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증시 랠리에 힘입어 국제유가 상승 마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CL V25)은 전 거래일 대비 0.14달러(0.22%) 상승한 배럴당 64.71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휘발유(RBOB) 선물(RB V25) 역시 0.0066달러(0.33%) 오른 갤런당 2.015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은 2주 만의 최고치, 휘발유 가격은 3주 만의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WTI 차트 RBOB 차트

2025년 8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달러화 가치가 3.5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고, 같은 날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해 경기 전망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개선한 것이 유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세계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상승 폭을 제한했다. 투자은행은 “수요 증가율이 역사적 평균에 미달하고, 비(非)OPEC 산유국 공급이 연말로 갈수록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문제에서 발언권을 가져야 하며, 일방적 보장은 ‘가망이 없다’.”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이 같은 발언으로 러·우 전쟁 종전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유가에 추가적인 지지력을 제공했다.

▶ 공급 변수: OPEC+
OPEC+는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의 추가 증산을 승인하며 2년간 유지해 온 감산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고 있다. 동시에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의 생산이 순차적으로 회복될 예정이며, 현행 166만 배럴의 물량은 여전히 2026년 말까지 오프라인 상태다. 다만 7월 OPEC 원유 생산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한 일일 2,831만 배럴을 기록했다.

▶ 해상 재고 감소
시장조사 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5일로 끝나는 주 동안 7일 이상 정박한 채 운송되지 않은 해상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2% 줄어든 8,249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물리적 공급 긴축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해석된다.

▶ 미국 재고 및 생산 동향(EIA)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8월 15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최근 5년 평균 대비 5.6%, 휘발유 재고는 0.7%, 증류유 재고는 13.0% 각각 낮다. 같은 기간 미국 일일 원유 생산량은 13.382만 배럴로 전주 대비 0.4% 늘어났으나,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1만 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 시추 설비(리그) 현황
베이커휴즈의 8월 22일 주간 보고서는 미국 내 가동 중인 석유 시추기(리그) 수가 전주 대비 1기 줄어든 411기라고 밝혔다. 이는 8월 1일 집계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410기)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리그 수는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급격히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리그 수 증감은 향후 원유 생산량 변화를 6~9개월 앞서 시사한다.


◆ 주요 전문 용어 해설

WTI :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중질·저유황 원유로, 세계 원유 벤치마크 중 하나다.
RBOB :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블렌딩 전 단계의 휘발유 기초유를 의미하며 미국 휘발유 선물의 기준이다.
DXY : 미 달러화 가치를 6개 주요 통화 대비 산출한 지수(Dollar Index)로, 원유 등 달러 표시 자산 가격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 기자 해설 및 전망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유가를 단기적으로 떠받쳤으나, 모건스탠리가 경고한 공급 과잉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연말 이후 원유 가격은 하향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OPEC 산유국의 증산 속도와 OPEC+의 정책 변화가 향후 시장 균형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만 러·우 전쟁 장기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상존해 가격 변동성은 확대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과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는 중·장기적으로 원유 수요 증가 폭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현물·선물 가격뿐 아니라 OPEC 회의 결과, 주요국 재고 지표, 미 연준의 통화정책 등 다층적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기사 작성자 Rich Asplund는 본 기사에서 언급한 종목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