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선물 시장 마감 동향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선물 가격은 3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40달러(0.66%) 상승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가솔린 선물은 0.0098달러(0.53%) 올랐다.
2025년 10월 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 상승은 달러화 약세가 촉발한 공매도 환매와 S&P500 지수의 사상 최고치 갱신이 전반적 위험 선호 심리를 되살린 데 따른 것이다. 통상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의 상대 가격이 낮아져 외국인 투자자 수요가 늘어나기 쉽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OPEC+ 증산 움직임과 전 세계적 공급 과잉 가능성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날 종가 기준 유가는 상승했지만, 전일에는 향후 석 달물이 4개월 만의 저점까지 밀리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산출되는 경질·저황 원유로, 국제 유가 벤치마크 중 하나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가솔린 선물은 미국 환경보호국(EPA) 기준을 충족하도록 블렌딩되기 전의 가솔린 기초유를 가리키며, 북미 도매 가솔린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OPEC+의 증산 계획은 단기적으로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OPEC 대표단 관계자에 따르면 동맹국들은 5일(일) 회의에서 기존 감산분 166만 배럴(bpd) 중 남은 물량을 3개월에 걸쳐 매달 50만 배럴씩 단계적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는 2년간 지속된 감산 정책을 마무리하고 총 220만 배럴의 생산량을 완전히 복구하겠다는 구상으로, 지난 9월 OPEC 산유량이 하루 400만 배럴 늘어 2,905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흐름과 맞물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6년 수급 전망에서 공급 과잉 신호를 보냈다. IEA는 내년 글로벌 원유 시장이 하루 평균 333만 배럴의 기록적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한 달 전 전망치보다 36만 배럴 늘어난 수치다. IEA는 증산 기조를 이어 가는 OPEC+가 흑자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발(發) 추가 물량도 변수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주 쿠르드자치정부(KRG)와 합의해 2년째 중단됐던 쿠르디스탄 유전 파이프라인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후사인 이라크 외무장관은 2일 “수출 재개 시 전 세계 시장에 최대 50만 배럴의 신규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도의 감소세가 부정적이다.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의 8월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2.9% 줄어든 1,960만 톤으로 집계됐다.
탱커 해상 재고도 늘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9월 26일로 끝난 주간 동안 7일 이상 정박한 부유식 저장 선박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7% 증가한 8,195만 배럴로 확인됐다. 부유 저장 증가분은 즉각적인 시장 공급 여력을 확대해 가격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가격을 떠받치는 대항 요인으로 작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對러시아 제재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G7 동맹국에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매입하는 중국·인도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9월 상반월 러시아 석유제품 수출량은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인 194만 배럴로 급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1일 주간 보고서는 9월 26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4.1% 낮았다고 밝혔다. 휘발유와 중간유(디젤 포함) 재고 역시 각각 0.2%, 5.5% 하회했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50.5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1,363.1만 배럴) 대비 소폭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베이커휴스(Baker Hughes)가 3일 발표한 주간 장비 집계에서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rig 수는 2기 줄어 422기로 나타났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만의 최저치(410기)보다는 소폭 높지만, 2022년 12월 627기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위축된 상태다.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 발행 시점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간접적 보유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기자 해설 : 최근 유가 흐름은 ‘달러 약세·주식 랠리’라는 위험 자산의 동반 강세와 ‘OPEC+ 증산·IEA 공급 과잉’이라는 상반된 시그널이 혼재돼 있다. 단기적으로 매크로 지표와 달러 방향성이 심리적 지지선을 제공하겠지만, 실물 공급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현·선물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랠리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레이더라면 11월 OPEC+ 회의 결과와 이라크 파이프라인 재가동 속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