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원유 가격 반등

서부텍사스중질유(WTI) 3월물과 RBOB 휘발유 3월물의 가격이 엇갈린 흐름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6년 2월 17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3월 인도분 WTI 원유(티커: CLH26)은 금요일 종가 기준 +0.05달러(+0.08%) 상승 마감했고, 3월 RBOB 휘발유(RBH26)-0.0049달러(-0.26%) 하락 마감했다. 이날 원유는 1.5주 저점에서 반등했으며, 달러 약세가 촉발한 숏커버링이 가격을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요일 초반에는 미·이란 긴장 완화로 인해 원유가 하락했다. 이에 더해 OPEC+가 조만간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가격에 부담을 줬다. 그러나 장중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숏 포지션의 청산(숏커버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유가는 소폭 상승 전환했다.

“(미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 합의 협상이 한 달가량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라는 발언이 나오며 즉각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이 단기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유가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수요와 재고 관련 핵심 수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데이터는 다음과 같다. Vortexa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억9000만 배럴(290 million bbl)이 유조선에 떠 있는 상태(플로팅 스토리지)이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플로팅 스토리지는 제재·봉쇄 등으로 육상 수송이나 항구 하역이 어려울 때 유조선에 장기간 저장되는 원유를 뜻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미국 원유생산 전망을 상향 조정해 13.60백만 배럴/일(million bpd)로 제시했으며(지난달 추정치는 13.59백만 bpd), 미국의 2026년 에너지 소비 예상치는 96.00 쿼드릴리언 Btu로 상향했다(이전 95.37).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량 추정치를 전월의 3.815백만 bpd에서 3.7백만 bpd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Vortexa는 2월 6일로 끝난 한 주 동안 7일 이상 정체한 채 유조선에 보관된 원유 잔량이 전주 대비 -2.8% 하락한 1.0155억 배럴(101.55 million bbl)이라고 집계했다.


지정학적 요인과 지역 리스크

중동 지역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 점이 원유 가격의 상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산 기름을 실은 유조선의 억류(나포)를 논의한 바 있고, 미국은 두 번째 항공모함 타격단을 중동에 파견해 이란과의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했다. 미 교통부는 월요일 해사 안전 권고를 발령해 미국 국적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시 가능한 한 이란 영해에서 거리를 두라고 권고했다. 이란은 OPEC 내에서 생산량 기준 4위 생산국이며, 미국의 군사행동은 하루 약 330만 배럴(3.3 million bpd) 규모의 이란 산 원유 생산을 교란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높여 세계 원유 수송(약 20%)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평화회담의 돌파구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다고 비관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도 유가에 지지 요인이다. 크렘린은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러시아가 요구하는 영토 수용 없이는 장기적 타결의 희망이 없다고 밝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한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OPEC+와 기타 공급 증대 요인

로이터는 일부 OPEC+ 회원국이 4월부터 생산 증가를 재개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OPEC+는 3월 1일 온라인 회의에서 향후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OPEC+는 2026년 1분기까지 증산 중단 기조를 고수하기로 2월 1일 결정했으나, 시장에선 일부 회원국의 증산 재개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OPEC는 2025년 11월 회의에서 12월에 +137,000 bpd를 증산한 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밝혔으며, 2024년 초 시행한 220만 bpd 감산분을 복원하려는 과정에서 아직 120만 bpd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OPEC의 1월 원유생산은 -23만 bpd 감소해 28.83백만 bpd로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도 글로벌 공급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이 12월의 49.8만 bpd에서 1월에 80만 bpd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과 러시아 수출 여건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지난 6개월간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아 러시아의 정유·수출 능력이 제한되었고, 11월 말 이후 발발한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으로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가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 재고·생산 지표

이번 주 수요일 발표된 EIA 보고서는 (1) 2월 6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3.4%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4.4% 높으며, (3) 디스틸레이트(중유류) 재고는 5년 평균보다 -3.3% 낮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3.8% 증가해 13.713백만 bpd를 기록했으나, 이는 11월 7일의 사상 최고치 13.862백만 bpd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편,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2월 13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가동 중인 석유 시추 장비(리그) 수가 -3대 감소해 409대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12월 19일 보고된 4.25년 최저치인 406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2년 반 전인 2022년 12월의 최고치 627대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용어 설명

RBOB는 휘발유의 선물상품(특히 미국의 휘발유 표준 규격을 의미)이며, bpd는 하루 배럴당 생산량(barrels per day)을 뜻한다. 플로팅 스토리지(유조선 저장)는 항구가 봉쇄되거나 제재 등으로 원유를 즉시 하역할 수 없을 때 유조선에 장기간 보관되는 원유 잔량을 의미하며, 이는 실제 유통 가능한 공급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주로 러시아)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의미한다.


향후 전망과 시장 영향 분석

단기적으론 달러의 흐름과 지정학적 긴장 완화·악화 여부가 유가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 약세는 전통적으로 달러화로 가격이 매겨지는 원유 수요를 자극해 숏커버링과 함께 가격을 반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OPEC+의 증산 신호나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 공급 확대 징후는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중기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가능성과 이에 따른 러시아 원유 제재의 지속성, 그리고 중동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관건이다. 러시아의 수출 차질이 계속되면 글로벌 공급 긴축 요인이 유지되어 가격 상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OPEC+ 내 일부 국가의 증산 가속화와 베네수엘라 수출 증가 등은 공급과잉 우려를 자극해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

경제·산업 측면에서는 유가 불안정성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정유·운송·항공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소비자 물가와 기업 이익률에 파급될 수 있다. 특히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하락해 안정된다면 연료비 부담 완화로 경제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요일의 가격 반등은 달러 약세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며, 근본적 방향성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OPEC+/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 주요 공급국의 동향, 그리고 미국의 재고 및 생산 추이 등이 종합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예정된 OPEC+의 3월 1일 회의, 주요 기관의 생산·재고 보고서, 그리고 중동 및 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뉴스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참고: 본 기사에 수록된 수치와 날짜는 바차트(Barchart)와 관련 기관(EIA, IEA, Vortexa, Baker Hughes,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및 자료를 근거로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