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비둘기파(dovish) 발언과 미국 경제 지표 둔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 9월 23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는 장중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02% 하락 마감했다. 연준 이사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의 발언이 채권 금리를 끌어내리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가격이 연이틀 강세를 이어갔다.
보우먼 이사는 “노동시장 활력이 약화되는 만큼 연준이 뒤처지지 않도록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추가 완화 기대를 심어주며 달러 매도를 촉발했다. 여기에 9월 S&P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52.2)를 밑도는 52.0으로 발표돼 달러 약세 압력을 가중했다.
달러 매도 심리를 자극하는 또 다른 변수는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Fed Governor Cook) 해임을 시도하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소속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을 겸임하려 한다는 소식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이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2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2,513억 달러로, 컨센서스(-2,566억 달러)보다 작았다. 통상 경상수지 개선은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이날은 연준 인사 발언과 지표 부진이 시장 정서를 압도했다.
시카고 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Austan Goolsbee)는 “현 정책금리는 중립 수준보다 100~125bp 높아 이미 약간 제약적”이라고 진단했다.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CME 페드워치 툴 기준 오는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91%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유로/달러(EUR/USD)는 -0.03% 소폭 하락했다. 유로존 9월 제조업 PMI가 49.5(전월 대비 -1.2p)로 확장·수축의 경계선(50)을 다시 밑돌면서 유로화에 부담이 됐다. 다만 합성 PMI는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51.2를 기록해 낙폭을 제한했다. 시장은 ECB가 사실상 인하 사이클을 종료한 반면, 연준은 올해 추가로 두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어 통화정책 차별화가 여전히 유로를 지지한다.
엔/달러(USD/JPY)는 -0.01%로 변동성이 미미했다. 일본이 추분(秋分) 공휴일로 휴장한 탓에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미 국채 수익률 하락이 엔화에 일부 지지를 제공했다.
사상 최고치 찍은 금·은 가격
12월물 금 선물(GCZ2)은 온스당 $3,786.0으로 최근월물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0.92% 상승했다. 12월물 은 선물(SIZ2) 역시 14년 만의 최고가로 올라섰다. 보우먼 이사의 완화적 발언이 미 국채 10년물(T-note) 금리를 끌어내리면서, 금리가 없는 자산인 금·은이 상대적 매력을 되찾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인민은행(PBOC)이 “우호국 중앙은행들의 금을 자국 내에 보관(custody)해 주겠다”며 금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비중 확대 흐름과 맞물려 금값 상승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무역 갈등·지정학 리스크·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등 불확실성은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긴다. 실제로 금 ETF 보유량은 3년 만의 최고치, 은 ETF 보유량도 같은 기간 최대치를 각각 기록했다.
용어 해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기업의 구매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생산·주문·고용 등을 조사해 0~100으로 산출하는 경기 선행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수축을 의미한다.
T-note는 만기 2년 이상 10년 이하의 미국 재무부 발행 중기 국채를 가리킨다.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하면 무이자 자산인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 된다.
스왑 금리는 시장이 특정 시점에 예상하는 정책금리를 반영한다. “스왑이 2% 확률로 ECB 인하를 가격반영”했다는 문장은 시장이 ECB의 25bp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무시하고 있음을 뜻한다.
전문가 시각
연준 고위 인사들이 노동시장 둔화를 이유로 선제적 완화를 강조함에 따라,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달러화가 2024~2025년 강달러 사이클의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으며, 이는 원자재·신흥국 통화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준 독립성 논란이 심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이탈이 가속화돼 장기금리가 급등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금·은 등의 귀금속 비중 확대를 고려할 만하다. 반면 달러 인덱스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통화 헤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유로존 제조업 부진이 재확인됨에 따라, 유럽 주식·채권보다는 미국·아시아 고품질 자산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