별로 명확한 차별화가 관찰되며, 특히 엔화는 유일한 이탈자처럼 보이는 반면 유로·파운드·호주달러 등은 강세를 보였다. 향후 시장 흐름은 연준의 금리 경로, 미국 내 정치·재정 변수, 글로벌 성장 전망 및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변화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