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외환·상품 시장 마감】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9월 15일(현지 시각) 외환·귀금속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완화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지배하며 달러 매도·안전자산 매수 흐름이 동시에 나타났다.
2025년 9월 1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지수(DXY)는 전장 대비 -0.27% 하락해 104선 초반으로 밀렸다. 반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3,686.40달러로 장중·종가 기준 모두 최고가를 새로 썼다.
시장 참가자들은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가 25bp(0.25%p) 인하될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Watch에 따르면 연내 총 세 차례(누적 75bp) 인하가 점쳐지며, 연말 금리는 현행 4.33%에서 3.6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달러 약세 배경
달러 약세 배경에는 ▲Fed 완화 기대 ▲뉴욕증시 상승으로 유동성 경계 심리 완화 ▲제조업 지표 부진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뉴욕 연은이 발표한 9월 엠파이어스테이트(뉴욕주)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20.6포인트 급락한 -8.7로 석 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는 뉴욕 일대 제조업 경기 체감을 0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마이너스면 경기 위축, 플러스면 확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준 이사인 리사 쿡(Lisa Cook) 해임을 시도하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소속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이 겸직 형태로 연준 이사 선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가 통화정책에 개입한다”는 불안이 커졌다.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줄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유로·엔 움직임과 ECB·BOJ 변수
유로/달러 환율은 +0.30% 상승하며 1.09달러 선을 회복했다. 유로 강세는 달러 약세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발언 때문이다.
게르하르트 코허(ECB 집행이사)는 “데이터에 중대한 충격이 없는 한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오는 10월 30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3%로만 반영하고 있어, 미·유럽 간 정책 괴리(Policy Divergence)가 구조적 달러 약세·유로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독일 8월 도매물가지수(WPI)가 전월 대비 -0.6%로 1년 만에 최대폭 하락했고, 피치(Fitch)가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한 것은 유로에 부담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이 교착 상태라는 점도 리스크요인으로 지적된다.
엔화는 도쿄 휴장(경로의 날)으로 거래량이 줄었음에도 달러당 0.24% 오르며 146엔 중반까지 강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일본 정치 불확실성(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임)이 동시 작용했다. 일본 여당(LDP)이 참·중의원 과반 의석을 모두 잃으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귀금속 랠리…”안전자산·완화 베팅”
12월물 은 선물도 0.31% 오른 28.09달러로 14년 만의 고점을 확보했다. 달러 약세, 글로벌 금리 하락, 연준·ECB 완화 기조, 프랑스·일본 정치 리스크, 러·우 전쟁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다.
귀금속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금 ETF 보유량은 지난주 2.25년 만의 최고치, 은 ETF 보유량은 9월 3일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이는 실수요보다 “포트폴리오 헷지” 성격의 자금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진 점과, ECB의 매파적 발언은 귀금속 상승폭을 일정 부분 제한했다.
중국 지표 부진이 보여주는 그림
같은 날 발표된 중국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2%로 시장 기대(5.6%)를 밑돌았고, 소매판매 증가율도 3.4%로 예상(3.8%)에 못 미쳤다. 실업률은 5.3%로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은 27개월 연속 하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는 산업금속 수요를 약화시켜 은 가격 상단을 억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정책 불확실성이 더 크게 부각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우위를 점했다.
기자 해설: 연준 독립성과 달러의 미래
최근 시장이 연준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데는 달러 기축통화 프리미엄이 정치적 간섭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의 “아더 번스 압박” 사례, 2018~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금리 인하 요구가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달러는 약세로 반응했고, 금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가 실제 해임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시장은 ‘행동이 아닌 톤(말의 강도)’만으로도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평가하고 있다. 미 의회 청문회·재무부 발언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핀테크·디지털 자산”으로 대표되는 대체 투자처다. 달러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다. 연 8회 정기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대차대조표 정책 등을 결정한다.
기준금리 25bp 인하란 0.25%포인트 내리는 조치를 의미한다. bp(basis point)는 금리·수익률 등 퍼센트 단위를 세분할 때 쓰이는 용어로, 1bp는 0.01%p다.
달러지수(DXY)는 유로(57.6%), 엔화(13.6%), 파운드(11.9%)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가중평균한 지표다. 글로벌 환율·상품·채권 시장의 위험 선호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제조업 경기 선행지표다. 0을 기준으로 0 이상이면 확장, 0 이하면 위축 국면을 뜻한다.
전망
시장 컨센서스대로 이번 주 FOMC에서 25bp 인하가 단행되면, 달러 약세·금 강세·장기물 금리 하락이라는 “완화 트리오” 구도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10월 이후 연속 인하 여부는 인플레이션·노동시장 데이터가 좌우할 것이다. 이에 따라 달러 반등 시도가 나올 경우 1차 저항선 105.5(달러지수), 금 가격은 3,580달러선을 1차 지지선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귀금속 랠리가 과열 구간에 진입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금·은 ETF에 유입된 단기 자금이 금리 전망이 바뀌거나 주가 조정이 발생할 경우 일시에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원문(영문)을 번역·재구성한 것으로,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일 뿐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