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연준 완화 전망이 안전자산 랠리 이끌다

뉴욕 외환·원자재 시장이 29일(현지시간) 달러 약세금 가격 사상 최고치라는 극적인 흐름을 연출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인덱스(DXY)가 0.22% 내린 반면,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3,827.60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5년 9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달러 약세는 이르면 이번주 발표될 미국 8월 구인·이직(JOLTS) 보고서, 9월 ADP 민간고용, 9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연준의 완화 기조를 자극할 것이라는 선제적 베팅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10월 1일 예정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 가능성까지 겹치며 달러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반면, 안전자산 선호가 금·은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달러 인덱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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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지지선은 미 약경제 지표로도 흔들렸다. 8월 잠정 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4.0% 증가해 시장 전망치(0.4%)를 크게 웃돌았으나, 9월 댈러스 연은 제조업활동지수는 -6.9포인트 하락한 -8.7포인트로 예상치(-1.0)를 밑돌았다. 동시에 뉴욕 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가 “물가 위험은 완화됐고 고용 위험은 커졌다”며 완화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 매도세에 힘을 더했다. 반면 클리블랜드 연은의 베스 해맥 총재는 “2027~2028년까지 2% 물가 목표 복귀가 어렵다”며 긴축 유지 필요성을 강조, 같은 날 연준 고위 인사 간 메시지가 엇갈렸다.


▶ 용어 해설: 달러 인덱스·JOLTS·셧다운

1 DXY(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6개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한 지수다.
2 JOLTS는 미국 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구인·이직 통계로 노동 수요 측정 지표다.
3 연방정부 셧다운은 예산안 처리 실패로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되는 상황을 뜻한다.


유로화·엔화, 달러 약세에 동반 강세

유로/달러(EUR/USD)는 0.23% 상승했다. 같은 날 발표된 유로존 9월 경제심리지수는 95.5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고, 이는 95.3을 예상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ECB(유럽중앙은행) 이사회 마크루프 위원이 “ECB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거의 바닥에 근접했다”고 밝힌 점도 유로 강세 요인이다. 시장금리 스와프는 10월 30일 회의에서 유로존 정책금리 25bp 인하 확률을 2%로 반영, 사실상 동결을 전망하고 있다.

엔/달러(USD/JPY)는 0.60% 하락(엔화 강세)했다. 일본의 7월 선행지수(Composite Index) 확정치가 106.1로 상향 조정돼 4개월 만의 고점을 나타낸 가운데,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BOJ(일본은행) 노구치 세이지 정책위원이 “2% 물가목표 달성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언급해 엔화 매수세를 자극했다.

주목

안전자산 왕좌, 금·은

금 선물 차트

12월물 금 선물(티커: GCZ2)은 1.21% 오른 온스당 46.20달러 상승하며 계약 최고가를, 최근월물(V25)은 사상 최고가 3,827.60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12월물 은 선물(SIZ2)도 0.77% 상승해 14년 만의 최고가 영역에 진입했다.

달러 약세와 글로벌 국채금리 하락이 귀금속 랠리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미·중 무역관세 불확실성, 정부 셧다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공격,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의 연준 이사직 병행 의사까지 정치·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며 ‘안전판’으로서 금·은 수요가 급증했다.

ETF(상장지수펀드) 수급도 강세를 뒷받침한다. 세계 금 ETF 보유량은 지난주 금요일 3년 만의 최고치에 도달했으며, 은 ETF 역시 지난주 수요일 3년 내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 시장이 주목하는 금리 경로

금리선물시장은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0.25%p) 인하 확률을 89%로 반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추가 25bp 인하가 한 차례 더 이뤄질 경우, 올해 총 50bp 인하가 실현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도 변수다. 해맥 총재가 경고한 ‘인플레이션 장기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연준은 예상보다 매파적 행보를 유지할 수 있고, 이는 달러 재강세 및 금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전문가 시각·투자 전략

필자는 현재 나타나는 ‘달러 약세·금 강세’ 패턴이 단순히 연준 완화 전망에만 기인한다고 보지 않는다. 미 의회의 예산 교착, 중국 경기둔화, 글로벌 제조업 사이클 둔화 등 복합 리스크가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구조적이라면, 금 가격은 레벨업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라면 단기적으로는 금·은 등 실물 자산 비중 확대를,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민감도가 높은 수출주금리 하락 수혜 업종(부동산·유틸리티)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반면 달러 강세에 의존해온 일부 신흥국 자산에는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연준의 행보워싱턴 D.C. 정치 스케줄이 오는 4분기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10월 FOMC, 11월 대선 예비경선, 12월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정책·정치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방어적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