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거래가 얇아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내년 통화정책 경로에 집중하면서 미국 달러화가 약세 기조를 보였 다. 시장은 내년을 향해,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가 연속적으로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 다.
2025년 11월 2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주요국별로 엇갈리며 외환시장이 재정렬되는 양상이 뚜렷해졌 다. 특히 뉴질랜드달러와 호주달러, 파운드 등 이른바 ‘고위험·고금리’ 통화가 선전한 반면, 달러는 최근 고점에서 후퇴하며 주간 기준 큰 폭의 하락세를 예고했 다.
엔화는 달러당 155.87엔으로 0.4% 상승했고, 유로화(EUR/USD)는 오전장에 $1.16 상회까지 치솟았 다. 이는 달러 약세 흐름과 맞물린 반사효과로 풀이된다.
뉴질랜드달러(NZD/USD)는 중앙은행의 매파(긴축 선호) 신호와 견조한 거시지표에 힘입어 3주래 최고치인 $0.5714까지 급등했 다. 최근의 레인지 상단을 돌파하며 위험선호 회복의 대표적 수혜통화로 부상했 다.
뉴질랜드준비은행(RBNZ)은 수요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동결도 논의됐다고 밝히고, 이번 완화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될 가능성을 시사했 다. 이에 따라 시장은 내년 12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부 가격에 반영했다. 이는 미국의 경우 2026년 말까지 90bp(0.90%p) 이상 인하가 반영된 것과 대조적이 다.
같은 날 발표된 뉴질랜드 3분기 소매판매는 증가를 나타냈고, 기업신뢰지수는 1년래 최고로 뛰었다. 웨스트팩의 스트래티지스트 임레 스페이저(Imre Speiz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키위(Kiwi) 경기의 새싹이 이제 아주 빠르게 ‘버섯’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호주달러(AUD/USD)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요일 나온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완화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추가로 뒷받침했기 때문이 다. 물가의 끈적거림은 통화완화 여지 축소로 연결되며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 다.
호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4.48%로 G10(주요 10개국) 중 가장 높아, 상대가치 관점에서 통화가 저평가되어 보인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 다. 호주달러 환율은 $0.6526으로 지난 18개월간 이어진 박스권의 중단에 위치한다. 다만 소시에테제네랄의 킷 저크스(Kit Juckes)는 최근 호주달러가 금리보다 중국 위안화(CNY)의 흐름을 더 밀접하게 추종하고 있다며, 최근 위안화가 가파르게 반등한 점을 감안할 때 호주달러 추가 상승을 지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 다.
목요일 중국 외환시장이 개장하자, 중국 인민은행(PBoC)의 ‘고시환율(fixing) 메커니즘’이 달러-위안 환율을 눌러주는 견제효과를 내며 위안화 약세를 진정시켰 다. 이는 시장의 과도한 방향성을 완화하려는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다.
영국 파운드(GBP/USD)는 $1.3256까지 올라 10월 말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영국의 예산안(Budget)이 국가재정에 대한 일부 우려를 완화하면서, 파운드는 8월 이후 최대의 주간 상승을 향해가고 있 다.
미 달러화 지수(DXY)는 99.433으로 보합에 머물렀다. 다만 지난주 6개월래 최고치에서 후퇴해, 7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향하고 있 다. 추수감사절을 앞둔 거래량 감소 또한 변동성을 제한했다.
Spectra Markets의 사장 브렌트 도널리(Brent Donnelly)는 2026년을 겨냥한 ‘빅 트레이드’를 시장이 곧 고민하게 될 것이며, 그 목록에 ‘달러 매수(Long USD)’는 포함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금요일만 지나면, 기업과 실수요(real money)의 달러 수요는 사실상 끝난다.”
그는 또, 백악관 경제고문 케빈 해셋(Kevin Hassett)—금리 인하 지지론자—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임명될 경우 달러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 다.
전문용어 풀이 및 맥락
기준금리 인하·인상: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낮추면(완화), 통상적으로 통화가 약세를 보이기 쉽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긴축) 금리차로 자금이 유입되며 통화 강세 요인이 된다. 이번 보도에서 RBNZ는 인하를 단행했지만, 완화 종료를 암시해 향후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었 다.
베이시스 포인트(bp): 1bp는 0.01%p를 뜻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90bp는 0.90%p에 해당하며, 이는 미국이 2026년 말까지 그만큼 금리를 낮출 것이 시장가격에 반영되었다는 의미다.
완화 사이클: 중앙은행이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구간을 말한다. 호주와 뉴질랜드 사례처럼 물가·성장 데이터가 강하거나 안정적인 경우, 당국은 완화 중단 또는 긴축 전환 신호를 낼 수 있다.
고시환율(fixing) 메커니즘: 중국 인민은행은 매일 장 시작 전 달러-위안의 기준환율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시장 기대를 유도하고, 급격한 방향성 쏠림을 완화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 메커니즘이 위안화 안정에 기여했 다.
Long USD(달러 매수 포지션): 향후 달러 강세를 예상해 달러를 사들이는 전략을 의미한다. 도널리는 2026년을 향한 큰 그림에서 해당 전략의 매력도가 낮을 수 있다고 언급했 다.
분석 및 시사점
이번 외환시장의 핵심은 정책 경로의 분기다. 뉴질랜드·호주는 완화 종료 신호와 견조한 물가/수요가 결합하며 통화가치가 지지되고 있 다. 반면 미국은 2026년 말까지 누적 90bp 이상 인하가 반영되면서 달러 강세의 탄력이 둔화되었다. 여기에 중국의 고시환율 운용이 위안화 안정을 강화하자, 위안화와 상관성이 높은 호주달러가 추가 상승 여지를 확보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 다.
영국은 예산안을 통해 재정우려 완화 신호를 시장에 보냈고, 이는 파운드의 위험프리미엄 축소로 이어졌다. 달러지수는 6개월 고점에서 후퇴해 7월 이후 최대의 주간 하락을 앞두고 있으며, 추수감사절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이 변동성 축소를 동반하고 있 다.
투자자 관점에서, 상대금리와 중국 위안화 연계성, 재정정책 시그널이 단기 환율의 3대 축으로 부상했 다. 특히 호주·뉴질랜드는 물가-성장의 조합이 통화 강세를 지지하고, 영국은 재정 리스크가 선별적으로 완화되는 동안 파운드의 상대적 복원력이 부각된다. 반면 미국은 인하 경로 확산이 달러 강세를 제약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 외환시장은 “달러 약세 vs. 대체통화 강세”의 대조가 뚜렷하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거래량 감소와 포지션 청산이 겹치며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상존한다. 시장의 초점은 내년 상반기에 미 연준 인하 시점과 속도, 그리고 중국의 환율운용 스탠스가 위안화·호주달러·신흥 아시아 통화에 미칠 파급효과로 모아질 전망이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