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압력 완화 속 아시아 통화 롱 포지션 축소…싱가포르·대만 달러는 여전히 강세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아시아 통화에 대한 순매수(롱) 포지션을 전반적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상반기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던 미국 달러에 가해진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2025년 7월 2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11명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격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여전히 싱가포르 달러(SGD)대만 달러(TWD)를 가장 유망한 통화로 꼽았지만, 그 외 대부분 통화에 대해서는 매수 강도를 낮추거나 중립으로 전환했다.

인도 루피(INR)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은 네 번째 설문 연속 유지됐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IDR) 롱 포지션은 사실상 중립(0.0)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필리핀 페소(PHP)에 대해서는 소폭의 약세(숏) 전망이 재확인됐다.


■ 달러 약세 국면 완화 기대

달러 인덱스(미 달러화의 주요 6개 통화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여전히 2022년 초 수준 부근에서 머물러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단기 반등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올 상반기 달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통상 정책과 경기 둔화 우려,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압박을 받아 왔다.

HSBC는 보고서에서 “

‘탈(脫)달러화’ 기조는 무역 정책 불확실성, 재정 건전성 우려, 연준 독립성 논란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나 달러 고평가 조정폭이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됐고 미국 주식시장이 회복된 만큼 그 강도는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고 설명했다. 은행은 하반기에도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속도는 상반기보다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 통화별 포지션 세부 동향

싱가포르 달러 롱 포지션은 직전 조사 대비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견조한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올 들어 미 달러 대비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으로는 고배당·고품질 싱가포르 주식과 견고한 경기 펀더멘털이 꼽힌다. 시장은 오는 7월 30일 싱가포르통화청(MAS)의 통화정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aybank 애널리스트들은 “싱가포르는 미국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추가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지역 내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SGD 강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달러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12% 상승하며 아시아 신흥통화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대만 반도체 수출 호조와 견고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TWD를 최선호 통화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롱 포지션은 직전의 수년래 최고치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중국 위안(CNY)에 대한 매수 심리는 큰 변동이 없었고, 한국 원화(KRW) 롱 포지션은 5월 초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태국 바트(THB)에 대해서는 소폭의 매수 상향 조정이 나타났다.

한편, 7월 23일 미국이 인도네시아·필리핀과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한 새로운 무역협정을 발표하면서 해당 국가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일부 개선됐다. 설문 응답 대부분은 이 발표 전날인 22일까지 취합됐다.


■ 지표 해설: NDF·포지션 스코어

이번 설문은 9개 아시아 신흥국 통화(중국 위안·한국 원화·싱가포르 달러·인도네시아 루피아·대만 달러·인도 루피·필리핀 페소·말레이시아 링깃·태국 바트)에 대한 비딜리버러블 포워드(NDF)와 현물·선물 포지션을 추정한 결과다. NDF실물 인도 없이 만기 시점의 차익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선도계약으로, 자본통제가 있는 신흥국 통화 거래에 널리 사용된다.

포지션 스코어는 -3에서 +3까지의 척도이며, +3은 달러 매수(해당 통화 매도) 포지션이 극단적으로 크다는 뜻이고 -3은 달러 매도가 극단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7월 24일 기준 수치는 다음과 같다.

USD/CNY -0.5, USD/KRW -0.1, USD/SGD -1.0, USD/IDR -0.0, USD/TWD -1.0, USD/INR 0.51, USD/MYR -0.5, USD/PHP 0.21, USD/THB -0.1

이는 싱가포르·대만·태국 통화의 강세 포지션이 유지되고, 인도 루피와 필리핀 페소는 상대적으로 약세 포지션이 우세함을 보여준다.


■ 전문적 통찰: 하반기 투자 전략

달러의 단기 반등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무역흑자·정책 신뢰도를 보유한 싱가포르·대만·태국 통화는 계속해서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뚜렷하다면 대만 달러의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 반면 인도 루피는 높은 경상수지 적자와 인플레이션 부담, 그리고 연준 통화 정책의 변동성에 민감해 약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역별 분산을 통해 달러 반등 시 리스크를 헤지하는 한편, 정책 이벤트(MAS 결정·대만 중앙은행 물가 전망·미국 대선 전 통상정책 변화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NDF 스프레드 확대 시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헤지 비용을 고려한 포지션 관리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달러 반등 압력에도 아시아 통화 전반의 펀더멘털 개선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처럼 일방적 강세를 기대하기보다는, 개별 통화별로 정책·수급 변수를 세밀하게 추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