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설탕 선물가격이 달러 약세에 힘입어 반등세를 보였다. 30일(현지시각) ICE 뉴욕 상품거래소의 10월물 원당(원심분리 전 원료당ㆍ#11)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15센트(0.95%) 오른 파운드(lb)당 15.93센트에 마감했고, 런던 ICE의 12월물 백설탕(#5) 가격도 1.30달러(0.28%) 상승한 톤당 464.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30일, 바차트닷컴(Barchart.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설탕 선물은 1.5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DXY 달러지수(DXY00)가 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숏 포지션을 급히 청산하는 이른바 ‘공매도 환매(short-covering)’가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화요일 뉴욕 원당 가격은 근월물 기준 4.25년 만의 최저치를, 런던 백설탕 가격은 4년 만의 저점을 각각 기록했다. 7개월간 이어진 하락 추세의 배경에는 세계 설탕 공급 과잉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거래일 기준 원자재 컨설팅사 스톤엑스(StoneX)는 2025/26 시즌 세계 설탕시장이 280만t(톤) 흑자(잉여)에 이를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2024/25 시즌 470만t 적자 전망에서 대폭 상향된 수치다.
브라질의 생산 증가 또한 가격 압박 요인이다. 유니카(UNICA)는 9월 17일 보고서에서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8월 하순(8월 16~31일)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387만2,000t이라고 밝혔다. 사탕수수 중 설탕 생산 비중도 54.20%로 전년 동기 48.78%보다 높아졌다. 다만 2025/26 시즌 누적 생산량(8월 기준)은 2,675만8,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또 다른 하락 재료는 인도의 공급 확대 가능성이다. 글로벌 설탕 트레이더 슉덴(Sucden)은 인도가 2025/26 시즌 사탕수수 400만t을 에탄올 생산용으로 전환하더라도 국내 잉여 물량이 충분해 설탕 400만t까지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예상치 200만t보다 두 배 많은 규모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29일 발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설탕시장은 23만1,000t 부족(연속 6년 적자)할 것”이라면서도 “적자 규모는 2024/25 시즌 488만t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SO는 같은 보고서에서 2025/26년 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3.3% 증가한 1억8,060만t, 소비는 0.3% 늘어난 1억8,08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과잉 전망 강화
지난 6월 30일, 영국계 트레이더 차르니코우(Czarnikow)는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잉여가 750만t에 달해 8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5월 22일 미국 농무부(USDA) 반기 보고서 역시 세계 생산이 4.7% 늘어난 ‘사상 최대’ 1억8,931만8,000t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기말 재고 역시 7.5% 증가한 4,118만8,000t로 추정했다.
특히 인도 기상청(IMD)은 9월 29일 현재 인도 전역의 누적 몬순 강수량이 935.2mm로 ‘정상 대비 8%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풍부한 강수로 사탕수수 작황이 호전되면 설탕 생산과 수출 확대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요 생산국별 전망
인도 NFCSF는 6월 2일 2025/26 시즌 인도 설탕 생산량을 전년 대비 19% 급증한 3,490만t으로 예상했다. 이는 인도제당협회(ISMA)가 추정한 2024/25 시즌 5년 만의 최저치(2,620만t) 대비 반등세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B)는 5월 2일 태국 2024/25 설탕 생산이 14% 늘어난 1,000만t이라고 밝혔으며, USDA 해외농업국(FAS)은 2025/26 시즌 태국 생산이 2% 추가 증가한 1,030만t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정부 곡물공사 코나브(Conab)는 8월 19일 2025/26 브라질 설탕 생산 전망치를 4,450만t으로 3.1%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FAS는 같은 국가 생산이 2.3% 증가한 4,470만t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공급 확대 요인이 누적되면서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다만 이날과 같이 달러 가치 하락이 단기 부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DXY는 미 달러화의 상대 가치를 6개 주요 통화 대비 나타내는 지수로서, 지수가 떨어지면 달러 표시 원자재의 상대가격 매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용어 설명
- DXY 달러지수: 미 달러화 가치를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산출한 지표다.
- 원당(원심분리 전 원료당 #11): 국제시장 기준이 되는 설탕 선물로, 브라질산 원당을 대상으로 한다.
- 백설탕 #5: 정제 설탕(백설탕) 선물로, 런던 ICE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 공매도 환매: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손실을 막기 위해 포지션을 되사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다.
한편, 본 보도를 작성한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 작성 시점 기준 관련 자산에 대한 직·간접적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모든 정보는 투자 자문이 아닌 참고용이며, 자세한 사항은 바차트 공시정책을 따르도록 안내됐다.
※ 본 기사에 나타난 견해와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 판단이며, 나스닥(Nasdaq) 본사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