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휘발유 선물 가격이 1.5주 만에 급등하며 상승 폭을 확대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0월물은 전장 대비 1.71% 오른 배럴당 1.08달러 상승했고, 10월 RBOB(휘발유) 선물도 1.04% 상승하며 각각 강세 흐름을 보였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가 2.2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 원유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통상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드론 공습으로 러시아 주요 정유 시설이 타격을 받아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점도 상승 압력을 키웠다.
특히 러시아 국영 송유관 운영사 트랜스네프트(Transneft)가 전체 러시아 원유 물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파이프라인의 저장 용량을 제한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여기에 연간 2,000만 톤 이상을 처리하는 키리시(Kirishi) 정유소가 14일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정유 공정을 중단한 사실이 확인됐다. 발트해 연안 수출 허브 역시 연이은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되면서 9월 첫 3일 기준 러시아 원유 정제량은 하루 498만 배럴(bpd)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기 지표 호조도 수요 증가 기대를 자극했다. 8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해 시장 예상치(0.2%)를 크게 웃돌았고, 같은 달 제조업 생산도 0.2% 늘어나며 예상됐던 0.2% 감소 전망을 뒤집었다. 소비와 산업 활동이 동반 개선되면 에너지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원유 가격에 우호적이다.
해운 분석업체 보르텍사(Vortexa)는 9월 12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유조선에 저장된 전 세계 원유가 전주 대비 7.2% 줄어든 6,796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실물 재고 감소를 의미해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드론 공격뿐 아니라 정치적 압박도 거세다. 전 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며 새로운 경제 제재를 경고했다. 미국은 G7 동맹국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인도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해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위험 프리미엄을 띄웠다. 지난주 폴란드 방공군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요격했고, 이스라엘은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겨냥한 공습을 단행해 역내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산유 지역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OPEC+ 생산 전략과 공급 전망
9월 7일 OPEC+는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 증산키로 합의했으나 이는 8~9월 증산량(54만7,000bpd)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나머지 166만 bpd의 유휴 물량 재개 여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혀 공급 불확실성을 남겼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를 333만 bpd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며 작년 8월보다 36만 bpd 상향 조정했다. IEA는 OPEC+의 점진적 증산 계획을 근거로 들어 ‘공급 과잉’ 위험을 경고했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타이트한 수급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OPEC의 8월 원유 생산량은 2,855만 bpd로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장 참가자는 “공급 부담이 결국 가격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하지만, 잔존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에너지 통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9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3.2% 낮다고 발표했다. 휘발유 재고는 0.6%, 중류유(난방유·경유)는 10.4% 각각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1,349만5,000 bpd로 사상 최고치(1,363만1,000 bpd)를 근소하게 밑돌았다.
미국 베이커휴스(Baker Hughes)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공(리그)은 전주 대비 2기 증가한 416기로 집계됐다. 이는 4년 내 최저 수준이던 8월 1일의 410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2022년 12월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용어 설명
- DXY(달러 인덱스) : 미 달러화의 가치를 6개 통화 바스켓과 비교한 지수.
- WTI :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 국제 원유 벤치마크.
- RBOB :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미국 휘발유 선물의 대표적 거래 기준.
- bpd : barrels per day, 하루 배럴 단위 생산량.
- OPEC+ :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의 확대 협의체.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와 공급 차질이 단기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가운데, OPEC+의 생산 정책 변화와 미국의 재고·시추공 동향이 중·장기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한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제재 강화로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IEA가 제시한 중기 공급 과잉 전망, 그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는 가격 급등의 상단을 제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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